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머리야
우리 그동안 참 인연이 질겼지
내가 너를 기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너는 제대로 꾸며지지도 못했지
2년동안은 파마랑 염색을 하면 안되니까
너는 내가 잘 때마다 우리 엄마에게 잘려지지 않을까
늘 가슴을 졸였겠지
난 사실 너에 대한 자부심이 컸어
솔직히 너 숱이 너무 많아서
머리 감고 말리고 묶을 때마다 노동이었지만
머리 숱이 적은 애들이 너를 부러워할 때마다
너에 대한 나의 머부심도 커져만 갔지
여름에 에어컨 바람때문에 팔이 시려우면
너덕에 보온을 유지할 수도 있었어
책상에 엎드려서 잘 때도
너덕에 아늑하게 잘 수 있었고
아무리 친구들이 나에게
귀신 같다 오지마라
라푼젤 같다 아니 라푼젤을 모욕하지 마라
말 꼬리 같다 잡고 달리자
박완규 같다 똑같다
라고 말하며 너를 비하해도
난 꿋꿋이 견뎌냈어
이왕 기르는 거 정말 후회없이
내 삶에서 가장 많이 길러보고 싶었거든
그리고 그 모진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왔어
사실 수능 끝나고 바로 자르고 싶었지만
갈 데까지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버텼어
지금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
그래서 이렇게 편지로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거야
너를 떠나보내기 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너를 한번 꾸며보았어
두가닥
세가닥
네가닥
다섯가닥
여섯가닥
은 손이 작아서 잡히지가 않는구나ㅠㅠ
미안해
흡
실컷 땋아보았으니 이제 미련은 없어
하 그럼 내 머리야
이쁘게 잘려서 바르고 고운 가발이 되어
꼭 너의 목적을 이루길 바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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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말씀들 모두 감사드려요!
이렇게 많은 분이 칭찬해 주실 줄이야ㅋㅋㅋㅋ
지금 미용실에서 드디어 잘랐어요!!!
재보니 40cm 더라고요
뿌듯해요ㅋㅋㅋㅋㅋ
자르고 파마 하고 있는데
7살 때 해보고 처음 하는 거라 설레네요
모두 감사해요!!!
복 받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