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종인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것은 증오였으며, 이유 모를 관심이였고, 또 증오였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면 꼭 미쳐버린 것 처럼 몸을 발발 떨고, 심지어 자신의 부모까지도 피하고 덜덜거리는 그를 보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폐쇄적인 정신병자'라며 비아냥대기 바빴다. 누군가가 종인은 그렇게 칭하기 시작하면서, 종인을 안타깝게 보던 사람들마저도 꼭 모래가 파도에 휩쓸리듯, 그렇게 그를 떠나갔다. 지지해주는 사람 하나 남지 않은 종인은 외로웠고 또 외로웠다. 그는 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증오와 두려움만 가진 것이 분명 아니였다. 그것은 애증이였다. 애증, 불변의 연속. 고칠 수 없는 불치병. 그렇게 종인은 김종인이라는 자신을 스스로 외톨이 정신병자로 몰아가며 미쳐가고 있었다. 야금야금, 맑은 정신을 뜯어먹는 것처럼.
그 날은 어쩐지 뭔가 기분이 묘했다. 항상 자고 일어나면 절망스러움이 들지 않았다. 종인은 벌떡 일어나 몸을 정돈하고, 말끔히 했다. 오늘만큼은 동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무엇을 말하던, 무엇을 욕하던 상관이 없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이상해진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이상한 느낌, 익숙치 못한 기분의 근원. 그것은,
"세훈 총각, 이제 도착했는가? 오느라 고생 많았네. 어쩜 키가 볼 때마다 훌쩍씩 크누."
"할머니도 더 고와지셨는데요, 뭘."
처음 보는 남자가 종인이 머물던 주인집 할머니 집 앞에 짐을 들고 서 있었다. 무섭다, 본능적으로 종인은 두려움을 느꼈다. 뭘까, 저 사람은. 검은 양복을 입고, 답지 않은 까만 흑발과 함께 한 이질적인 허연 피부. 삼백안인 눈이 합쳐져 꼭 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 그는 뱀 같았다. 언제 누군가를 물어뜯을지 모르는 그런 독사.
난 오늘, 독사를 만났다.
"안녕. 난 오세훈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신발스럽게도 할머니는 방이 부족한데 돈이 필요하고, 오래 전부터 세훈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낯선 사람만 보면 그토록 발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방을 쓰게 만들었다. 하얀 독사같은 그는 나에게 평범한 인사치레를 건넸지만, 난 그가 무어를 말하던 들을 여유가 없었다. 속에서부터 스멀스멀 몸 전체를 장악하는 공포심은 다시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안 돼, 하지 마. 싫어, 싫다고.
"흐..하지 마, 하지 마!!!"
날 이상한 눈빛으로 볼 줄 알았던 오세훈은 내 발악을 듣고는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것처럼 씩 웃었다. 그리고는 뱀처럼 유혹적으로 입술을 혀로 훝은 다음, 말했다.
"잘 지내 보자, 같이 사는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