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소년이있었다.
넓디넓은푸르른숲에둘러싸여있는그런소년이있었다.
소년은어디를바라보더라도끝없이펼쳐져있는푸른풍경에지쳐갔다.
그러던어느날소년은태어나처음으로보는생명을발견했다.
그것은소년에게새로운기분을느낄수있게했다.
소년은그것을'꽃'이라고불렀다.
소년은'꽃'을위해서라면무엇이든지할수있을것만같았다.
소년은온종일'꽃'의곁에서떠날줄모르고재잘재잘떠들었다.
그런소년을가만히지켜보고있던'꽃'은말했다.
"소년아-이곳은너무답답한것같아숲에가려져빛이보이질않아."
소년은'꽃'을위해서라면무엇이든할수있었다.
"꽃아-그럼내가어떻게해주었으면좋겠니-?"
꽃이싱그럽게웃으며답했다.
"숲을불태워줘, 모조리다.빛이보일수있게."
소년을알겠다말했다.
그리고는한치의망설임없이곧숲을불태웠다.
숲은새까맣게타들어가재가되어조용히하늘에날리었다.
소년은행복했다.
자신이꽃을위해해줄수있는일이있었으니까.
꽃이이제빛을볼수있게되었으니까.
꽃과함께한봄이가고여름이가고가을이가고, 겨울이다가왔다.
소년은꽃과함께여서행복했다.
이것이영원한사랑일것으로믿고있었다.
하지만꽃과소년은달랐다.
겨울바람이드세질수록꽃은소년보다빨리생기를잃었다.
날이차가워지면차가워질수록꽃은점점병들어갔다.
이제소년은꽃을위해해줄수있는일이아무것도없었다.
소년의능력으로는자신을지키기에도벅찼다.
소년은슬퍼했다.
그리고
'꽃'은죽었다.
색을잃고빛을잃어가루가되어땅에뿌려졌다.
소년은세상이무너진듯울었다.
세상이끝난듯울었다.
펑펑울었다.
그러나소년의곁에는아무도없었다.
그누구도.
-네가있었다.
어느날내눈앞에갑자기나타난네가.
여리고도또여려보였던너였기에.
지켜주고싶었다.
하지만나혼자할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다는것을알기에많은이들과함께했다.
난'나'자신이아니라수많은이들중'하나'가되었다.
너를위해서.
오직너를위해서.
네가하루하루성장하는모습은생전처음느껴보는기쁨이였으리라.
'너'라는존재자체가우리에게큰행복이였다.
그러나넌이미우리에게서벗어나고싶어했다.
그것을뒤늦게나마알게된'우리'는이루말할수없을만큼슬펐다.
넌우리에게사랑이자기쁨이자행복인데.
우린너에게답답한존재일뿐이구나.
우리가너의빛을막고있었구나.
너와잘어울렸다.
그'꽃'이라는것은.
투박한'우리'와는달리어여쁘고도아름다웠다.
우리는알았다.
그러나모르는척하고있었다.
네가꽃을얼마나좋아하는지얼마나사랑하는건지.
그래서그랬다.
아무말없이재가되어너의하늘이되었다.
소년이여-넌우리의빛이며태양이였다.
혹시지금후회하고있다면정말후회하고있다면마음속진하게새겨라.
너를위했던'우리'를.
소년이여-이것도잊지말라.
돌이켜버릴수없는일들도있다는것을.
나의빛이여나는이제다시는너의곁으로돌아갈수없다.
재가되어너를하늘에서지켜보리라.
너의모든것을버린만큼'꽃'과행복할수있기를빈다.
우리를져버린만큼꼭행복하게살아라.
소년이여-그런데넌그것을아는가.
넌'우리'에게'꽃'과같은존재였다.
너는왜그것을몰랐던가.
아니면모르는척했던건가.
-소년은눈을한번크게감았다가다시한번크게떴다.
그리고는뒤늦게야자신의주위를둘러보았다.
소년의세상은오직잿가루들만이날리고있었다.
하늘은재가날리어회색빛이였고'꽃'의잿가루는땅에스며들어온데간데없었다.
이제소년의세상에는잿빛만이남았다.
소년은떠올렸다.
자신의푸르고도푸르렀던그과거를.
그렇다고지난날을후회한것은아니였다.
그들이원망스러웠다.
왜내가불태울때아무말도하지않고재가되었는지.
원망스러웠다.
태어났을때부터였을까언제부터였는지는모른다.
소년을항상든든하게감싸주었던그들이였다.
그래서그들은소년에게너무나도당연한존재가되어버렸다.
그런데그당연한존재들이지금곁에없다는사실에소년은허탈하고도쓴웃음을뱉었다.
그리고생각했다.
"꽃이 그립다-"
꽃이-
푸른-꽃이-보고싶다-
그들이나에게푸르른꽃이였음을난왜이제야알았는가.
하지만역시소년의곁에는아무도없었다.
그누구도.
소년은하루하루를혼자지내며늙어갔다.
소년의세상이색을잃은것처럼소년도점차색을잃어갔다.
소년은.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