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가 늦은데다 주번이어서 투덜거리며 텅 빈 학교를 나오는데
유난히 좋은 날씨에 네가 좋아하는 파란 하늘이 보이면
네 생각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너랑 같이 걷고있는 상상을 해
수학숙제를 하려다가도 하기 싫어지고 억지로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이어폰을 꽂았는데
들려오는 달달한 사랑노래에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면
문득 드는 네 생각에 괜히 미소짓게 되고 그 곡만 몇 번이고 반복하게 돼
학원이 끝나고 교복차림의 아이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오는 상가에서 인상을 쓰고 있다가도
코끝에 느껴지는 시큰한 밤공기에 모든 게 맑아지는 느낌이 들면
힘든 나를 네가, 힘든 너를 내가 위로하고 다독이며 시원한 밤하늘 아래 함께 이야기하는 상상을 해
교복은 그대로 입은 채로 양말에 스타킹만 벗어놓고 편안하게 침대에 엎어져선
특유의 따뜻한 이불 냄새를 맡으며 꾸벅꾸벅 졸다가도
오늘 본 네 미소가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
네 생각 하느라 내 시간이 가득찬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