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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할머니께 말실수한 것 같다

니가춤추는... |2014.03.11 11:42
조회 300 |추천 3

내가 일하는 곳에 손주 손녀랑 사는

박스 주으러 오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

이 곳이 폐지나 박스같은게 많이 나오긴하는데

분리수거가 안되서 일일히 폐지를 골라가져가야돼

가끔 퇴근하면서 지나가다가 보면


추운 겨울날 쓰레기장에 앉아서


오랜시간 쭈구려 앉아서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열어보면서


폐지를 하나씩 따로 담으시는 게 보이더라

거기에 먹다남은 커피액체 오물

깨진 화분조각 파손되서 뾰족한 물건등이

많은 걸 아는 나로서는 마음이 불편해지더라

그래서 작년 12월부터

내가 직원들한테 내가 앞으로 쓰레기 버리고

분리수거 할 거니까 아무렇게나 버리지말고

그냥 냅두라고 하고

노가다 목장갑 하나 착용하고

퇴근 30분 전부터 사무실내에 있는 모든 쓰레기

주변 건물에 있는 모든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박스는 뜯어서 접어서 쌓아두고

피자 포장지나 케익포장지 종이 잡지 신문지는 크기별로 분류해서 따로 모아놓거나

그 양이 너무 많아서 들고 가기 힘들땐

큰 대용량 쓰레기 봉투를 사서 거기다가

다 담아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놓으니까 생각대로 그 할머니께서도

더 이상 일일히 헤집지않고

놓여져 있는 거 담아가기만 하면 되고

쓰레기 수거해 가는 사람들도 편해보이더라

그리고 퇴근전에 할 일 없어서 인터넷검색이나

하면서 잉여거리는 것 보단 낫더군

그렇게 습관적으로 그 일을 하게되었고

그러던 어느날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다 분류하고 쓰레기봉투를 묶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할머니랑 딱 마주쳤다

그 할머니가 날 보면서


"들어가요 총각, 내가 할게요"

라고 하시는데

마치 '알고 있었다' 이런 느낌이라

매우 뻘쭘해서

장갑 벗으면서

"ㅇ... 안녕하세요...

쓰레기봉투가 열려있길래요"

이렇게 얼버무리면서 들어갔는데

몇일뒤에 할머니께서 폐지 주우러오시면서

큰 봉투에 뭔가를 잔뜩 사오셨더라고

그걸 주시면서 사람들이랑 같이 먹으라고 하시는데


뭐라고 할말이 없어서

"제가 이 걸 왜 받아요ㅡㅡ?

할머니 때문에 그런거 아니고요

그냥 분리수거도 잘 안되고 지저분해서

그런건데요"

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받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열어보니까 우유랑 각종과자였는데

난 원래 과자를 잘 먹지 않지만 그 날은 먹었어

그리고 사람들이랑 먹으면서 든 생각이

폐지 하룻동안 주워도 돈이 많이 나오지도 않을텐데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나도 다음날 뭔가 답례를 하고 싶었는데

과자사봤자 안 드실 것 같고

라면도 좀 그렇고 해서

그냥 주변 빵집에서

여러가지빵을 종류별로 사왔어

이것 저것 10만원 어치도 넘게 산듯...

(물론 내가 먹을 것도 샀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할머니께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받기만 하기 그래서요"


이러고 드리려는데

자꾸 자기는 빵 안 먹는다고 하시는데

내가 안 먹을 거면 손주손녀라도 주시라고

아니 사람이 왜 그렇게 고집이 세냐고 그냥 좀 받으시라고 ㅡㅡ;;


할머니 안받으시면 나 이거 버릴거라고 이런식으로

단호박씹고 개싸가지 없게 말했는데

그제서야 받으시더라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말 개념없게 한 거 같다. 후회된다.

추천수3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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