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그가 증발한 이후로 덧없이 고요하다. 그런 삶이 계속된 지 4년이 흘렀다. 가면을 쓴 지 4년이 지났다는 소리다. 밖에서, 타인의 시선 하에 있는 나는 누구보다 친절했고, 칼 같은 구석이 있었으며, 눈에 띄지 않으려 애썼다. 내 노력을 하늘이 알았는지 남에게 밉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성격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혼자 남겨질 때, 이를테면 아무도 없는 집의 문이 열리고, 현관 등이 켜지며, 마주친 유리창이 내 모습을 반사하다 불이 꺼지며 새까만 어둠밖에 남지 않았을 때. 세상 온갖 외로움과 설움을 가진 나는? 4년째 잔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나는 누구지?
몰라. 이제 알아봤자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현실을 인정하고 체념의 상태에 빠질 때, 새까만 어둠이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
기계적인 하루가 시작했다. 아침은 먹지 않았다. 입을 옷을 빼놓고 샤워부스에 들어갔다. 찬물을 맞으니 정신이 깬다. 샤워하고 나와 향수를 뿌리니 탑노트의 강한 향이 둥둥 떠다닌다.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차 문을 열고 회사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진짜 내가 존재한다. 가면 속에 숨겨진 내 본연의 모습. 초자아의 상태. 4년째 타인을 거부했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업무 때문에 핸드폰을 쓰긴 했지만, 그 시간도 지나면 차가운 고철 덩어리일 뿐이다. 꺼진 핸드폰을 다시 켠다.
“좋은 아침입니다.”
과장님좋은아침입니다얼굴좋아보이시네요무슨좋은일있으신가봐요여기커피먼저드시고하세요기획안은정리되는대로올리겠습니다금요일회식인데당연히가실거죠
시끄럽다… 발현할 수 없는 말을 삼키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
“수고하십니다. 과장님 앞으로 엽서 같은 게 왔는데요?”
“엽서요?”
“네. 그럼 수고하세요.”
이상했다. 시킬 게 있으면 집에 있지 않더라도 경비실을 통해서 맡겨두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내게 뭘 보낼 사람이 없는데.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엽서를 집었다. 하얀 꽃이 잔뜩 그려진, 서양화 엽서였다. 뒤를 돌려보니 글이 적혀있었다.
⌜내일 1시 30분, 인천공항⌟
떡하니 이 말만 적혀있다. 내일 인천에 가야 할 일이 있지만 이렇게 딱 맞춰 보낼 수 있나?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내일 공항에서 만나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어쩌면 자극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이 단조로운 무채색의 삶에.
*
공항은 바다와도 같았다. 밀물처럼 나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돌아올 사람은 돌아오며, 만날 사람들은 다시 만난다. 시계를 보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 지났다. 못해도 3시 반까지는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그만 돌아가야겠다. 손에 쥔 엽서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냥 누군가 보낸 장난스러운 엽서일 수도 있다. 무얼 기대하고 왔는지 모르겠다. 한숨이 나왔다. 장초에 불을 붙인다. 폐부로 매운 연기가 훅 들어온다.
저 멀리에 차가 보였다. 코트 주머니에 있는 차 키를 꺼내 버튼을 꾹 눌렀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긴 차 문이 열린다. 운전석의 문을 잡았다.
“열아.”
팔이 붙잡혔다.
“찬열아…”
움직임이 멎었다.
“박찬열.”
파직, 하는 파열음과 승리자의 비소가 들린다.
천천히 몸을 돌린다. 승리자의 웃음을 가진 너는, 겨울 햇살을 등 뒤로 역광이 드리워져도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너는, 4년 전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린 너는,
사랑하다 못해 증오하는 너는,
“내가 돌아왔어, 열아…”
나의 세계가 바다 위를 부유하는 포말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 아까 카나리아 쓴 앤데
그냥 고쳐야 할 점 다 돌직구로 말해줘!!!! 새겨들을게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