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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친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왜 이렇게 웃기죠.

1124 |2014.02.26 10:12
조회 6,871 |추천 9

이별통보 받은 지 한달 되어가는 여자사람입니다.

 

육개월 즈음 사귀었었고.

친구로 지내자던 그에게, 헤어질 수 없다며 잡지는 않았지만

뭐 이런 일방적인 친구사이가 있니. 하며 울다가 웃다가 집 앞 카페에서 헤어지고 들어와서 연휴 내내 앓고 출근해서 울고 퇴근해서 울고 괜찮아 졌다가 또 울다가.. 지금은 뭐랄까.

 

전 아직 그 사람이 좋아요. 미련도 있고요.

하지만 그 사람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이상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기 때문에 재회는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

 

얼마 전에 생일이었어요.

혹시나 하고. 친구로 지내고 하자던 그니까.. 아무리 예의상으로 하는 말이란 걸 알아도.

적어도 생일 축하한다는 카톡 한 줄 정도는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도 무색하게

아무런 연락이 없더라고요. 물론 연락이 왔으면 그거대로 실망했겠죠.

근데 연락이 안 와도 실망하게 되는 미련함을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친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전남친과 저는 동호회에서 아는 사이라. 같은 테두리 안에 있고 같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잠시나마 한탄을 했죠. 전부 오빠들이었거든요.

 

 

오빠. 친구로 지내자더니 생일 축하도 안 해준다. 으휴.

근데 연락이 오긴 왔었어.

지지난 주 일요일이었는데, 아침 아홉시 반에, 갑자기 전화가 오는 거야. 난 자고 있었는데 말야. 목도 아프고, 여보세요 하며 받기도 뭐해서 그냥 아무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게 나한테 하는 말이 맞나 싶은 말들을 하는거야.

어디냐느니, 왜 안 나오느냐느니, 집이냐느니.. 어쨌든 전화를 잘못 건 게 분명한 내용이라서.

너 전화 잘못 걸었어... 라고 했어.

그랬더니 잠시 침묵하다가 '아....' , '음.. 미안' 이러더라고.

그래서 그냥, 자연스럽게. 진짜 친구 대하듯 '으휴, 멍충이.. 끊자' 하고 끊었어.

 

처음엔 그래. 잘못 걸었나보다 싶었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거야. 난 컬러링도 있고.

심지어 나도 그 친구한테 잘못 전화 걸 뻔 한 적 있어서 소스라치게 놀라서 종료버튼을 어마어마하게 누른 적이 있는데.

주말 아침에 나한테 궂이 잘못 전화를 걸 수가 있을까? 내가 받을 때 까지?

 

그게 잘못 건 전화면 진짜 바보 멍청이인 거고.

잘못 걸지 않은 전화면. 다른 의도가 있다면.. 날 너무 모르는거고, 오빠. 할말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든가 하는 게 나한텐 나은데 말야...

 

진짜 잘못 건 걸까? 잘못 건 게 맞아? 그게 말이 되?

 

 

 

 

라면서 한탄하다가 웃어버렸어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아무리, 아무리 생각을 해도 말이 안 되는데, 다른 남자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했어요.

내 직관이 맞냐. 남자 입장에서 보기엔 어떠냐.

그 자리에 있던 오빠들 뿐 아니라 동갑내기 친구들, 동생들도 얘기를 듣더니

그건 잘못 건 전화가 아니다에 100%를 걸더라구요.

 

뭐, 물론, 정말 잘못 건 전화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저는 이런 행동에도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미련한 실연녀가 맞고요.

아는 남자 지인들이 결론 내 준 대로, 의미 없는 찔러보기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요.

 

제 전남친도 헤다판에 상주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전남친분들처럼

아주 단호하고 자존심 세고 자기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라, 이 친구가 저한테 미련이있다거나 후폭풍이 와서 연락한다거나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빠들, 친구들의 말대로 만약 이게 어쨌든 제 근황이 궁금해서 주말 아침부터 전화해서 잘못 걸었다는 연기를 하는 거라면..

 

 

 

 

그건 그거대로 귀엽더라고요. 뭐랄까. 적어도 나랑 헤어지고 어쨌든 내가 어찌 사는 지 궁금하긴 했나. 내가 너한테 금방 싹 잊어버릴 만한 존재는 아니구나. 하면서.

다시 만날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저는 소박하게도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충분해요. 그도 괜찮지만은 않다는 걸 조금이라도 느낀 것 같아서요.

 

사실 이대로라면, 친구로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게 무슨 짓이냐고 하시겠지만.

 

 

 

 

그냥, 웃겨요. 피식피식 웃음이 나네요. 묘한 기분이에요.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연애에 대한 회의감이 엄청나게 들었거든요..

요즘 드라마를 보진 않지만, 페이스북에 떠도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3' 에 나오는 대사.

마음을 울리더군요.

 

[볼 때마다 생각해 내가 몇번의 연애를 실패했나...
그리고 언제쯤이면 진짜 사랑을 만나나...
이 잔에 가득 쌓이도록 실패하고 실패해도 사랑을 포기하지는 말자]

 

 

언젠간 만날 수 있겠죠, 제 진짜 사랑.

지금은 마음이 아리고 문득 슬퍼지지만.

찾으렵니다. 진짜 내 사랑을요..

 

헤다판 분들도 힘내세요. 요즘 덕분에 글 읽으며 위로 많이 받고 있어요.

로맨스가 필요해 2012도 엄청나게 힐링 되는 드라마더군요. 감정이입 쩔 !!ㅋㅋㅋ

 

 

 

 

긴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절주절했는데, 읽어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추천수9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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