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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로운 거리 백현번외

나 기차하는법 몰라서 그냥 긁어왓다!!

이래도되지??안대면 바로말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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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외전

 


You're a funkin' headache.(새끼, 진짜 골 때리네.)


나는 너로 하여금 어떤 것을 감추고 어떤 것을 드러내려고 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도경수의 바지를 벗기고 그 좁은 틈을 쑤시며 나의 성욕을 채웠는지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당신이 하라는 거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팔지 마세요. 살려주세요.


핏빛으로 물든 네 부모 앞에서 겁에 질려 흔들리는 네 눈빛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양부모를 내 손으로 죽이는 그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그 양부모 앞에서 어떤 표정을 하고 그들을 죽였는지 생각이 났다. 나를 바닥으로 밀어내려고 시기하는 그 눈빛들을 끊어내기 위해서 나는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내 손으로 직접 부모를 죽였다. 물론, 그들은 나의 입양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이셨지만. 나를 입양하고도 방치해서 스스로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도록 버려두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그들은 나의 부모였으니까. 나는 내 고막을 찢는 두 발의 총성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 수 밖에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양부모의 머리를 뚫고도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너에게서 나의 눈빛을 보았다. 양부모를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죽였던 나의 불쌍한 눈빛을. 어린 나의 두려움을. 이미 그 일을 시작으로 감정이라는 자체가 사라진 나에게 처음으로 감정을 불어 넣었다. 너는 더럽혀지기 전의 나였다. 그래서 싫었다. 더럽혀지기 전의 나는 순수하고 어렸기 때문에. 아니, 이미 두 번이나 버려진 나에게는 순수함 따위가 남아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난 너의 순수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뒤틀렸다. 그래서, 그랬다.


넌 순수하고 어렸기 때문에, 감정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나처럼 떠돌이가 될 터였다. 나는 떠돌이니까. 너의 미래는 나였다. 그렇게 만들어야만 했다. 나는 너의 순수함을 미워하면서도 동경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사람 대가리나 뚫는 나를 미워했다. 너를 보면 볼수록 나는 점차 더러워져만 갔다. 그래, 나는 정말로 너가 나에게 칭하는 것처럼 괴물이었다. 사汰? 아닌 괴물.

나는 네 순수함을 사랑했다. 네 순수함을 더럽히면서 스스로에게 외쳤다. 다리 사이에 제 것을 밀어 넣고 피를 내는 폭력적인 섹스를 하면서 위로했다. 도경수는 너처럼 더러워지고 있다고. 도경수의 머리채를 잡고 허리를 흔들면서 울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너는 과거의 나를 또 더럽히고 있어. 동경과 증오가 섞인 시선은 줄곧 경수의 순수함을 무너뜨렸다.

 


“왜. 아, 너네 부모처럼 골로 가고 싶어?”

 


나는 내 밑에서 우는 도경수가 좋았다. 나는 그의 순수함을 동경해서, 더 망가뜨리고 싶었다. 욕심이 났다. 질투가 났다. 너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살았는데 나는 왜 한국이라는 곳에서 태어나 버림을 받았는지. 그리고 또 미국에서도 버림받았다. 내가 잘못된 걸까? 내가 태생이 괴물이어서 그렇게 된 건가? 왜 도경수는 항상 사랑을 받을까. 왜 도경수는 울 수 있을까.

떠돌이 같던 삶에 들어온 도경수라는 순수함은 나를 곧 하얗게 물들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나의 추악함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너를 보면 볼수록 나는 더욱 더러워졌다. 네가 나를 밀어낼수록 나는 스스로가 점차 미워지고 싫어졌다. 괴물이라고 외칠수록 나는 더욱 징그럽게 변해갔다. 너는 하얗다. 나는 검다.


태어났을 때는, 나도 경수 너처럼 하얗게 태어났을까? 섹스를 하면서 도경수의 쇄골에 입을 맞춘다. 허리짓을 멈추지 않는다. 나도 너처럼 이렇게 하얀 모습으로 태어났다면 왜 버림을 받았을까. 나는 정말 피도 까만 괴물일까? 경수야, 난 너처럼 순수했던 날이 있었을까. 경수의 쇄골에 얼굴을 묻는다.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경수의 신음이 터지고 있었다. 나도 너처럼 하얗고 순수해지고 싶어.

