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간첩이 될 수 있습니다. 무슨 광고문구 같지만 2014년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현주소입니다.
지난해 1월 21일 동아일보는 유우성씨가 탈북자 1만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탈북자 사회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7개월 후인 지난해 8월 22일 유우성씨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는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로 판명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의 부실한 수사와 검찰의 무리한 기소, 그리고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한편의 엉성한 추리소설로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면서 유우성씨가 북한의 간첩으로 포섭되었다는 시기에 북한에 다녀온 것 같은 출입경기록을 제출합니다.
변호인과 유우성씨가 당황할 것이라 오산했던 검찰과 국정원은 변호인들이 위조를 강력하게 주장하자 오히려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국정부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문서들이 모두 위조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제 검찰도 증거조작을 한 범인들을 찾겠다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개시를 개시하고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이 간첩조작사건은 많은 문제점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공범’인 검찰, 국정원 수사 똑바로 할까?
우선, 검찰 역시 공범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같은 시기에 국정원으로부터 위조된 출입경기록과 위조되기 전의 출입경기록을 받았는데 위조된 출입경기록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또 중국정부에 정식으로 출입경기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마치 정식요청에 따라 중국정부가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것처럼 법원과 변호인을 속였습니다. 나아가 변호인들이 문서의 위조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검증을 거치라고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새로운 위조문서를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본다면 검찰은 증거위조의 공범이라고 할 것입니다.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진정성 있는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와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한편, 이 사건은 아직까지 증거조작의혹 사건으로 불리고 있으나 사실 증거조작의혹이 아니라 그냥 간명하게 증거조작입니다. 그리고 증거조작과 간첩조작은 동전의 앞과 뒤입니다. 일부에서는 증거조작과 간첩사건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을 충분하게 살피지 않은 순진한 주장입니다.
유우성씨에 대한 객관적인 간첩증거가 전무한 사건에서 유일한 증거로 나온 것이 위조공문서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간첩조작 사건입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이 간첩으로 몰리고 7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건입니다. 따라서 중국문서를 위조했다는 혐의가 아니라 간첩을 조작한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정원, 언제든 탈북자를 간첩으로 둔갑시킬 수 있어
한편, 유우성씨의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오빠가 간첩이라고 진술했다가 재판에서는 이를 번복했습니다. 여동생은 모든 탈북자들이 거쳐 가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6개월 동안 독방에 감금된 채 강압수사를 받았고, 가혹행위를 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허위자백을 한 것입니다. 게다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조차 침해되었고 법원도 이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는 비단 유우성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탈북자들이 한국 땅에 첫 발을 딛는 곳이 국정원의 중앙합동신문센터인데 그 곳에서 잠재적 간첩으로 조사를 받습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에게 조사가 언제 끝나는지 알려주지 않고, 달력도 주지 않아 매우 불안한 심리상태를 유발하고, 조사기간 중에는 가족조차도 만나거나 연락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국정원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들이 요구하는 진술을 하게 됩니다. 유우성씨 사건도 북한에서 유우성을 봤다는 탈북자 진술들이 이러한 구조에서 만들어졌고 재판과정에서 모두 신빙성이 없다고 판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중앙합동신문센터는 아무런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는 조직입니다. 결국 이러한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탈북자들이 조사를 받는 현 제도 아래에서는 언제든지 새로운 간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있지만 바로 이러한 연유로 마음이 불편합니다.
최근 재심에서 간첩조작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데 과거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 현재 더 진화된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이를 통해 간첩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증거조작에 국민들이 분노해야 합니다. 내가 아니라고 무관심한다면 언젠가 당신 또는 당신의 가족도 조작된 증거에 의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김용민 법무법인 유한주원 변호사《민중의소리》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