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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쩔뚝이 |2008.09.05 18:00
조회 1,212 |추천 0

안녕하세요~

 

이곳에 글을 남기는 분들이 다들 인사치례로 하시는 말씀인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저도 이곳에 글을 남기게 될 일이 생기는군요...

 

그런데 죄송하게도 제가 지금 남기는 글은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그런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지루할 수 있으니 읽어주실 분들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37년이나 된 너무 숙성된 노총각입니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 초, 그러니까 1년 반 전쯤 새로운 거래처가 생기면서 저에게 새로운 거래처와의 업무협조 임무가 떨어졌습니다...

 

뭐 대단한건 아니고...

 

업무상 필요한 서류나 자료들 주고 받고... 급할땐 전화로 연락하고 뭐 그런것들이지요...

 

그쪽의 담당자는 23살의 경리 아가씨였습니다...

 

급한 서류는 팩스를 이용하고, 중요한 문건은 오토바이 퀵으로 주고 받고...

 

그 이외에 어지간한 자료는 네이트온으로 주고 받고 하는 평범한 거래처 직원관계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저희 회사나 거래처나 일이 잘되어 업무 규모도 커지고 하면서 경리 아가씨와 업무상 통화를 하는 일도 늘어갔고, 네이트온은 거의 출근하자마자 접속해서 퇴근할때까지 대화창을 열어놓고 업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정도가 지난 올해 초에는 뭐 거의 옆에 있는 직원들과 얘기하는 시간보다 네이트온으로 그 아가씨와 대화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 후로는 점심시간이나 좀 한가한 시간이면 서로 약간씩 사적인 얘기도 하면서 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보내게 되었고, 싸이월드를 통해 그 아가씨가 사진을 보여주면 저도 답례로 직원 회식때 찍은 사진을 보내주고(저는 싸이월드를 안해서)...

 

서로 가족관계나 출신학교같은 신변 이야기도 알게 되고...

 

등등 참 편안한 사이가 되가고 있더군요...

 

그러다 석달 전쯤부터는 장난 문자도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점심때가 다되가면 "아자씨 밥먹어쏘? ㅋㅋ" ← 이런 거나...

 

주말이 다가오면 "아궁~ 노총각 아자씨 쉰냄새 여까지 풀풀~ 메렁~" ← 이런 문자까지... ㅠ.ㅠ

 


 

제가 서른일곱이나 즐쳐드신 남자 답지 않게 말을 장난스럽게 하는 터라 이 아가씨가 저랑 네이트온 대화를 하는 동안 많이 재미있어 하는 편입니다...

 

뭐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요...

 

암튼... 이렇게 저렇게 지내다가 저번달부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8월 초 어느날, 그날도 언제나 그렇듯 네이트온으로 심심풀이 대화를 하던도중 다음과 같은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날두 더운데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팥빙수도 먹고 했음 좋겠다~아~"

"남친이랑 가면 되자나여~"

"남친 있음 이런고민 안하지~~~ 으이그 ㅡ.ㅡ"

"구럼 친구들이랑 가세여 ㅎ"

"친구들은 다들 남친 있어서 내 전화두 안받아... 슬포..."


참고로 저는 습관이 되서 항상 존대말을 하고, 이 아가씨는 저랑 대화하는 동안은 장난끼 있게 반말과 존대말을 귀엽게 섞어서 사용합니다...

 

어쨌든, 저는 그 아가씨의 본심인지 장난인지 모를 그런 대화를 "그래서 짝꿍 없을땐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길러라"고 장난스럽게 끊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8월 한달간 매주 수요일쯤부터 금요일까지는 사적인 대화를 하는 도중 자꾸 어딘가 가고자 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예를 들어 어디에 패밀리 레스토랑 지점이 새로 생기는데 오픈 이벤트가 어쩌구 저쩌구...

 

친구가 대학로에서 연극하는데 공짜로 볼 수 있다는둥...

 

매번 제가 대화를 흐리멍텅하게 끝내는 방법으로 8월 한달을 보냈는데 저번주 금요일에는 갑자기 중요한 서류를 가져다 주러 우리 회사에 온다더군요... ㅠ.ㅠ

 

우리 회사는 7시 퇴근이고 그 아가씨는 6시 퇴근인데, 퇴근하자 마자 가져다 드릴테니 퇴근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그래서 그냥 퀵으로 보내라 그랬더니 사장님이 중요한 서류니까 꼭 직접 전하라 하셨다고 장난기 섞인 협박도 하면서... ㅠ.ㅠ

 

어쩔 수 없이 다른 거래처 방문을 핑계로 그 아가씨에게 나는 5시에 나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부장님께는 8월에 감기에 걸렸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5시에 퇴근을 하고 도망 아닌 도망을 쳤습니다...