 

 

“경수, 형이랑, 무슨, 사이….”
“아, 내 창녀야.”


나는 너를 소유하고 싶었다. 처음 본 남자 입에서 네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투둑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건 아마 내 이성이었을 것이다. 하루종일 우울하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내 옆에 있고부터 빛을 잃어가는 너를 생각했다. 나는 빛이 아닌 어둠이어서 네 빛을 먹어서 삼키는 것이다. 항상 무표정하고 지겹다는 표정을 하는 너를, 네 감정을 다 갉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랑을 받아서 쉽게 우는 너를. 내가 울 수 없는 것 대신 울어주는 너를. 오세훈과 잔 너를. 오세훈과 행복하게 웃으면서 섹스한 너를. 나는 너를 망가뜨려서라도 소유하고 싶었다. 자존심을 깎아내리면서 너를 그렇게 밟고 싶었다. 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너의 순수함, 너의 더럽혀진 그 순수함. 너의 순결. 나만의 순결.

나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걸까? 왜 내 옆에 있으면 도경수는 죽을까.


오세훈의 머리를 한 번 찼다.

네 옆에 있던 도경수는 하얗게 빛났니? 답이 없다.


“경수는 내 창녀야.”


경수는 내 빛이야.


“신발, 내 창녀라고, 그 년은. fun. 알아들어? 어? 신발.”


경수는 내 옆에 있어도 빛을 잃지 않아.

 

그리고 나는 도경수의 말에 또 지옥으로 떨어진다. 점멸한다. 나는 빛이 아니다. 나는 어둠이다.


“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다 뺏어간 괴물이야. 알아?”


너는 필요 없는 존재야.

너는 내 빛을 갉아 먹는 악마야.

넌 곧 나에게서 버려질 거야. 쓰레기처럼.

 

오세훈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우는 너를 보면서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처음 부모님을 죽였을 때 마주했던 하얀 네가 생각이 나서. 너는. 언제나 하얗구나, 경수야. 오세훈한테도 너는 하얀 아이였다. 피까지 새카만 나와 반대로 너는 하얀 마음으로 울고 또 우는 구나. 오세훈에게는 사랑을 얼마나 받았길래 그렇게 우니. 괴물인 내가 죽어도 그렇게 울어 줄 거니.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나는 태생부터 잘못된 새끼라, 너의 순수함에 가려질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너는 내가 흉내 낼 수 없는 큰 빛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는 사랑을 받고 태어나서, 부모의 죽음에 울 수 있었겠지. 부모의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파할 수 있었겠지. 오세훈과 행복했기 때문에,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울 수 있었겠지.

 

그런데, 난 말이야.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었어. 사랑 받은 기억이 없으니까.

 


매번 피 비린내가 난다면서 날 밀치던 경수의 손은 항상 매서웠다. 스스로에게 채찍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악몽에 시달렸다. 너는 태어나면 안 될 존재였어. 너는 두 번이나 버림 받은 주제에, 사람도 죽이고 있다니 너는 악마야. 너는 괴물이야. 나는 괴물이야. 항상 환청에 시달리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온갖 잡것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머리가 항상 웅웅거렸다. 그래서 나는 더욱 포악해져만 갔고 예민해졌다. 걷다 보면 비웃음이 들린다. 둘러보면 아무도 없는데, 계속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온 자리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시기하는 사람들을 모두 잡아서 잔인하게 쏘았다. 총을 쏘기 위해서 집중하는 그 순간이면 머릿속에 깨끗하게 비워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나의 숨소리만 들린다. 조용했다. 그리고 총성이 한 번 들리고 상대자가 쓰러지는 걸 확인하는 순간 다시 머릿속은 시끄럽게 변한다. 역시, 넌 괴물이야. 넌, 역시 변백현이야. 변백현은 괴물이야. 넌 괴물이야.


한인 갱단 입단식 절차에서 11살에 성인 남자들에게 밟혀도 내가 핏덩이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난 항상 그런 독한 세상에서 버림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경찰에 먼저 신고를 하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달리기 시작했다. 네가 아무리 나를 싫다고 떠밀어도, 나는 계속 너를 갈구할 거야. 나는 너를 소유하고 싶으니까. 너의 빛은 내 거니까. 울다가 실신한 경수는 라스베가스의 병원에 옮겨지게 될 것이다. 얼굴은 나중에 보러 오면 되었다. 일단은 나를 쫓는 경찰들을 따돌리는 게 급선무였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도경수 이름을 대고 병실을 물었다. 복도에서 절뚝거리면서 걸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쳐다보았다. 까만 양복이 피에 젖어 있었으니까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겠지. 왜 그렇게 봐, 나는 이게 나의 전부인데. 품에 있는 총으로 대가리를 다 뚫어버리고 싶었지만 참는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사람들 사살이 아니라 도경수의 상태를 파악하고 온 거니까.


