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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 집착 조각


 

  ' 찬열아. 어제 또 밤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더라? '
  ' 미안해, 너도 알잖아. 술자리 참여하면 어쩔 수 없이 새벽까진 거기 있어야 하는거. '
  ' 그러게 가질 말지 왜 거기를 가서 꼭 날 이렇게 만들어. '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찬열은 찌뿌둥한 허리를 짚었다. 어젯 밤 넙죽넙죽 대느라고 수를 헤아릴 도리가 없을만큼 허리를 혹사했다. 밥상머리 앞에서 나물을 집다 말고 허리를 두들기는 찬열을 보고 백현이 묻는다. 어제 뭐 했어? 또 의미없는 대화가 이어질 기미다. 찬열은 재빨리 밥상을 물렸다. 술을 진탕 마시느라 입맛이 없다는 까닭이다. 널찍한 식판 구석자리에 앉아 흰 쌀밥을 한 숟갈 들이밀던 백현이 제 밥 그릇을 저편으로 밀어두는 찬열을 보고 눈을 치켜 뜬다.

  ' 밥 맛이 없네. 미안. '
  ' 찬열아, 어제 뭐 했냐고 물었잖아. 밥상 물리라는 말은 안했는데? '

  부엌 안이 백현의 목울림으로 가득 찬다. 찬열은 슬쩍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드륵, 하고 밀려나는 의자 등받이를 보고 백현이 입매를 바싹 굳힌다. 찬열은 끊임 없이 백현을 응시했다. 백현은 천천히 입 안에 든 퍽퍽한 쌀을 씹었다. 분명 물을 알맞게 맞췄는데 그 이유를 모르게끔 밥알이 딱딱하다.

  ' 백현아 나 피곤해. 조금만 쉴게. '


  백현은 소유욕이 굉장히 강했다. 자신의 물건은 아무리 저와 절친한 사이를 맺고 있는 이가 있더라도 절대로 만지지도, 보지도 못하게 했다. 찬열은 백현의 소유욕이 미치는 범주 안에 속했다. 일거수 일투족을 핸드폰 gps 하나로 감시당한다. 어젯 밤만 해도 겨우겨우 회식자리에 가야한다고 사정하여 집을 빠져 나왔다. 방으로 들어서 스위치를 내리자마자 부엌에서 커다란 대음이 들린다. 찬열은 괜히 화들짝 놀란다.

  ' 찬열아, 나 화나게 하지마. '

  백현이 방문 앞에 서서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보나마나 부엌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았어도 어림짐작하게 된다. 이미 이런 일은, 한 두번 있는 일이 아닌 일과, 일상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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