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문제’는 교육부다

참의부 |2014.01.13 21:27
조회 42 |추천 0

작년 4월에 있었던 1차 검정심사 결과 발표 직후 시작된 한국사 교과서 논란은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몇 차례 내용 수정이 있었고 학교별로 사용할 교과서 채택이 마무리되었지만,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교과서 내용을 둘러싸고 계속되던 논란은 이제 교육당국과 정치권의 교과서 통제 움직임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부 보수세력이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에 발맞춰, 교육부는 부서 내에 편수조직을 설치해 검정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나섰다. 검정을 위임받은 국사편찬위원회가 검정 업무를 충실히 하지 못한 데다 교과서 검정의 궁극적인 책임이 교육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직접 검정을 하면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없어질까?

많은 역사적 사실은 과학에서 다루는 현상과는 달리 변하지 않는 진리보다는 해석의 결과이다. 다만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자료에 어긋나지 말아야 하며,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해석이어야 한다. 그것은 역사학자들이 연구 결과로 밝혀놓은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 내용은 학계의 일반적인 연구 결과를 따라야 하고, 이는 학계와 교육계에 맡기면 된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거센 비판을 받은 것도 이 점에 미흡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을 해소하고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검정 업무에 직접 관여하고 검정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부가 검정 업무에 직접 관여하고 검정 절차를 강화하게 되면, 교과서 내용은 정치적 힘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과정에서 교육부가 보인 태도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다. 1차 검정심사 발표 이후 교학사 교과서의 수많은 사실 오류나 지나친 우편향이 지적되자,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전문가협의회나 수정심의위원회 등을 만들어 검정에 통과한 8종 교과서 모두에 수정 권고와 명령을 했다. 이는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소수의 학교들마저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하자, 직접 조사에 나서 외압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말하는 외압의 의미나 내용은 명확하지 않으며, 학부모나 학생의 반발을 외압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문제로 삼아야 할 채택 과정의 외압은 언론의 보도나 일부 교사의 폭로가 있었는데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교육부의 이러한 태도는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라는 비판을 듣기에 충분하다.

교육부는 편수 기능의 강화와 함께, 일부 정치권이나 보수 세력에서 주장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교육과정의 개정과정에서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국정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명분이지만, 정작 이런 주장은 역사교과서를 이념논쟁으로 몰고간 장본인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나 그 이전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친북,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며 역사교과서를 이념논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고는 이를 이유로 국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기모순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을 잠재우려면 이런 주장들을 차단하면 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논쟁 과정에서 계속 이들의 눈치를 보았으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주장에도 명백한 선을 긋지 않고 있다. 이런 교육부가 편수업무를 강화해 교과서 내용에 관여하는 것은, 이념논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놓고 참여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헌법과 교육관련법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도 당연한 이런 규정을 구태여 명시한 것은 그만큼 교육이 정치에 휘둘릴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교육을 정치의 힘에서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교육부이다. 물론 교육부도 정부의 한 부서인 만큼, 어떤 정권의 정책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적어도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 관료들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빈정댐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검정 제도나 검정 절차를 통한 교육당국의 역사교과서 통제는 지금보다 오히려 완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계와 교육계의 연구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교과서의 집필과 발행, 보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과서 제작과 관련해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교과서를 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 제공하고, 행정적 지원을 하는 일이다. 이런 방침을 명확히 선언하고 실천할 때 역사교과서의 이념논쟁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 김한종 한국교원대학 교수《경향신문》시론.

추천수0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