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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끄적인거

담배나 물 것 같이 생긴 손가락은 곧잘 마디 사이에 총을 끼워넣었다. 섬뜩한 행동이다. 총구를 겨누고 뜨거운 총탄을 쏘아대는 그는 퍽 무섭다.  가늘고 곧은 눈은 총을 쏠때에만 그 크기를 감춰냈다. 잘 뻗은 콧대는 무너졌다. 나는 그가 총을 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을 극히 좋아한다.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사이가 총을 감싸쥐며 부드럽게 애무를 하듯 방아쇠를 당길때를 각별히 좋아한다. 그는 물론 업무에 방해가 된다며 나를 박정하게 들어내지만, 나는 그래도 무척 그 모습을 좋아한다. 모양새가 아주 잘 빠져있다고나 할까, 깊게 가라앉은 눈이 살짝 치켜 뜬 다른 눈을 흘깃 바라보며 매섭게 눈동자를 돌릴때면 오한이 다 든다. 이상한 일이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한다. 마저하지 않고 한다. 총을 잡는 이유도 그것에 있다. 피 묻히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 그는 저격용 스나이퍼를 쓴다. 멋있게도. 아주 제법 잘 해낸다. 그가 스나이퍼가 자잘히 든 흑색 가방을 챙겨들고서 검은 모자를 더욱 더 깊게 눌러쓰면 나는 그의 등뒤를 좇는다. 어디까지 갈까, 오늘은?


옛날에 쓴건데 지금이랑은 문체가 조금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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