 

월욜날 출근해보니 직접 온건 아니고 퀵서비스로 온게 있긴 있더군요... ㅎ

 

그래서 저번주는 그렇게 넘어가고...

 

이번주(오늘)에는 그 아가씨가 회사 부서 회식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줘서 밀린 일도 하고 천천히 퇴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조금전에 네이트온에서 또 띠리링소리가 납니다...

 

추석때 시골 내려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회사 휴무는 언제부터인지... 등등 추석 즈음에 물어봄직한 대화들을 하다가... 실수를 해버렸네여... ㅠ.ㅠ

 

금요일까지 근무하고... 본가가 서울이라고 말해버린겁니다 ㅡ.ㅡa

 

그 아가씨도 추석때 서울에 있는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추석때는 가족이랑 보내야 되니까 금요일날 영화보여 달라고 대놓고 말을 하네요 ㅠ.ㅠ

 

자기가 먼저 퇴근하니까 퇴근하고 우리 회사 앞으로 오겠다고...

 

갑자기 퇴근이고 뭐고 다음주가 두려워집니다... ㅠ.ㅠ

 

 

 

여기까지 읽으신 분도 몇 안계시겠지만...

읽으신 분들도 짜증나실듯 합니다...

도대체 글쓴놈이 하고자 하는 말이 뭐냐고... ㅡ.ㅡa

 

 


네... 그렇습니다...

제가 이 글을 여러분께 봐달라고 쓰는 이유는 정신적인 상담이 필요해서 입니다...

 

 

 

제가 군대를 안갔다왔습니다...

 

아니... 가고 싶어도 못갔습니다...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가 짧아서...

 

좋게 말하면 장애인... 심하게 말하면 기형아죠...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약 15cm 정도 짧아서 그냥 똑바로 서있기만 해도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는 장애인입니다...

 

제가 극심하게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데 아마도 이런 부분이 저를 더욱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구요...

 

어지간히 친한 사람 몇몇 아니면 사적으로 얘기도 잘 못하고...

 

모르긴 몰라도 대인기피증 비슷한 그런것도 가지고 있는것 같구요...

 

주변에서 아무리 아니라고들 말해도, 솔직히 사회적으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란게 있는건 사실아니겠습니까...

 

솔직히... 그 아가씨를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게 너무 두렵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한건 없지만, 저를 처음 봤을때의 표정이 어떨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아가씨가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제 자신이 그 아가씨 옆에 서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업무상 관계이긴 해도, 정말 오랫만에 생긴 온라인 말동무가 사라질까 두렵기도 합니다...

 

37년간 여성을 사적으로 만나본적도, 사귀어본적도 없습니다...

 

어릴때는 이런 내 몸뚱아리를 내보이는게 챙피해서, 철이 든 후로는 저때문에 상대방이 불편해 할까봐...

 

어머니를 제외하고 여자와 피부를 접촉해본게 딱 한번 있습니다...

 

국민학교때 가족동반 외식자리에서 저와 동갑이었던, 아버지 친구분의 딸이 아이스크림 건네줄때 손가락 살짝 스쳤던거...

 

 


제가 37살이라는걸 알면서도 그 아가씨는 저에게 왜 이러는걸까요?

 

1년반동안 온라인으로 정이 들어서?

 

나름 편안한 사이고 주말에 심심하니까 그냥?

 

한번도 못본 저한테 호감이 있어서?

 

그냥 장난한건데 제가 오바하는중?

 

 


배가 고플 시간인데 밥생각도 없어지고...

담주 안으로 회사를 그만 둬야되는건지 고민도 되고...

 


 

8월 이전에 그 아가씨가 저를 업무상으로 한번 보기라도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겠죠?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돌아다니기가 힘드니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리 연락해서 거절하는게 좋겠죠?

 

(솔직히 다른사람이 보기에 자세가 특이한거지 사실 저 스스로는 걷거나 천천히 뛰는데 불편함은 없습니다... 오래 살다보니... ㅎ)

 

휴.....

 

여러분들은 저처럼 답답한 주말 보내지 마시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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