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성시경 당신은 참 들으면서 써 본거.

나는 살면서 담배를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술은 한 모금 그 이상으론 들이켜 본 적도 없다 말할 수 있다. 염색은 줄곧 센머리가 나올 즈음에야 검은색으로 몇번 해 보았다고 우물쭈물 답할 수 있다. 길 바닥에 쓰레기를 처박는 일 또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자신 할 수 있다.

  나쁜 짓이라는 것은 누구나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선다. 학창 시절 때 선생님들의 눈초리를 피해 학교 뒷편에서 담배 개비를 무는 일은 사내들에게 한번 쯤은 있을 법한 추억이다. 아무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는 하나 대부분이 그렇다는 말이다.

  변백현은 살면서 담배를 몇 백번이나 입에 문다. 술은 한 병 그 이하로는 마셔본 적이 없단다. 염색은 일주일에 몇번 씩 바꿔 하면서 머리가 탈색되어 그 끝이 희게 변할 때 까지도 멈추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길 바닥에 쓰레기를 처박는 일은 변백현이 담배를 얇게 부푼 입술 끝에 조금 가져다 대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변백현은 항상 나와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 혀는 쉴 틈이 없이 나불나불, 이랬대 저랬대, 하고 움직인다. 잘 때는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시간이 한참 지나야지만 잠에 드는 나와 달리 변백현은 뒷통수를 가져다 댈 수 있는 장소만 있으면 바로 허리를 곧게 뻗고 잠에 든다. 모든 일에 그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철학적으로 움직이는 나와 남다르게 생각 없이 아무 일이나 쳐 놓고서 발뺌을 한다. 입이 짦아 하루에 한 끼가 제격인 나와는 완연히 다르게 밥은 또 얼마나 많이 쳐먹는지 세끼 그 이하로는 생각도 않는다.

  변백현은 가끔 이렇게 상반되는 우리가 어떻게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가 항상 의문이라며 내게 대답을 종용한다. 하지만 딱히 해 줄 말이 없다. 백현아, 너는 그걸 알까? 나와 모든것이 다른 너를 위해서 내가 매일 남들과 같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식사를 하러 가면 변백현이 식기가 놓여져 있는 통 바로 옆자리에 앉고 내가 그 맞은편에 앉는다. 컵에 물을 들이 붓고 몇 모금 마시다 보면 변백현이 알아서 내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어준다.

  ' 많이 처먹어. '

  눈은 한 없이 다정스런 색을 띠고 있으면서 입은 또 거칠다.

  도서관에 가면 조용히 한 책만 파고드는 나와 다르게 변백현은 부산스럽게도 여러 책들을 자리로 데리고 와서 한 책을 펼쳐놓고 조용히 읽다가 또 흥미가 가셨으면 다른 책을 들춘다. 들고 오는 책들의 이름도 다양하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마법 천자문, 책은 도끼다……. 목전까지 책의 까끌까글한 속지를 당기면서 열심히도 읽는다. 결국 또 재미가 없는지 금세 내려놓고 다른 책을 찾으려고 쪼르르 달려가기는 한다. 그래놓고 들고 온 책 이름이,

  ' 이게 뭐야? '
  ' 우리는 사랑일까. '

  진지한 눈을 하고 책을 코 앞으로 들이민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잔뜩 그려진 표지가 흐릿하게 눈 앞으로 번진다. 가슴 언저리가 조금 아팠다. 우리는 사랑일까. 어쩌다 이런 책을 들고 왔어.


-

참고로 나=경수. 막상 올리고 나니까 쪽팔리네... (똥손을 급하게 뒤로 감춘다)
추천수1
반대수0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