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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이루어졌어요

레이라 |2014.03.03 03:24
조회 512 |추천 2
재작년의 나는 한차례의 연애를 끝내고
엄청난 마음앓이 중이었다
헤어진 그를 붙잡았지만 그는 잡힐 듯 안잡힐 듯
애매한 태도와 행동으로 무려 몇개월이나
나를 피말렸다

그해 가을 나는 그와 늦은 휴가를 함께 가기로 했다
여전히 그의 거부로 우리는 이별한 상태였지만
만나면 늘 연인처럼 행동했었다

휴가날이 다가오고 그는 돌연 잠수를 탔다
카톡을 차단한것도 아니면서 며칠에 한번
내 문자를 확인하며 묵묵부답
이미 남아날 자존심도 없었지만 너무 처참했다


혼자서 마카오행 티켓과 숙소를 예약했다
배낭하나 들고 간 그곳에서
며칠을 걷고 걸었다
예쁜고 좋은것 아름다운 풍경을 볼때마다
그와 함께이길 간절히 바랬었다

그러다가 도둑들의 촬영지로 유명한 작은 성당에
가게 되었는데 난 그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고 피곤함과 더위에 성당안으로
들어갔고 그 아담한 성당안에 일본인 관광객 두명과 나,
이렇게만 있었는데 곧 그들이 남아 나만 남아있었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런데 그때 뭐에 홀린듯이 나는 앞으로 나가
단상앞에 무릎을 꿇고 두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하느님 제발 그 사람 그만 방황하고 제곁으로 오게 해주세요 첫기도는 잘 들어주신다던데
만약 그만 돌려주신다면 제 평생을 성당을 다니며
기도하며 살게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긴 기도인데
그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간절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그는 나의 마음을 무참히 짓밟았고,
맘떠난 사람 더 붙잡기가 힘겨워 나도 놓아버렸다
드문드문 여행사진을 볼 때면 '소원은 아직도 안들어주셨네요' 하며 씁쓸해했다

그 이후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행복한 사랑을 했고,
얼마전에 헤어졌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지내는 중
이년전의 그에게서 뜬금없이 연락이왔다
서로 안좋게 끝난후 단한번의 연락도 없는
그 사람이어서 연락은 꿈도 안꿨는데
그 자존심 센 사람이 전화를 하고
본의아니게 안받은건 아니었으나 어쨌든 받질 못했는데 실수했거나 싶어 넘겼더니
며칠후 문자가 왔다
일상의 인사를 가장해 얘기를 하는데
그 대화에 묻어있는 짙은 미련이 느껴졌다
나는 잘지내니 당신도 잘 지내라고 하며 연락을 끊었다

모질게 내치더니 미안해서라도 연락못할줄 알았는데 일년도 더지나 뭘 바라고 연락한건가
하며 씁쓸해하며 누워있었는데
문득 마카오성당에서 빌었던 기도가 생각났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는데
기도가 이루어졌다
너무 늦게


허탈하게 나오는 웃음이란
조만간 다닐 성당이나 알아봐야겠다
추천수2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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