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비단 아이들만이 아닐테지만.
아이들에게 특히나 이 얘기를 해주고싶어서 글을 쓴것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래요.
안녕, 안녕하지 못한 아이들아.
꼭 너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어 몇자 적어.
나이든 사람이 어린아이들에게 뭐라 몇마디 하는게 사실 사회에선 꼰대같다고들 하잖아
그래, 이런상황이 되면 나는 참 꼰대같이 넋두리를 하게되는게 사실이더라고.
그냥 나는, 그런일을 좀 더 일찍겪고, 이겨내었고, 지금 그래와서 그런지말이야.
우리집에서 나는 딸이라 조금은 등한시 되어서, 일찍부터 자립심이 좀 강했고
아들인 동생은 집에서 예쁨 잔뜩받고 컸지. 그래서 애교도 많고 사랑스럽고 다만, 자립심은 좀 약했어. 나보다는 조금 쉽게 포기하거나 견뎌내지 못하기도했지, 둘째라 그런것도 있고.
고등학교를 가더니 집안에선 말안듣고 공부도 안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스무살 대학교 진학을 하고싶다고 할땐 결국 집에서 대학교 원서비도 주지않을정도로 말썽꾸러기였지.
그러던 동생이 일하던 도중. 사고를 당한거야.
난 뭐, 같이 사고당한 네명 중 가장 많이다쳤다길래 어디 다리가 부러졌나 싶었지.
아- 아빠엄마 일하시니 내가 휴가내서 내려가야겠네, 나참.. 생각하는사이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
더 큰 병원으로 이송한다고.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하고 끊으려는데 들리는 한마디.
DOA, 이송도중 사망할것같다고 하더라고.
여타 다른설명은 생략하고.
괜찮아? 얼마나 아파? 진짜 갈꺼야? 어디가?
인삿말 한마디 하지못하고 동생은 우리가족과 작별했어. 사고로..
난 사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건 어느정도 상상해봤거든. 가끔 힘들어 견딜 수 없을땐 내가 죽는것도 생각해봤어. 그런데, 동생이 죽는다는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
그래, 이별이라는게. 그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오더라고.
사고수습하고 부모님 추스리느라 눈물한방울 흘리지않고 잠한숨 안자고 경찰서며, 회사사람만나고, 손님들 오시면 탈진한 부모님대신 상주역할하고, 오열하는 친척들앞에서 멀쩡하게 버텼어.
경찰서, 산재보험, 재판, 손해사정사 만나고... 힘든 부모님대신 할것이 너무많아 울지도 슬퍼하지도 못하고. 토닥이는 친구들에게 나 괜찮아! 내가 슬퍼하면 동생 못가! 하며 버텼고
부모님은 일상으로 돌아가 추스릴무렵에. 일년정도 지났을까...
난 일기를 많이쓰는편.
생각나는대로 마구 펜을 갈기는편인데.. 점점 그날 생각나는것들이 희미해지는거야.
세상은 동생없이도 잘 돌아가고있었고. 당연히 고모가 될 줄 알았고, 동생 면회에 치킨을 싸가서 화목한 면회사진 찍고, 내 결혼식때 가족사진을 찍을 줄 알았던 동생이 없는데 세상은 너무나도 잘 돌아가. 게다가 나도 사람인지라 밥도 들어가고 웃기도 해. 잊혀져가는게 당연한데 그게 너무 미안하고 참을수가 없더라고..홀로남은 나에게 지어진 무게, 부담감. 점점 우울증에 빠지고, 병원에 가볼까 하는생각도 들었지..
이겨내어서, 이제 너희들에게 꼰대같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게된 내가 전하고 싶은말은.
얘들아, 너네잘못 아니야.
슬픔에서 슬픔이 쌓이면, 꼭 풀어. 울고 탓하고 욕하고 할수있는건 맘껏 해. 다만, 자신탓을 하지는 마
겪어보니, 그렇다고 달라지는건 없고 괜히 자존감만 낮아지고 나도, 간 아이도 아플뿐이더라.
슬픔을 견뎌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다 해봐. 사실 난 그때 알았어, 우리나라가 스트레스 해소나 우울증을 이겨내기엔
그런 수단과 방법이 많지 않다는것을.. 정신과상담 말고는 별게 없더라.
그럴때 내가 찾았던것이 봉사활동이었어. 돌아보면말야. 사연없는 사람없다고, 나도 위로가되고 그들도 고맙다고 말하고. 나도 뭔가 아직은 보탬이 될만한존재라는게- 많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목표를 정했어.
내가 아니었다면, 괜히 나때문에.. 나만살아서.. 이런식으로 생각하기보다 있잖아.
혹시 그게 나일수도 있었는데, 지금 남아있는게 나라는 이유는. 남은시간 후회없이 잘 놀다오라고, 동생이 자기몫까지 주고갔다고 생각하면서- 어느날일지 모르는 그날 갑자기 나도 훌쩍 떠나게된다고해도 후회없이 살자고. 그리고 그때 다시 만나게될 동생에게 "나 이런이런일 있었다! 하늘나라에서 다 봤지?"하면서 슬퍼하기보다 약올려주려고!
재밌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 자랑하고 수다떨다가, 동생이 "와 재밌었겠다, 좋았겠다"라고 말하면
그러게.. 그러니까 왜 먼저갔냐..... 하고 한번 펑펑 같이 울고- 눈물 다 마르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려고!
그렇게 생각하니 하루가 너무 짧아.
하고싶은것도 많고, 미룰일이 없어.
"언제한번 보자"라는 막연한 말들이 "오늘어때?"하는말로.
당연하게 생각됐던것들이 고마워지고.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니 고맙다는말을 먼저 하게 돼.
그냥 다 표현하고 얘기하고싶고, 그러다보니 사소한것에 감사하게되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많이하다보니 밝은사람이 되어있었고. 여유가 생기다보니 나처럼 힘든사람 아파하는사람을 감싸주고싶고 이야기해주고싶게 되더라고.
얘들아.
이번일로 아마 너희도 알게되었을거야.
당연한듯이 여겨지던 한사람의 빈자리가. 진짜 빈자리가 되면 후회되는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 한자리가 가족, 친구,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건지, 그 어느것들로 대신될 수 없는것인지.
너 역시도 그렇단다.
지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너 역시 너무나도 소중하고, 고마운, 친구이자 가족이고 아들딸이야.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당연한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잊었던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어쩌면 잊을수도 있었던 사실을 일깨워준 순간을
결코 잊지말고, 우리는 남은시간을 후회없이 잘 보내자.
그래야, 우리가 갔을때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이 팔벌려 안아줄꺼야.
그리고 여러분!
손 잡아주는 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사람은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이야기 알죠?
당사자가 아니라도, 옆에서 잘 보살펴주고 관심가져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역사의 기록자이자 증인이자 주체가 되어야합니다.
이번일로 잘못된부분은 바로잡아 고치는지, 잘 다듬어져 가는지. 우리 가족에게 친구에게 있을 수 있는일이라 생각하고
방관하고 침묵하지말고 늘 채찍질하고 참여해야합니다.
나부터가 바뀌고 관심가지만다면 조금씩 변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