안녕하세요. 올해를 맞아 26살로 꺾인 새댁이에요. 신랑은 두살 연상입니다.
결혼은 작년 8월에 해서 아직 시댁을 오래 겪은 것은 아니지만
판을 둘러보다보니 결혼 전의 저처럼 이틀에 한번 꼴로 올라오는 막장 시댁 스토리에 멘붕을 겪는 아가씨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일기처럼 편하게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해요.
지구의 수많은 남자 중 이 남자와 결혼하게된 사연도 이야기할거라서 글이 좀 길수도 있고 조금은 자랑같을 수도 있을것같으니.. 관심없으시다면 뒤로...ㅎㅎㅎ
서두가 길어서 시부모님 등장씬부터는 표시를 해놓을테니 구구절절한 연애사가 재미없으신 분들은 거기서부터 보셔도되겠습니다ㅎㅎㅎ
신랑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2010년도 7월말쯤 캐나다의 벤쿠버에서이다.
나는 7월과 8월 두달 간 방학을 맞아 학교 프로그램으로 어학연수 및 인턴쉽과정을 위해 벤쿠버로 바로 갔고,
신랑은 군 제대 후 원래 하던 피아노를 그만 두고 늘 하고 싶어하던 요리공부를 위해 토론토로 유학을 왔었다.
인연이란게 참 신기하다.
그 당시 같은 과정으로 간 타학교 오빠가 캐나다에 좀 더 오래 머물기로 결정하면서 홈스테이를 하지 않고 시내에 아파트를 구해 들어가면서 룸메이트를 구했는데, 첫번째로 구한 룸메이트가 지금 나의 신랑이다.
신랑은 토론토에서 공부를 하다가 이미 너무 많아진 한국인맥으로 영어 공부가 헤이해진 것과 전전전(?)여자친구님과 헤어진 것이 계기가 되어 벤쿠버로 잠시 몇 달 머물기로 하고 온 것이었다.
타학교 오빠가 아파트를 구하는 바람에 우리도 자주 그 집에 모여서 한국음식을 해먹고 그러다보니 룸메이트인 지금 신랑과도 자주 술도 마시고 친해지게 되었다.
but 그 당시 나는 오랜기간 만나던 전전남친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고, 다만 잘생긴(내눈에) 오빠가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하는 정도로 바라봤었다.
훗날 물어보니 신랑도 그냥 막내인 주제에 가장 활발한 아이 정도로 본 것 같다.
그러니 여러분도 그냥 스쳐지나갈 것 같은 가벼운 인연이 몇 년이나 지나서 내 인연이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몇 번 같이 놀다가 서로 따로 메일이나 어떤 연락처를 주고 받지도 않은 채 나는 금새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학업에 매진했고,
신랑도 곧 토론토로 돌아가 요리학교 준비를 했지만 잦은 연애질(맘에안듬)로 인해 학교를 떨어져서 분노하신 아버님에 의해 2011년 4월경 한국으로 다시 강제 소환을 당했다. 아버님 짱짱~
그 사이 나는 오래사귀던 사람과 장거리에 지쳐 헤어진 후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는데, 무려 연하를 만나다 군대를 보내놓고 군바리 주제에 감정기복이 심해서 툭하면 헤어지자고 하는 요구에 수건짝마냥 너덜너덜해져있었다.
나는 아파트에 살던 타학교 오빠와 페북친구였는데, 신랑도 그 오빠와 페북친구여서 우연찮게 페북으로 다시 연락이 닿았고, 마침 그 시기가 타학교 오빠의 생일즈음이라 1년만에 셋이서 만나서 식사를 했다.
타학교오빠가 늦는 사이, 카페에서 신랑과 나는 서로 연애상담을 줄기차게 했다.
신랑도 토론토에서 만나던 여자에게 차인 후 멘붕상태였고, 나는 헤어짐의 과정 중이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주제는 연애에 대한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일이주에 한번씩은 한번 보자~ 맛있는거 먹으러가자~ 하는 식으로 만나는데, 요상하게도 둘 다 타학교오빠에게 연락하지 않았다.(ㅋㅋㅋ미안..)