병실 문을 연다. 핏기 없는 입술로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도경수가 보인다. 바싹 마른 게 눈에 확연히 드러난다. 쇄골이 더 도드라졌다. 나는 그래도 도경수를 놓고 싶지 않았다. 내 빛을, 내 순수함을. 널 놓고 싶지 않았다.


이틀 째 잠을 자고 있다는 말과 몸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 손을 들어서 네 이마를 짚고 싶지만 혹시라도 깰까봐 손을 대지 못한다. 너는 병실에서 널 보고 있는 나를 보며 또 무슨 짓을 할까. 욕을 하고 베개를 던지겠지. 상황이 더 악화되면 어쩌지? 안절부절하는 손을 주머니에 가만히 꽂는다.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침대 옆에서 쪼그리고 잠을 청한다. 네가 이렇게 죽어가고 있음에도 나는 너를 가지고 싶다. 너의 순수함을 망가뜨리고 더욱 가지고 싶었다. 오세훈을 죽이고 나니 더 격렬해지는 감정이다. 품에 조용히 숨쉬는 총을 꺼낸다. 스칼렛의 가슴을 뚫을 총. 오늘은 그냥 쉬게 두기로 한다. 도경수를 더 보고 싶었으니까.


넌 언제쯤 나처럼 더러워질 수 있을까. 너는 언제쯤 나처럼 무뎌질 수 있을까. 나는 항상 잠든 너를 보면서 생각했다. 너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양심이 찔렸다. 나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었다는 것이 또 놀랐다. 링거를 맞는 네 마른 팔을 보면서. 나는 또 울고 싶어졌다.

나는 너가 욕심이 나는데, 너는 너무 하얗다. 너를 안기에는 나는 너무 더럽다.

잠이 오지 않아서 밤을 새고 일어나서 일주일 치의 병원비를 냈다. 경수가 언제 일어날지도 모른다. 일어나면 나에게로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 기다리기로 했다. 나에게 돌아올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찾아갈 것이다. 또 나의 빛을 갉아먹기 위해서.

나는 도경수의 입술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마음속으로 작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너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돌아온다면, 나는 너를 또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체로운 거리에 들렸다. 경수가 쓰게 될 폰을 맡겼다. 돌아오지 않을 것임에도 나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는다. 그리고 나는 스칼렛을 집으로 부른다.


경수가 나의 빛이라면, 스칼렛은 나의 여자였다. 스칼렛은 사랑하고 부드럽게 탐하면, 경수는 무너뜨리고 엎어뜨렸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탐하면서도 병원에 누워 있는 경수가 생각이 났다. 스칼렛을 죽여야 나는 내 위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죽여야했다.

 

“난 당신이 불쌍해, 데니.”


난 내 빛이 불쌍해, 스칼렛.

난 그리고 내 자신도 불쌍해.

우리는 모두 불쌍해.


가슴이 뚫려도 웃으면서 죽은 스칼렛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어서 고마워, 데니. 그녀의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금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녀의 차가운 입술에 키스한다. 스칼렛, 나는 어쩌면 내 생각만 많이 했는지도 몰라. 당신은 약혼남을 생각하면서 항상 나의 프로포즈를 거절했고 나의 5년의 짝사랑도 거절했지. 외롭게 죽었을 당신의 약혼남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당신은 나를 배려해서 직접 찾아와 주었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직접 와서 내 외로움을 위로해주었지.

스칼렛, 나는 너무 내 생각만 한 게 아닐까. 내가 너무도 많은 것을 바란 건 아닐까. 나의 더러움을 속죄하기 위해서 깨끗한 도경수를 더럽히는 게 아니었을까. 오세훈 앞에서 서럽게 우는 경수를 생각하면서 나는 또 한 번 되돌아보았다. 사랑하는 내 진심이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스칼렛. 나는 너무도 어리석었다. 나는 너의 순수함을 탐냈지만. 너는,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허겁지겁 일어나서 폰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경수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거나, 폰을 켜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무작정 문자를 보냈다.


