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지금 ‘만일 내가 죽음에 임박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아마 무엇을 생각하기 이전에 죽음의 두려움에서 쉽게 벗어나지조차 못할 것 같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는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두려움, 영원한 소멸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저는 다시 죽음을 앞두고 후회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먼저 ‘좀더 책을 많이 읽을걸, 좀더 여행을 많이 다닐걸, 남한테 좀더 많이 줄 걸’ 하는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립니다. 아무래도 그런 생각은 진실과 거리가 멉니다. (-)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가장 후회할 것인가, 다시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진정으로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온 점이 후회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여든일곱의 ‘힘없는 나이’ 인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금보다 더 늙고 병들 것이라고 비관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사신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문득 놀랐습니다. 그건 바로 제 자신을 향해 소리친 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알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씀은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해라” 하고 저를 향해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진정 감사하고 살아간다면, 진정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명절 이후여서인지 골목 곳곳에 생활쓰레기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미화원 아저씨들의 분주한 손길과 힘겨운 숨소리만이 무겁게 내려앉은 새벽 정적을 흩어놓고 있었다. 길 여기저기엔 깨져 널려진 병 조각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느라 오토바이 핸들을 잡은 양팔이 뻐근했다.
오늘 새벽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찬바람까지 쌩쌩 불어대니 양볼이 금새 호빵맨이 되었다. 두 컬레 양말을 껴 신은 발끝과 양손이 얼얼하다 못해 쓰리고 아팠다.
모든 경우엔 양면이 있는 법. 추울수록 자판기 커피 맛은 더욱 근사해진다. “추운데 고생 많아요!” 하며 건네오는 구독자의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짠해진다. 언 몸을 녹이려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니 평소보다 배달시간이 훨씬 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가올 봄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을 품게 된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꽁꽁 언 두 손을 뜨거운 물 속에 담그니 새삼 집 안이 고맙고 안심이 된다.
추운 겨울은 사소한 것들에 감사함이 많은 계절임을 문득 깨닫는다..
오늘은 입춘(立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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