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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늦은 오후의 만원지하철, 뿌리염색 안한 돼지들이 바글바글하다.
나는 맨 첫 칸에 아슬아슬하게 탑승하여 출입문 근처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이다.
'다음역은 삼각지, 삼각지역입니다'
삼각지역에 이르러 덩치 큰 중년의 남성이 출입문을 통해 들어왔다.
이빨이 누렇고 혓바닥에 설태가 끼었을 것 같으나, 어깨가 우리반 남학생의 두 배는 됨직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었다.
나는 문득 호기심이 들어, 눈을 지긋이 감고 나의 바로 뒤에 있는 그 남자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보았다.
브래지어끈이 죄여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사람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모를 것 같았다.
지하철엔 점점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내 뺨은 조금씩 달아올랐다.
귓가의 머리털이 촉촉해질 무렵 그 남자가 대뜸 움직였다.
엉덩이골을 사이로 무언가가 느껴졌다.
내 허리에도 누군가가 손바닥을 얹은 듯했다.
나는 계속해서 눈을 감고 상체를 위아래로 움직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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