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늦은 오후임에도 영화관엔 사람들로 붐볐다. 카니스는 여유롭게 걸으며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산 뒤 시계를 재차 확인하며 서 있었다. 티켓을 달랑달랑 흔들며 주위를 보던 카니스는 영화관 한 구석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바라보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서 흰 국화를 놓으며 묵념에 잠긴 사람들이 보였다.
“아, 진짜….”
“나 영화 보면 바로 울 거 같아.”
“나도… 어떡하지….”
홍콩 최고 영화배우 미드나잇 루의 자살 소식은 홍콩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렸다. 갑작스러운 루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던 팬들은 몇 번이고 그의 죽음 부정하려 했다. 루의 시체가 없다는 것이 그들이 루의 죽음을 부정하는 근거였다. 페리에서 투신했기 때문에 루의 시체를 찾기란 매우 어려웠다. 공안 당국의 직접적인 수사 하에 빅토리아 하버 전체를 닷새에 걸쳐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한 것이었다. 이에 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이 반발의 중심엔 화승화의 보스, 크리스가 있었다. 당시 검찰에 소환되어 수사 중이던 그는 루의 자살 소식에 난동을 피웠고 보다 못한 검찰 측에서는 하루 보호감찰 하에 그를 풀어주었다. 밖을 나온 화승화 보스의 행동은 홍콩인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장례식을 진행하려던 화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시체를 찾아내라 소란을 피웠고 공안 당국을 직접 찾아가 시체 수사를 연장하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외쳤다. 그러나 죽은 자를 향한 죽음의 부정은 죽은 자를 향한 예의가 아니었기에, 루의 형식적인 소속사 ‘화 엔터테인먼트(和 Entertainment)’는 침묵을 일관하다 루의 자살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평소 우울증에 시달리던 미드나잇 루의 우발적인 투신자살. 화 엔터테인먼트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발적이라기엔 루의 유서는 너무나 확고했다. 화 엔터테인먼트가 뭐라 덧붙이기도 전에 페닌슐라 호텔 26층을 수사하던 공안 당국은 루의 공식적인 유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유서에 적힌 마지막 말에, 루를 둘러싼 모든 얘기들은 침묵 속으로 잠식했다.
-나의 모든 재산은 구룡성채 철거를 위한 자금으로 써주세요.
그 무렵, 홍콩 정부는 중국 정부와 함께 ‘마계촌’이라 불리는 구룡성채를 철거하기 위한 협의를 논의 중이었고 이와 관련한 대책위원회를 조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의 유서에 따라 그의 모든 재산은 ‘구룡성채 철거’라는 이름으로 홍콩 정부에 기부되었고 그와 동시에 미뤄지던 루의 장례식 역시 거대하게 치러졌다. 장례식은 결국 루의 시체를 찾지 못한 채 진행되었다. 관엔 루의 시체 대신 루의 물건들이 채워졌다. 장례식은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 되었다.
루의 무덤은 홍콩 섬의 한 공동묘지에 안치되었다. 의외였다. 주로 홍콩 상류계층의 무덤가는 스탠리비치 끝에 위치한 초호화 공동묘지에 자리 잡길 마련이었다. 루 역시 재산으로 따지면 홍콩에서 내로라하는 상류층이었지만 이를 진행한 건 크리스의 뜻이었다. 더 이상 그늘에 가려 살지 말고 언제나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 편히 눈을 감기를. 아마도 죽은 루를 위한 그의 오랜 벗이자 가족인 크리스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대중들의 이중성이란 대단했다. 루의 살아생전엔 감히 일어나지도 못할 일들이 줄줄이 일어난 것이었다. 장례식 이후로도 매일같이 거리 추모행사가 이어졌고 루의 마지막 영화 개봉을 위한 시위와 모금 행사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이에 루의 마지막 영화를 찍은 감독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어렵사리 영화를 개봉했고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홍콩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예매율 1위를 하는 등 기적적인 행보를 거닐었다. 루의 사생활을 빌미로 영화 개봉을 비난하던 여론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루의 마지막 영화는 루의 사후 영화라는 타이틀로 포장되어 여기저기 팔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