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방향 평가 -
그동안 한국경제는 ▲재벌대기업 주도, ▲건설경기 부양, ▲대외의존적인 수출을 통해 성장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제정책을 통한 성장은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부동산 거품과 대외 환경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고착화 시키는 등의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서민들의 고통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창조경제’를 제시하면서 장밋빛 전망을 요란하게 선전하며 출범했다. ‘재벌-부동산-수출’ 위주가 아닌 분배를 개선하는 등의 뭔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듯 한 인상을 사람들에게 주려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요란한 선전과는 달리 정부 내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경제민주화 대신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불 근접)를 목표로 하는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친재벌 중심의 성장 정책, 집 부자를 위한 부동산 부양 정책이 자리 잡았다. 이명박 정부의 747(연평균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진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창조경제는 무엇이 새로운 것인지 알 수 가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기존의 ‘재벌-부동산-수출’ 위주의 정책만을 답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 가지 분야별로 살펴보자.
민영화, 규제완화…지속되는 재벌 챙기기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월 6일 ‘신년구상’을 발표했다. ‘신년구상’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고, 복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후보시절과 정권 출범 초기 경제민주화나 복지를 제1선에 제시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2014년도 예산안에는 경제민주화나 소득불평등 개선 대신 ‘경제 활력 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이 첫째 과제로 자리 잡았다. 이전과 같은 성장 정책에 집중 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정부 내에서 폐기되었다는 것은 2013년을 거쳐 오며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7월 언론사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대해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제는 서로가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투자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 경제민주화는 마무리 짓고,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에 신경 쓰겠다는 의중을 내 비친 것이다. 이후 8월 28일 10대그룹 총수와 만난 자리에서는 “마음 놓고 투자와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경제민주화가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친재벌 정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신년구상’에서는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를 위한 3대 추진전략으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 ▲창조경제,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제시했다.
3대 추진전략으로 가장 먼저 제시되고 있는 것이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다. 여기서 정부가 비정상적인 것으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이다. ‘신년구상’을 발표했던 당시는 철도민영화 논란이 사회적으로 커졌을 때였고,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컸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공기업의 효율성 확보란 이름으로 철도 등의 공기업 구조조정,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3대 추진 전략에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경제는 비대해진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내수확대의 기본이자 출발은 실질적인 국민들의 소득(구매력)을 늘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말하는 내수 활성화의 핵심은 규제를 풀어 보건·의료 등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구상에서 “올해 투자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서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비정상의 정상화’(공기업 구조조정)와 서비스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철도, 의료, 가스 등 전 방위적인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민영화, 내수확대는 자본이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공적영역의 규제를 풀어서 재벌대기업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주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기조는 2013년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것이 철도민영화 수순이라 할 수 있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문제였다. 민영화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면 수서발 KTX를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공사형태가 아닌 주식회사 형태로 세울 필요가 없다. 주식회사 형태라면 지분을 언제든 민간자본에 넘길 수 있다. 나아가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매각 역시 밀어붙이며 철도민영화 로드맵을 완성해 나가려 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수익을 의료업에 다시 투자해야 하는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설립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리자회사는 외부 자본과 연결되고 수익을 법인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 의료법인은 의료공공성보다 영리 추구에 더 열을 올릴 것이며, 외국 자본들은 투기목적으로 국내 의료자회사에 띄어들 것이다. 이 외에도 가스,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영화를 염두에 둔 정책들이 시행되어왔다.
부동산 부양과 사라진 서민주거 대책
서민의 주거 안정이 목적이어야 할 부동산 정책은 건설사와 집부자를 위한 부동산 부양책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제시한 2014년도 예산안에서는 여전히 건설경기 부양에 집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애초 2014년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을 23.3조원 배정했는데, 이는 지난 5년간의 SOC 예산(4대간 사업 제외) 평균 22.4조원 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여전히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률 지표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정부가 내놓고 있는 부동산 대책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과 같은 실질적인 서민 주거대책이 아니라 부동산 부양과 집값 떠받치기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전반적인 기조는 각종 규제 장치로 인해 주택구매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있다며, 부동산 규제를 풀고 주택구입자에게 지원을 늘려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잘 해 줄 테니 빚내서 집사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규제 장치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를 허물었고, 양도세 자체를 5년간 폐지했다. 취득세를 인하(6억원 이상 2%=>1% 등)했고, 저리의 장기 주택담보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공유형 모기지)들을 내놓았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함으로써 안전성 보다는 건설사들의 수익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세운 것들은 성과 없이 끝났다. 철도 유휴부지 등 국공유지에 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행복주택'은 3만8000가구 공급에 그쳤고, 전세금을 올릴 때 집주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인상분만큼 은행에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대신 갚는 형태의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I’는 출시 이후 단 2건만 판매되어 사실상 폐지되었다(오마이뉴스, 2014.01.07).
