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병장부터 이등병까지 함께 지냈던 내무반도 지내봤고 (이등병, 일병 시절) 계급별 생활관(상병, 병장 시절)도 지내봤었던 예비군 입니다.
이번 GOP 부대에서 일어난 병장 총기난사 사건으로 되집어 보는 오늘날의 군대 입니다. 읽어 보시고 많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군필자들은(특히 10년도, 11년도 군번들) 다들 아시다시피 11년 10월 입대자부터 일부 디지털군복 및 배레모가 지급되더니 12년 입대자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지털군복, 군화, 베레모가 지급되었고 12년 후반기부터 본격적인 자율선진병영 제도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첫번째로, 계급별 생활관이다. (1)
이등병은 이등병, 일병은 일병끼리 등 동계급끼리 생활관을 쓰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동기들과 생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각 부대 생활관 수에 따라 최대 2개월 차이 동계급 선임 또는 후임들과도 쓰기도 한다. 선임들과 같이 생활하는 생활관에서의 내무부조리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속에서는 안타깝게도 바뀐 병영생활 안에서도 신부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등병 생활관에 이등병 최고참이 있고 반면에 병장 생활관에는 병장 막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계급일지라도 그 안에서는 그들만의 서열이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이등병 최고참이 아래 후임들을 시키고 병장 막내들은 동계급이지만 선임이기에 시키는데로 해야한다.
시작은 좋은 듯 보였다. 이유는 예전보다 불공평한 내무부조리가 많이 없어지긴 했으니까 말이다. 예전엔 말도 안되게 이등병, 일병이 할 수 없는 것과 상병, 병장들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보면
ㅇPX관련
이등병: 이등병끼리는 PX에 못갔고 무조건 상병이상 선임 붙어야 가능
일병: 피엑스는 갈 수 있지만, 냉동식품은 금지
상병부터: 모든 물건 구입 가능
ㅇ취침관련
이등병: 취침 전 주전자에 물 떠다 놓고 문쪽 스위치 가까운 침상에 위치해 기상 및 취침 소등
ㅇ청소관련
이등병, 일병: 청소시작 15분 전에 청소도구 내무반에 가져다 놓고 청소
상병이상: (물)수건질 같은 비교적 쉬운 청소
ㅇ오락관련
사지방, 오락실, 노래방: 상병이상 1명 있어야 가능 (이등병, 일병들 끼리 못감)
축구 등 연병장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일병이상 1명 껴있어야 가능
ㅇ 세탁관련
이등병: 일병 이상 선임 사용 후 세탁기 사용가능
일병: 상병이 이상 선임 사용 후 세탁기 사용가능
상병이상: 원할때 사용가능
ㅇTV시청
이등병: 켜져있으면 시청만 가능
일병: 켤수는 있으나 리모콘은 조작은 불가능
상병이상: 리모콘 점령가능
이외에도 엄청 많았다. 근데 자율선진병영 제도 하에 선임들 통제에서 벗어난 후임들은 자율을 자유로 착각하는 듯 보였다. 한가지 예로 100km 행군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위병소 앞에 연대장과 대대장이 있었고 이에 중대장과 소대장들은 병사들에게 군가를 크게 부르라고 시켰다. 하지만 후임들은 군가를 외우지 않아서 얼버무리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화가 난 중대장과 소대장들은 상병/병장들을 불러서 후임들의 군가 미숙지라는 명목으로 혼이 났고 결국엔 이등병, 일병들에게 군가를 외우게 하는 반강요를 했었다.
두번째로, 계급별 생활관이다. (2)
동계급으로 생활관을 쓰다보니 일부 일병말, 갓 상병들이 1~2개월 차이나는 선후임들과 서로 말을 놓기도 했다. 보통 말년병장(전역 1개월 전)이 상병, 병장들과 말을 놓는 건 일반적이었서 간부들도 별도의 터치를 하지 않았는데 일병 말이나 갓 상병들끼리 같은 생활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말을 놓고 지내는 기도 했었다. 동기 및 한두달 차이나는 선후임들과 지내다 보니 생활관 안에서의 규칙, 규율도 흐지부지 되고 통제가 안되 그야 말로 생활관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세번째로, 계급별 생활관이다. (3)
계급별 생활관으로 인하여 훈련외 선후임들과의 왕래가 단절되었다. 선임들은 후임 생활관에 들어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로인하여 훈련시 숙지해야 할 사항들을 잘 모르는 후임들이 많아졌다. 군가를 모르는 건 기본이고 텐트 치는법, 수하하는 법, 불침번/경계작전근무 방법 등 모르는 후임들이 다소 있었다. 개인적으로 선임들은 후임생활관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후임들 본인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임들을 찾아와서 물어보면 되는데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일부러 안했던 것이다. 후임들이 간부 앞에서 미숙지로 인한 실수가 발생되면 혼나는 건 선임들 몫이었다.
세번째, 마음의 편지 활성화이다.
