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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PK 독식시대’

대모달 |2014.06.07 04:45
조회 48 |추천 0

제일 먼저 살필 것은 민심, 그 첫 걸음은 지역차별 없는 고른 인재등용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여러 가지 비전과 공약을 국민 앞에 내놨다. 그 가운데 상징적인 몇 가지를 열거해보면, 여성대통령, 호남총리론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시대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이뤄진 것은 ‘여성대통령’ 하나뿐이다. 물론 아직 임기가 남아 있어 단언한 수는 없지만 여타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 걸로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잖아 보인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돼버린 셈이다.

 

선거유세 기간 중에 호남을 방문한 그는 ‘호남총리론’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호남유권자 가운데 더러는 기대를 걸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 역시 말장난에 불과한 셈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출신으로 첫 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씨(서울)를 포함해 정홍원 현 총리(경남 하동), ‘전관예우’로 최근 사퇴한 안대희 총리 지명자(경남 함안) 등 세 사람 모두 비호남 출신이다. 이런 추세라면 현 정권에서 호남출신 인사가 총리로 발탁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비단 총리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의전서열 ‘톱10’ 가운데 대통령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둘을 빼고는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라고 한다. PK 출신인 김영삼 정권에 이어 이른바 ‘신PK 독식시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도 특정지역 편중인사가 논란이 돼 오긴 했지만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자리에 맡는 인사를 찾다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 지역을 감안하고 의도적으로 인사를 한 결과는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인고 하니 PK지역에만 그런 자리의 적임자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바꾸어 말하자면 호남, 충청, 강원, 경기지역에는 ‘톱10’에 들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얘긴데 이는 독선이요, 편견의 결과일 따름이다.

 

이 같은 ‘PK 편중’ 인사 결과를 두고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경남 거제) 비서실장을 향해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8월 김 실장이 임명된 이후로 PK 출신의 황찬현(경남 마산) 감사원장, 김진태(경남 사천) 검찰총장, 홍경식(경남 마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차례로 사정 라인으로 채워진 것을 두고서다. 여기에 최근 재산문제로 물러난 안대희(경남 함안) 총리 지명자 인선도 김 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그리 틀린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물론 공직인사를 지역안배로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럴 경우 오히려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위주의 인사를 했다고 쳐도 지금 같은 ‘PK 편중’ 인사가 나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박 대통령의 인재풀이 미약했거나 아니면 다분히 의도적인 인선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후보 시절 ‘호남총리론’과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놓고서 이같은 인사를 한 것은 약속위반 차원을 넘어 일종의 ‘인사 폭거’라고도 할 수 있다.

 

정치의 여러 덕목 가운데 하나는 타협이다. 그래서 때론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설사 마음에 썩 내키지 않더라도 때론 포용력을 발휘하여 라이벌이나 적도 품어 안는 것이 정치의 묘미요, 또 용인술인 것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 초대 비서실장에 경북 울진 출신의 김중권 씨가 발탁된 바 있다. 물론 여기엔 개인적인 인간관계에다 DJ의 이른바 ‘동진정책’의 일환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설사 그랬다고 쳐도 호남출신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에 경북 출신을 기용한 것은 파격이라면 파격인 셈이다. 민정계 출신의 이한동(경기 포천) 씨를 총리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그런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내 편’이 아니면 전부 타도와 배제의 대상일 뿐이다. 마치 마음먹고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한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위 ‘국가개조’를 통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살필 것은 민심이요, 그 첫 걸음은 지역차별 없는 고른 인재등용이 돼야 할 것이다.

 

☞ 정운현 전〈오마이뉴스〉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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