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24살이고 전역한지 1년된 예비역 남자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를 했었는데(당시 19살) 그때 재수학원에서
짝사랑하던 동갑내기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5월쯤부터였던것 같네요
(참고로 전 남중,남고를 졸업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까이 지냈던건 아니고 학원내에서는 거의 말을 안하던 사이였습니다.
좋아하는거 티내본적은 없었구요. 연애하던 사이도 물론 아니였구요.
수능이 점점 다가오면서 그 친구가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극심했는지 밤에 자기전에
문자로 저랑 자주 얘기하게 되고 저도
걔 고민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면서 가까워지기는 했네요.
(쩝 어쩌면 그걸로....)
결론부터 말하면 그 친구한테 좋아한다고 고백은 못해 봤습니다.
원래는 수능 끝나고 여유가 생기면 할려고 했었는데
그때 당시는 저 자신을 보이자니 제가 너무 초라해보여서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하고
쉽게 말하면 쪽팔려서 주변 사람들하고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했었습니다.
자존감이 낮앗던 시기였지요....
소식 들어보니 그 아이도 결과가 좋지 못해서 한해 더 수능 준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같은 학원 같은 반이다 보니 걔도 공부는 저랑 비슷하게 했던것 같습니다.
저는 어찌어찌 높게 썻던 수시는 다 떨어지고 문과 상경계열 경제학과 그런저런 4년제 대학 들어가서 1년간 아무 목표도 없이 그냥저냥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알바하면서 대충 막 살다가 공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학점은 나름 신경 썼지만 돌이켜보면 매사에 의욕은 없었던 듯 하네요. 학교에서도 아싸로 지내서 친구도 전혀 없었구요...그렇다고 그 아이처럼 삼수를 하기는 제 멘탈이 당시 너무 약했고요.
대학생활 하는 동안에도 입대하기전에도 그 아이랑은 연락하지 못했었습니다.
좋아했다면서 연락을 못했던 이유는 "공부하는 친구 건드리지 말자"라는 생각 때문이였지만
더 큰 이유는 제가 걔한테 귀찮은 대상이 될까봐 겁났던 것 같네요
근데 2011년에 입대를 하고 시간이 좀 지나 제가 상병이 됬을때쯤 부대에 편지가 왔었습니다.
제가 여자인맥이 없어서 편지 같은거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훈련소 동기가 보냈나 생각하고 받았는데 놀랍게도 제가 짝사랑했던 여자애더군요.
아 편지 주소는 제가 싸이월드에 올려놨었습니다.ㅋㅋ보낼 사람은 없었지만ㅋㅋ
편지에 별 내용은 없었습니다.편지 내용은 그동안 왜 연락 안했냐,군복무는 잘하고 있냐,
휴가 나오면 연락해라, 나는 요즘 토플 시험하고 학교 과제에 치여 살고 있다,
군복무 잘 마무리하고 나중에 꼭 한번 보자 등 그냥 상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래도 편지 받으니까 너무 반갑고 설레더라구요ㅋㅋ 그래도 잘 있다 너도 잘지내라는 내용의 답장 정도만 하고 또 그 이후로도 연락은 꾸준히 못했었습니다. 제가 당시 대입시험에 재도전 준비를 하고 있어서 군생활에 공부에 이중으로 바쁘게 생활하고 다른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거든요.
돌이켜보면 군복무하면서 나이먹고 주변에 민폐였지요ㅜㅜ
아무튼 전역 이후에도 핸드폰 개통 안하고 한눈 안팔고 8~9개월동안 세상과 isolated 된 상태로 인강과 독서실 생활만 바쁘게 했었습니다. 입시 결과는 학생때 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인문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는 다소 부족해서 결국은 눈물을 머금고 다시 원래 학교에 복학하게 되었지만요. 수능이 끝나고 대학별 고사까지 모두 마무리 된 이후 바로 몇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올해스마트폰이라는걸 처음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문명의 세계와 접했었네요.ㅋㅋㅋ 일정시간이 지나 알바하던곳 분들께 곧 퇴사하겠다 인사드리고 그날 밤 약간 술이 올라온 상태로 집에 갔는데 카톡에서 그 친구한테 연락이 왔었습니다. 곧 그 친구가 남아공으로 1년간 교환학생 간다고 가기전에 한번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반갑고 궁금하기도 하고 저에겐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타이밍도 좋아서 바로 약속잡고
둘이서 같이 분위기 좋은곳에서 저녁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 친구 전공도 저랑 같아서 (그 친구 삼수 결과는 못 물어 봤지만...) 전공과목 얘기, 교수님 얘기,
사람관계에 관련된 그 친구 얘기,예전 학원생활 얘기,싫은사람 뒷담(ㅋㅋ)등등 재밌는 얘기거리는 정말 많더라구요.
사실 얼굴 맞대고 그렇게 편하게 오래 얘기해본건 그때가 처음이구요.
당연히 남자친구는 있겠지 생각했는데 꽤 오래전에 깨졌다고 하면서 저한테는 여자도 안꼬이고 뭐하고 지냈냐고 막 구박하구요ㅋㅋ기분좋게 많은 얘기를 나누고 밤이 늦어서 걔 집 근처에 데려다 주면서 헤어지고 집에 오는데 그 이후로 뭔가 공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암튼 기분이 우울해지고 한동안 걔 생각밖에 안했던것 같네요ㅜㅜ예전에 그 좋아했던 감정이 다시 발동한건지 아니면 혼자 지낸거에 대한 후유증이 커서 그런건지......
암튼 이후에 제가 좀 성급하게 굴었던것 같네요. 걔가 출국하는날 좋아한다고 고백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만난다는 보장도 없는데 걔 생일선물
(공교롭게도 출국하는 그날이 걔 생일이었어요. 저하고 생일이
이틀밖에 차이가 안나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가지고는 인천공항에 가서 출국장 앞에서 기다리다 전화걸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서로 엇갈려서 못만나게 됬구요ㅜㅜ그 친구도 출국준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 전화를 못받게 됬다고 뒤늦게 연락이 왔는데 제가 그냥 잘지내고 조심하라고 하고 생일선물 줄려고 한건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태연하게 말하고 집에 돌아오게 되었지요.
이쯤되면 제가 좋아하는거 걔가 눈치 챘을것 같기는 한데...
암튼 시간이 지난 지금 최대한 바쁘게 생활하면서 잠시 걔를 잊고 지내다가
또 약간 한가해지니까 생각이 나서 여기에 넋두리 하고 갑니다ㅋㅋㅋㅋ
정말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