마음의 편지란 전 계급의 병사들이 군생활을 하면서 불편한점, 내무부조리, 희망사항을 상세히 적어서 중대장, 행정보급관에서 제출하는 제도이다. 좋은 제도이긴 하나 다소 주관적인 입장에서 작성된 내용들이 많았고 사소한 것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이를 악용하는 후임들도 있었다. 그냥 몇몇 간부 및 선임들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작성하는 후임들도 있었다. 불편한 점을 적으라고 했더니 휴가 및 외/출박을 더 달라, 생활관을 바꿔달라, (부)소대장을 바꿔달라, 분대장을 바꿔달라 등등 본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적는 일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상병, 병장들의 의견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무시되기 일쑤였다. 이유는 이등병, 일병보다 군생활에 이미 적응이 되었다는 이유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상병, 병장들도 고민이나 애로사항이 있을텐데 말이다.
네번째, 자율을 자유로 착각한다.
당시 연대장이 부대 군기강해이 문제로 한창 심기불편 할때였다. 기습적으로 생활관 검사한 적이 있었다. 생활관 청소상태 및 사제물품, 취식물, 부대 반입금지 물건들을 찾고 다녔었다. 근데 중대장이 이등병 생활관에서 바지단을 줄인 디지털군복바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당시 일주일 전 신병 4~5명이 전입왔었는데 그들 중 알동기인 2명이 신교대 수료하고 부대 시내에 세탁소가서 디지털군복바지 전부 줄이고 전입 왔던 것이었다. 당시 상병말이나 병장들도 돈 아깝다고 바지 안줄이고 그랬는데 참 겁도, 개념도 없었던 군대가 만만한듯 마냥 군캠프 놀러온 사람들 같았다. 당시 상병, 병장도 아니고 막 전입 온 신병이 군복바지를 줄였다는 것에 중대가 충격에 빠졌었다.
다섯번째, 자율을 자유로 착각한다 (2)
입대 전부터 작은 지병이나 사고로 다쳐서 환자인 병사들은 훈련 열외가 비번했다. 자율선진병영 제도 하에 지침이 내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작은 상처(물집, 타박상 등)나 작게 다친 것(접질림, 혹 등) 심지어 훈련 두려움과 부담(주관적인 입장)이라는 명목으로 훈련 열외를 소대장, 중대장에게 요청 한는 후임들도 다소 있었다.
여섯번째, 자율을 자유로 착각한다 (3)
군대에선 먼저 입대한 병사가 후임인 본인보다 군생활을 못하는 든, 편안히 군생활을 하든, 영창을 다녀왔든 분명 선임은 선임이다. "더럽고 치사하면 군대에 일찍 오던가" 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후임인 입장에서 선임이 마음에 안든다고 선임대우를 안해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불만사항을 대놓고 틱틱거리면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관심병사로 소문이 났거나, 중간에 전입이 왔던 경우에 더 심하다.
일곱번째, 관심병사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등병, 일병은 전입 후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군 적성검사를 한다. 상병, 병장은 일년에 한번이다. 적성검사 문항은 설문지 같았고 본인 양심과 진심으로 답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1.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예/아니오)
2.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예/아니오)
3. 단체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편이다 (예/아니오)
4. 집안 사정이 어려운 편이다 (예/아니오)
누구나 한번쯤은 위에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 적이 있지만 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진 않는다. 극소수일 뿐이다. '예' 라고 답을 하면 관심병사로 분류가 되는 것이고 '아니오'로 답을 하면 평범한 병사로 분류가 되는 것이다. 일부러 관심병사로 분류 되기 싫어서 '예' 를 선택할 수 있고 관심병사가 되고 싶어 '아니오' 를 선택할 수도 있다. 관심병사들을 위한 그린/힐링캠프가 있긴하나 가보지 않아서 어떤식으로 진행되는지 관심병사들의 군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선진병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마음의 편지 제도를 겪으면서 내무부조리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다. 이로 인한 처벌은 무겁게는 영창+진급누락이 될 수 있고 가볍게는 출타(휴가, 외/출박) 제한+진급누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후임이 선임에게 하는 하극상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한번은 대대장이 "후임의 실수는 선임들에게 비롯되니 이로인한 하극상은 선임들이 넓게 이해해야한다" 고 정신교육을 한 적이 있었다. 선임 입장에서는 참 말도 안되는 말이다. 정녕 군대에서 선진병영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의심이 간다.
계급이 올라갈 수록 군생활이 편해진다는 말은 옛말이다. 지금은 계급이 올라갈 수록 힘들어졌다. 이유는 '마음의 편지' 제도 때문에 선임들이 후임들 눈치를 보기도 하고 선임이 후임에게 경고나 주의를 주는 것도 후임 입장에서 부당하며 내무부조리라 생각하고 '마음의 편지' 작성으로 '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무부조리를 없애자는 목적하에 생긴 '자율선진병영' 제도가 어느정도의 내무부조리를 잡았지만 자율을 자유로 착각하게 만드는, 무분별한 군기강해이를 부추기는 심지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p.s 병사출신이라 병사에 관한 것만 적었습니다. 그렇다고 장교, 부사관 등 간부들은 문제가 전혀 없는 거 아닙니다. 심하면 심했지 병사보다 나을 것 하나 없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