2월 19일에 있었던 국토교통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역시 부동산 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10~50%를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기하고, 전체 가구의 60% 이상을 85㎡ 이하 소형주택으로 건설토록 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저리로 주택 매입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프로그램은 그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주택 관련 매매 수요가 생기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너무 높고, 사람들의 실질 소득은 정체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각종 규제를 풀고, 대출을 통해 인위적으로 수요를 늘리려는 것은 주택 거품을 떠받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집을 산들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부동산 거품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집 부자들, 침체기에 들어선 부동산 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오고 싶어 하는 집 부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여전히 모호한 창조경제…노동자에겐 독이 될 것
한편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으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론을 내세우고 있다. 창조경제를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뭔가 획기적인 전략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보인다.
창조경제는 2013년 내내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창업을 활성화 하고,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과학기술과 IT 기술 등을 산업에 접목시킨다고 하는데, 이는 십여 년 전부터 강조되어 왔던 것들이다. 기존의 정책들과 어떤 것이 다른지 명확하지가 않다. 가수 싸이의 미국진출을 예로 들며 문화산업 육성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기존의 문화산업을 육성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호하다.
결국 현재까지 보여 지는 창조경제란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산업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상에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창조경제타운’ 정도다.
하지만 어떻게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 낼 것인지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이 가만히 앉아서 생각한다고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창조경제를 구현할 사회 전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 정권의 ‘종북’몰이 등에서 보여지 듯 사상의 자유,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
경제민주화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라고 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극한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시도와 모색들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대기업을 규제하는 경제민주화는 주요한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더 이상 박근혜 정부 내에서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매일 야근에 시달리는 노동환경 속에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나아가 이러한 개인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정책은 노동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창조적 사람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직장 내에서의 8시간 노동을 넘어서 저녁에도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과 노동형태가 결합함에 따라 재택근무, 원격근무, 유연근무, 모바일 오피스라는 초현대적인 이름의 비정규직을 양산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는 ‘노동’에 대한 고민은 없다.
결국 지금가지 보여 지는 창조경제란 단순히 개인의 창조성을 상품화시킨다는 계획 정도다. 지난 1년 간 창조경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개혁과 변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전한 수출 집착과 외국인 투자 유치
박근혜 정부는 구체적인 한국경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진 못한 채 여전히 수출과 외국자본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제출한 2014년 예산안에는 ‘투자 촉진, 수출 역량 강화’라는 이름이 최우선 순위로 등장하고 있다. 수출 촉진정책과 외국인 투자 유치정책이라는 과거의 성장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는 다양한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호주 FTA는 실질적으로 타결되었고, 중국, 캐나다 등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과의 협상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농업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포기하고, 잘 나가는 몇 몇 분야 중심의 수출확대로 한국경제를 끌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할수록 소수 몇 몇 분야에서의 수출이 늘어날지 모르지만 내수와의 괴리는 커지고, 해외에 개방할 것이 많아져 대외 의존적인 경제구조는 더욱 고착화 될 것이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국내 공공성을 해지고,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정책들도 펴왔다. 박근혜 정부는 지하철과 일반철도의 설계·건설·유지·보수 등과 관련된 정부조달사업에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GM의 투자유치를 위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있기도 했다. 통상임금은 초과 수당의 산출기초가 되는 것으로(통상임금이 오르면 수당도 오르게 됨),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복리후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말지를 두고 노사간의 갈등이 있었다. 정부가 GM의 요구로 이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재계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2014년 1월 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고한 ‘외국인투자 활성화’ 방안은 외국인 고액 연봉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계속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통상부문에서의 굴욕 외교도 지속되었다.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뒤늦게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은 조속히 회담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오히려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한국은 TPP 가입에 앞서 FTA 이행과 관련한 우려사항을 해결해야 한다”며 오히려 한미FTA관련 개방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한국은 TPP에 들어가기 전에 한미FTA를 충실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자동차 분야에서는 여전히 비관세 장벽이 높고 금융분야에서는 투명성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 구매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차기 전투기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 40대를 우선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개발도 덜 된 전투기를 고액을 들여 살 필요가 있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도 F-35 구매를 결정 한 것은 재정문제로 국방예산을 줄여야 하는 미국의 처지가 반영 된 것이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에서 전투기 구매 대수를 줄이는 상황에서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간 F-35 기종을 어떤 형태로든 소화해야 할 유인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 국민들에게 경제민주화와 내수확대, 창조경제 등으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방향과 구조개혁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친재벌-집부자 중심의 정책과 수출과 외국자본에 의존하는 기존의 성장 노선이다. 이러한 기조는 201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혹여나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본성을 확인하는 데 불과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