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번의 가벼운 연애로,
실연이란 게 어떤 건지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정말 많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나니
아 이런게 이별이구나 하고 느낀 이십대 여자에요.
이별부터 재회까지, 다소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이전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라서
지금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구나 싶었던,
내가 노력할게, 미안해, 한 번만 만나자 등등
대책없이 붙잡기도 했었어요.
결국 연락만큼은 계속 해달라는 비참한 부탁을 해버리고 말죠.
그 때 그 사람은 냉정했지만
우는 제가 조금은 불쌍했는지 받아줬어요.
그 때부터 고통의 연속이었어요.
연락 계속 하면 좋을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 사람의 목소리, 말투, 행동 하나 하나
우리가 연인이 아닌 친구보다 어쩌면 남보다 못한 관계라는 걸,
우린 헤어졌다는 걸 끊임없이 각성시키더라고요.
그 사람이 술 먹고 전화해서 보고싶다, 미안하다는
말 몇 마디에 심장이 쿵- 내려앉고 기대했지만
이틀 째 다시 연락이 없어 먼저 연락을 해보니
술 먹고 실수였다, 발 빼기에 또 며칠을 끙끙 앓았죠.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나날이 반복되다가
제가 더이상 연락 하지 말자고 했어요.
물론 그 말 하고 나서 굉장히 후회했죠.
일주일 동안 또 괴로워하며 하마터면 찾아갈 뻔 하기도 했어요.
말려주던 친구가 고맙네요.
그리고 정말 끝인 줄로만 알았던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또 술. 그 놈의 술. 정말 미워야 하는데 속상하더군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그를 보며
아- 그저 또 날 흔들려는 거구나, 싶어 정신차리라고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로 연락이 또 없었죠.
ㅋㅋㅋㅋㅋㅋ물론 전 다시 헤어진 다음날로 돌아갔어요.
내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 후회를 하고,
그 후회를 또 후회하고 그러던 중.
그 후회마저 가라앉고 있던 날이 좋은 어느 날,
약속이 있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노래를 듣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구남친의 전형적인 인사. "잘 지내?"
너무 뻔한 인사 아니냐며 웃으며 얘기하다가
그 사람이 절 보고싶어 한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그 사람이 먼저 만날까 하다가 전화를 끊고 나니
잠시 후,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하더군요.
반복된 일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얼마 안 가서 또 무너졌어요.
다시 연락 올거라는 기대감,
하지만 오지 않는 그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쳐
진짜 그만하자 먼저 연락했지만
그럴 생각이었다는 차가운 대답에 쿨한척 끊고 또 한참 울기만 했죠.
그 이후로, 전 책에 의지했어요.
대학생이 된 이후로 책을 멀리하게 됐는데
제가 감정이입을 잘 해서 그런지 책 읽을 때 만큼은
그 속에 빠져서 잠시나마 잊어요.
사실, 그 서점도 그 사람을 기다리거나 만났었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해요.
늘 행복한 기억만 서려 있어서 그런지
슬프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마치 그를 기다렸던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책을 읽었어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책 하나를 골라 정말 열심히 읽는거죠.
소설이 가장 집중해서 읽기 좋았어요.
덕분에 진짜 좋은 책 한 권 얻기도 했어요.
시간이 흘러흘러, 다시 우뚝 혼자 설 수 있게 됐던 어느 날 새벽.
이제 절대로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에게서 또 연락이 왔어요.
이번은 달랐죠. 만나자고 하더군요. 그냥 보고싶다고.
술 마시지 않은 그는 절 많이 그리워 했다, 정말 힘들었고
연락을 할까 말까 거절당할까 두려워 오랜 갈등을 했다고 고백했어요.
그리고 재회했습니다.
재회를 상상했을 때는 전처럼
사랑스럽고 애틋한 그런 연애를 다시 시작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왠 걸.
그렇지 않아요.
다시 만났을 때 마치 이별은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게 과연 옳은 건가 싶더군요.
한 번 깨진 도자기 다시 깨지기 쉽다고 하죠.
그리고 다시 완전히 부수고 만들어야 한다는 말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젠 진심으로 옳다는 걸 느껴요.
헤어진 이유를 확실히 알고, 해결을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저만 조심스럽고, 그는 그대로에요.
제가 자기를 더 많이 좋아한다고 해서 자기가 더 우위에 있는 건 아닌데
이별하고 나서 알게된 그의 새로운 모습.
마치 자기가 갑인냥 행동하는 모습에 혼란스러웠어요.
사귈 때 괴로웠던 이유가 다시 떠올랐죠.
늘 제가 져주는 연애.
그리고 재회를 하고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이 사람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구나, 였어요.
헤어지고 나서 좋았던 기억만 난다고 하죠.
저도 그 사람이 잔인하게 했던 행동들은 기억이 나지만 와닿지 않았어요.
당장 그대로 미안하다 하고 만나면 하루 이틀 정도는 좋아요.
연애할 때보다 매우 뜸해진 연락,
어색한 대화와 짧아진 통화,
매일 같이 했던 사랑한다는 말도 함부로 못 하고,
언제 또 이별을 말할까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눈치 보는 일,
결코 달콤하지 않아요.
제가 이번 연애를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어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저처럼 실연에 생소했던,
재회에 생소했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이별 할 때, 절대 붙잡거나 먼저 연락하지 않아야 해요.
정말 당연한 얘기죠? 누가 그랬는데, 한 번 잡으면 열 발자국 멀어지고
두 번 잡으면 백 발자국 멀어진다고 했잖아요.
정말 힘들지만 각자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 볼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꿈에 그리던 재회 할 때, 정말 기쁘고 아주 조심스럽겠지만
각자 진짜 반성하고 노력할 의지를 제대로 갖고 만나야 해요.
초반에 스킨십 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한 이유죠.
재회를 했지만 아무래도 그가 좀 늦게 온 것 같군요.
그 사이에 마음 정리가 여러 차례 이루어져서 그런지
만나면 만날 수록, 알면 알수록 마음이 멀어지고 있네요.
이러다 제가 반대의 입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노력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계속 하고 싶겠지만
노력해달라고 제가 먼저 말한다면
또 지친다고 헤어지자고 할지도 모르죠.
잔소리가 줄고, 양보하는 게 늘어나니
그 사람은 이전 보다 개선된 관계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 천천히 포기하고 있는 거에요.
당신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려는 사람보다
당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