그러면서 점점 신랑의 조언도 잘될거야->그냥빨리정리해 로 바뀌어갔고, 곧 나는 연하와 종지부를 찍었다.
종지부를 찍자마자 오빠는 눈뜨면 연락하기 시작해서 친구와 닭뜯으러간다하면 남자와 먹는거냐는둥 썸을타는 남녀가 으레하는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연애를 다시할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은 나는 나름 돌려서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는데.. 오히려 신랑은 그게 호감의 표시로 느껴졌다고 한다-_- 난 분명 연락 좀 자제하고싶다고 했는데 그부분은 기억에 없단다..
신랑의 네가 신경쓰여!! 후회하더라도 사귀어보고 후회하자. 난 지금차이든 나중에 헤어지든 너랑 이제 친구못함. 등등의 회유와 협박성멘트들을 낮밤으로 듣다가 나는 반쯤은 힘든 내마음을 기대는 느낌으로 사귀자고 했다.
신랑은 정말 매일매일을 인천(시댁)에서 일산(친정)으로 달려와 조그마한 과자라도 꼭 쥐어주고는 갔고, 강남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도 내가 아프면 강남에있는 약국에서 약을 사다 일산에와서 주고 집으로 가곤했다. 하교하며 서울에서 만나는 날이면 데이트하지 않아도 집에 데려다주고,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다면 기름값으로 파산했을 것 같이 매일 매일 생활했다.
그 덕에 나는 헤어짐의 고통의 나날을 보낼 틈도 없이 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1년이 지났고, 여전히 매일 만나는 연애 덕에 서로를 궁금해하신 양가부모님들께 인사도 드리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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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지만 아무튼 이때부터 나의 미래시댁 공포증은 서서히 시작되었던 것 같다.
신랑이랑 서로 너무 좋으니 당연히 나는 결혼을 꿈꾸며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집은 일산인데 직장은 수원으로 다니면서 정말 너무 괴로운 출퇴근을 했지만, 매일 서울역에서 가끔은 수원역에서 날 기다리며 깜짝놀래켜주는 신랑 덕에 직장도 힘내서 다녔던 것 같다.(신랑은 다시 다른과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음)
우리 부모님과 시부모님은 너무 성격이 너무너무너무 다르셔서, 서로 외의 사람에게는 그다지 관심도 연락도 하지 않으시는 사이좋은 우리 부모님과 다르게 시부모님은 두분 다 사업을 하셨어서 그런지 굉장히 사교적이시고 연락하기도 좋아하시고 같이 밥먹기도 좋아하셨다.
그래서 서로 부모님을 뵙고 난 후에 결혼하겠다고 오빠가 우리부모님 찾아오기 전까지 우리부모님과의 식사는 한 번도 없었지만 나는 수시로 같이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며 당시엔 남친부모님께서 자주 찾으셨다.
사실 편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해주시고 예뻐해주시기에 왠만하면 뵈었다.
뭐... 비싼걸 사주시니 혹해서 그런것도 있었지만 가끔은 싫기도 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신랑과 나의 사귄지 1주년일 때 다같이 좋은 곳에서 식사하자시던 것은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가보니 무려 식사시간 중 꽃바구니가 배달오게 이벤트까지 준비하신 아버님 ^^;;
알고보니 시부모님도 오빠의 숱한 여자들에게 모두 이러셨던 것은 아니고 소개받은 여자친구도 내가 유일했고 내가 며느리로 탐이나셨다고 고백하셨다. (부모님들 기준에서 전여친들은 형편없었다는 것이 가져온 대비효과;;)
아무튼 자주 밥도 사주시고 출장다녀오시면 늘 화장품같은 선물도 보내주시고 졸업했다고 지갑도 보내주시고 하니 생신날, 어버이날, 그냥 가끔 아무날, 신랑통해 선물보내주신 날 같은 때는 문자도 드리고 전화도 드리고 했다.
