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은 '호러'판에 올리기에는 조금 싱겁고 시시한 이야기일텐데도, (그러면서 길기도 하고)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그리고 제 문체를 맘에 든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기뻐요.열심히 하겠습니다!
<친구의 거짓말>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방이라는 걸 알면서 함부로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다" 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원래 아무것도 없던 곳이었더라도 '무언가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미신 같은 이야기긴 하지만요...
이건 제가 중학교 때 사귀었던 친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성격도 밝고 명랑해서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었고 또 실감나게 잘 얘기해주어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와 많이 친해지게 됐었죠.
어느 날 그 친구가 '나 귀신을 본 적 있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괴담 등을 이야기해주곤 했는데, 이제는 자기가 직접 귀신을 본다는 것이었죠.
처음엔 자기가 가위를 눌렸다느니,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느니 하는 별 것 아닌 얘기로 시작해서 그것은 곧 엄청나게 스펙타클한 이야기로 바뀌어 갔습니다. 머리채를 길게 늘어뜨린 채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피를 흘리고 있는 귀신 이야기라든가,방 구석에 쪼그려앉아 무언가를 씹어먹고 있는 눈 없는 어린 아이의 이야기 같은...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름대로 즐겁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쩐지 그것이 허풍을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서운 이야기라는 게 꼭 '실화'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굳이 친구의 흥을 깨지 않고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2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친구들 여러명이서 만나 신나게 놀다가, 집에 가는 방향이 같은 그 친구와 저 둘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귀신은 많이 봤느냐고 묻자, 친구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친구는 한참동안 고민하더니, 제게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그동안 한 얘기는 다 내가 꾸며낸 얘기들이었어"라고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탓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자 친구는 놀란 듯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이제는 아니야...."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지금은 진짜로 귀신을 보는 탓에 너무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자기가 거짓으로 만들어냈던 귀신같은 것들이 이제는 진짜로 눈에 보인다고...
친구들한테 해줄 생각으로 이런 저런 무서운 이야기들을 생각해 내고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울에 누군가가 비치더랍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너가 날 불렀잖아" 그런 이야기들을 귓가에 속삭이기도 한다면서, 괴로운 표정을 짓더군요.
그 이후로 친구는 귀신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게 되었고 중3 때부터 반이 갈라져서 그 이후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친구가 본 것은 진짜 '귀신'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아마도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어하니까, 본인은 고민도 많이 됐을 겁니다. 친구는 이야기를 지어내다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몰두해 버린 게 아닐까요. 특히나 늘 "이건 실화야. 내가 어제 겪었어!" 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강조했었으니까요. 본인도 모르게 자신을 세뇌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귀신은 없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귀신이란건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이라고도 합니다. 이웃집에 걸려있던 흰 빨래가 밤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로 둔갑하는 것처럼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적절한 사물에 투영해 자신이 원하는대로 보는 것 뿐일지도 모르죠.
아직도 그 친구는 자기가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에게 시달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정말로 그 친구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 무언가를 '불러들인' 걸까요.그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번 글은 별로 길지는 않네요.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게다가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정말 감사해요!
(물론, 써주세요! 하는 말은 아닙니다 ㅎㅡ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