[도경수 어디야]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나는 그리고 처음으로 너의 마음을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향한 너의 마음.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도경수의 모습은 항상 겁에 질려 있거나 섹스할 때, 우는 모습이었다. 나는 너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만약에 연락이 오게 된다면 더러운 나에게 떠나보내기로.

그리고 나는 도경수가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내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더러워지고 싶지 않았다. 도경수를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는 도경수처럼 깨끗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잃어버린 순수함을 찾을 수 없겠지만 나는 더 이상 괴물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스칼렛의 시체를 한 번 돌아보고 결심했다.

 

 

 

“백현아, 아직 여기 있어? 나 경수야. 스칼렛이랑 같이 사니까 좋아? 그래, 좋겠지.”
“…….”
“쓰레기 같은 새끼!”


일주일 만에 들어보는 도경수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꽤 큰 게 멀쩡해 진 것 같았다. 잠적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지금 낌새로는 자신을 잡아오라거나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것이다. 저렇게 두면 목숨이 위험했다. 지금 이 장소에 잠복해서 나를 사살할 기회를 노릴 텐데 저 눈치 없는 년.

무작정 입을 막고 끌고 왔다. 불을 키지 않은 이유는 이곳에 아무도 살지 않다는 것을 표시해서 회사에 혼란을 주고 있기 위해서였다. 양 손을 뒤로 빼서 결박했다. 한 손에 딱 잡히는 게, 도경수가 맞다. 슬핏 웃음이 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나의 빛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할 것도 잠시, 나는 나의 빛이 죽는 것이 싫었다.

 

“너 뭐야.”


다짜고짜 울음을 터뜨리는 도경수에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널 망가뜨린 내가 사라졌다는데 좋아해야지 왜 울고 그래. 방심한 사이에 품에 안기는 꼴이 웃기다. 날 그리워했다는 몸짓이다. 우습게도. 그럼에도 나는 너를 더 망가뜨려야 했다.

불을 키고 멋대로 뺨을 갈겼다. 울음을 터뜨리는 너를, 네 바짝 말라빠진 네 몰골을 보고도 울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울고 싶었다. 울고 싶었는데 이미 말라버려서 울 수가 없었다.


“너 내 창녀잖아.”

너는 나의 빛이었다.


그리고 난 당연하다는 듯이 내 빛을 삼켰다. 육체를 탐하고, 너의 순결과 순수함을 탐냈다. 하지만 이제야 내 품에 온 너는 이미 다른 사람의 빛이었다. 네 아래에서 나온 하얀 액체를 보면 말이다. 나는 또 화가 났다. 그리고 난 정말 너를 죽이고 싶어졌다. 내 앞에서 덜덜 떠는 너를 찢어발기고 싶었다.


“넌 마지막 유언 말할 자격도 없어, 개년아.”


그럼에도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한다. 일부러 다리를 맞춰서 기절을 시킨 걸 보면.

 


빠른 속도로 캐리어를 찾아서 무작정 도경수의 몸 치수에 맞는 옷들을 정리했다. 기절한 도경수를 어깨에 업고 방문을 나섰다. 캐리어가 바닥에 직직 끌리는 소리가 난다. 여전히 성능이 좋지 않은 총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직업을 그만 두었다. 지금 기절해있는 이 년 때문에. 아마 이 곳에 잠복하고 있을 것이다. 도경수와 같이 있으니 쏘지 않는 것이겠지. 원래 목표물과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기절한 도경수를 택시를 태워서 캐리어까지 싣고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캐리어까지 옮겨달라며 팁을 많이 주었다. 감은 속눈썹이 가지런하다. 이제야 머리를 만져주며 정리한다. 나는 다시 너를 보낸다. 돌아오지 말라고 일부러 다리를 쐈다. 거동이 불편하니까 이동이 힘들 것이다. 여기서 또 돌아오면 더 이상은 막을 수 없어.


“바로 공항으로 가, 표 넣어 놨으니까.”


공항까지 가. 난 죄값을 받으니까 넌 돌아오지 마.
멀어지는 택시를 보면서 괜히 눈이 매웠다. 고개를 숙였다. 뺨을 타고 흐르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가로등 밑에서 내 여자를 보낼 때의 감정보다 더 큰 이 감정은, 후회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벌써부터 돌아오질 않을 네가 그리운 걸까.