이런 습관은 결혼한 후에도 마찬가지라서 우리는 친정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살아서 자주 뵙지만 나는 시부모님과 굉장히 자주 통화한다. (신랑도 친정부모님도 서로 연락에는 무관심..)
그래서 예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혼전의 태도가 갑자기 결혼한다고 180도 뒤바뀌고 이런건 지능적으로 계산하고 하는 행동이 아닌 이상 보통은 지속되는 것 같다.
신랑은 연락은 잘 드리지않지만 맛있는것을 보면 자기부모님보다 우리부모님이 생각나서 사다드리곤한다. 우리부모님도 내가 전화안받는다고 오빠한테서 날 찾으며 귀찮게하지도 않으시고..
나는 판에서 봤던 얘기 중 가장 걱정스러웠던 이야기가
결혼 전에 예비 시부모님이 너무 잘해줄수록 결혼 후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더라 수상한거다. 이 얘기였다-_-;;
나같은 경우는 다른 남친 부모님들보다 지나치게 잘해주신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의심스러웠고 의심할만한 것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자면 우연히 어머님께 연락드렸더니
오늘 기제사인데 힘들어죽겠구나 ㅠㅠ 하시면
내 머릿속은 온통
헉.. 어머님이 지금 내가 와서 도우라고 이러시는건가? 이럴때 판에서 어떻게 하라고했지???
같은 생각들로 가득차며 나름 머리를 쓴답시고
"오빠가 도와드려야하는데 시험기간이라고 못도와드려서 어째요 어머님~"
(속뜻은 그걸 도와야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오빠오빠오빠입니다.)
어떤날은 신랑이 와서는
우리아빠가 너 요즘 못봤다고 연락도 없고~ 하시면서 보고파하시더라~ 하면
내 머릿속은 온통
아니.. 내가 지금 결혼도안했는데 왜 날 보고싶어하는거야. 결혼하면 더 심각해지겠지!
이러니 신랑에게 판에 올라오는 막장글들과 댓글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신랑은 이런 비정상적인 사연들을보면서 자기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뭐라해줘야하냐며
판 금지령이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내 뒤에서 왜 판 같은 곳에 우리 글을 쓰는거야 ㅜㅜ 라며 우리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씅내며 사라짐..)
아! 그리고 미국에서 유학중인 손아랫시누이가 한번 방학이라고 왔는데, 만나서 식사하면서
저는 조카는 빨리보고싶어요~ 하길래
이건 막장 시누이가 분명하구나 어떻게 동갑인 나에게 저런 망언을!? 니가 낳아라!! 했었드랬는데..
아무튼..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시누이가 바라던 상황이 찾아옴;;
이러던 와중에 작년 초여름 지나치게 매일보던 사이좋은 우리에게 큐티베이비아드님이 갑자기 찾아오심..
판에 의한 예비시댁 공포증으로 몇달이나 만남을 거부하던 못된 나는 신랑과 시댁 친정을 찾아가 진실을 말씀드렸고 ㅜㅜ 그래도 다행히도 쟤네 저러다 결혼하겠구나.. 하시던 부모님들이 격한 반대를 하지 않으셔서 순식간에 결혼준비를 했다.
사실 그 즈음 부모님들이 너네 그러고 데이트비 쓰는게 신혼생활비보다 많이 나가겠다.. 체력이 안딸리니? 등등의 차라리 같이살거라 하는 느낌의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그리고 실제로 -_- 살아보니 데이트비로 엄청난 돈이 새어나갔던 것이었다..
결혼하면서 준비한 것이 거의 없던 우리는 시댁에서 집도 해주시고 허례허식은 다 생략했다.
일단 시부모님이 집을 해주셨기 때문에 나는 "네이트판 논리상ㅋㅋㅋ 난 이제 죽은거다. 집을 받아버렸어!!"라는 생각을하고 시댁에 노예봉사해야하는구나 ㅠㅠ 흑흑 하는 마음으로 신혼을 시작했는데
여태까지 시부모님은 결혼전보다 더더 잘해주셨으면 잘해주셨지 나빠지지 않았다.
둘이 사는데 이것저것 사다놓으면 버린다고 늘 반찬을 해다주시고, 임신했다고 봄에 제철인 무언가가 먹고싶다고 지나가듯이 말하면 그 음식을 만들어다 가져다주시는 어머님.
일주일에 두번이나 찾아왔다고(반찬갖다주러..)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울어머님 ㅜㅜ.
막장글에는 늘 자기아들이 최고야 짱이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어머님은 늘 신랑이 나에게 못할까봐 노심초사하신다..
이부분은 우리가 결혼준비하면서 그나마 준비기간이 짧아 두어번 다투었는데 다투는소리를 들으시고는 지금까지도 신랑이 나에게 성질낼까봐 걱정하신다 ㅜㅜ
결혼준비가 보통 6개월이라던데 그 사이에 엄청싸우면 정말 헤어질것도 같다.. 우린 차라리 준비가 짧았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함. 사실 지나가고나면 드레스며 스튜디오며 이런거 다 아무생각안남 ㅋㅋㅋㅋ 웨딩앨범 한번들여다봄;
결혼하고 한달여만에 있던 추석에도 우리가 점심쯤 도착했더니 오전에 이미 혼자서 그많은걸 거의다 해버리시고 나는 전부치는걸 좀 돕다가 깜빡잠이들었는데 신랑시키고 계셨음 ㅋㅋㅋ 더자도된다시며..
난 원래 친정도 제사를 지내는데 우리친정도 큰집이라 엄마랑 둘이 뼈빠지게 음식을 했다.
시댁은 작은어머님도 두분이나 계시고 모두 좋은 분들이시라 눈치주시는것도 없고 그러시기 전에 어머님이 다 해치워버리심;
아무튼 내가 시집가고 혼자남아서 더 힘들 엄마를 위해 신랑도 시댁가기 전날 미리 우리 친정에 같이 들러 함께 친정 제사음식도 만들어주었다. 요리잘하는 신랑이 정말 도움이 많이되었다.
지금도 만삭이라 음식하기 넘 귀찮고 힘들면 신랑이 맛나게 음식을 해줘서 살이 엄청찜..
그래도 시부모님은 하나도 안쪘다며 예뻐해주신다 ㅜㅜ
시누이도 외국에 있으니 거의 만날수도없지만 항상 카톡으로 오빠와 살아줘서 고마워요 언니..(대충 우리 신랑의 유년시절은 어땠을지 상상이감. 난 내아들이 걱정임.) 필요한거 있으면 꼭 이야기해요 선물보낼게요 등등 항상 먼저 연락해서 안부묻고 고마움을 전해준다.
판에 있는 글을 보는 많은 미혼여자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예비시댁에 너무 별로라면, 모든 시댁이 그런 것이 아니므로 결혼하기 전부터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물론 완벽한 결혼생활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신랑은 싸우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서로 대화만 된다면 금새 풀리고 맞추기가 쉬운데 신랑과 더불어 결혼하며 줄줄이 딸려온 시댁식구들은 서운하기 시작하면 속깊은 대화하기도 어려운 관계인 것 같고, 서운하게 하는 시댁식구들 보면 대화가 통할것 같지도 않아보이더라.
그렇다고 신랑이 엉망인데 시댁좋다고 시집가라는건 아니지만 시댁과 신랑도 어찌보면 친정과 나처럼 뗄수없는 관계이기에 심각하게 고려해볼 문제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정상 혹은 정상보다 훨씬좋은 시댁도 많더라.
판에 메인으로 올라오는 집들은 정말 소수이고 그만큼 희귀하고 기막혀서 올라오는 것들이니
다들 작년의 나처럼 그 글을 보고 벌벌떨며 왠갖상상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상 긴 글이라 누가 다 읽지도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