 

 

그리고 나는 또 마지막의 만남에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지 말라고 경고 통화를 걸었는데 김종인 전화는 받고 내 전화는 씹었으면서. 오지 말라고, 네가 위험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우스꽝스럽게 목발을 짚고 택시에서 내려서 끌려오는 너는.

내 등 뒤로 묶인 팔목을 보고 큰 눈이 더 커진 너를 보며, 나는. 뭔가를 참으려는 듯 도경수는 입술을 꾹 물고 있을 것이다.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나는 너에게, 또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왜 돌아왔냐는 책망을 건넨다. 내 표정은 알 수 없다.


“안녕, 도경수.”

보고 싶었어.


나는 내 빛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억지로 미친 척하면서 깔깔 대고 웃기도 하고. 김종인의 폭력 앞에서 심드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뒤로 묶인 손이 분노에 덜덜 떨렸어도 나는 노력했다. 넌 내 빛이 아닌 척, 너에게 관심이 없는 척. 그래야 뒤가 깔끔하게 끝나니까. 나는 평생 떠돌이로 살아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너, 그 새끼 사람 취급도 안 했지?

 


스테이크를 잘라주면서 예쁜 입술을 닦아주었다. 그래도 경수는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내가 스칼렛과 관계를 가져도 몇 번 차갑게 굴 뿐 별 반응이 없었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스칼렛을 따라했다고 말해도 돌아오는 반응이 없었다. 도경수는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

 

 

말 몇 번 다정하게 하니까 바로 다리를 벌리더라고. 얼마나 창녀 취급을 해댔으면.

 

세훈을 안고 펑펑 울던 도경수가 생각났다. 김종인의 사탕발림에 바로 택시를 돌린 도경수가 생각이 났다. 새벽에 갑자기 달려와서 얼굴을 마주 보고 울음을 터뜨린 도경수가 생각이 났다. 꽉 안았던 촉감이 생각났다. 코 끝을 맴돌던 도경수만의 향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김종인이 안에 싸지른 정액이 생각이 났다. 나는 도무지 네 어떤 감정에 장단을 맞춰야 할 지 모르겠어.

 

백현아, 창녀 관리 잘 해.


네가 나를 싫어한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넌 한 번도 나와 같이 있을 때, 웃어본 적이 없었다. 괴물이라고 소리를 지르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래, 내 욕심이고 다 집착이었던 걸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마에 들이밀어진 총구에 당당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내 빛은, 너 따위가 앗아갈 수도 없는 그런 큰 존재야. 내 빛은, 네가 싸질러 놓은 정액보다 더 하얗게 빛나는 아이야. 네가 가지고 싶었어도 내 빛은, 영원히 내 거야.

 

짧은 총성이 울리고 뜨거운 피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순간. 나는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러운 죄를 피를 흘려서 씻을 수 있다면. 스칼렛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엎어지는 시체처럼, 흉흉한 공사판 모래 바닥 위에 힘없이 엎어졌다. 나의 시체는 어디에 버려질까. 내가 난도질했던 사람들처럼 얼굴이 마구 난도질을 당할까. 내 시체는 땅에서 썩을 수 있을까? 썩을 가치나 있으려나.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다. 뺨이 모래에 닿아서 짓이겨졌다. 눈을 힘없이 껌뻑였다. 도경수를 보고 싶은데 뿌옇게 흐려질 뿐이다. 나는 그럼에도 웃고 있었다. 단지 내 죽음의 마지막을 지켜봐 준 사람이 도경수라서.


내 피로 괴물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기를 바랐다. 내 손에서 난다는 피 비린내도 벗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의 삶 자체를 난도질한 내 죗값을 다 받고 죽고 싶었다. 그게 마땅한 일이니까.


경수가 울면서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죽지 말라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점점 시야가 흐릿해져 온다. 사랑해, 백현아. 사랑해. 울부짖는 울음은 환청일까, 아닐까. 내 빛은 진실일까. 나는 나의 죽음을 위해 울어주는 너 덕분에 깨끗해질 수 있을까. 나도 울어 줄 가치는 있었나. 내 빛이 점점 온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온 몸이 축축하게 젖는다. 내 빛이 나로 인해 울어주고 있다. 나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다.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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