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동네에서 작은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입니다.
얼마 전에 속상한 일이 있어서 글을 한번 써봅니다.
판을 처음 써봐서 여기다가 쓰면 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동네에서 자그마하게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장사하면서 단골손님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체인점도 많고 다른 개인 카페도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번 친절하려고 노력을 한 결과 많은 단골손님도 많이 만들고
매출도 안정적인 편이 되었습니다.
카페 디자인에도 신경 쓰고 동네카페로서는 조금은 비싼 가격이지만 (저가 체인점 수준)
많은 양과 좋은 원두를 쓰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까다로우신 분들까지 (참는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자부심도 있기에
마음속으로 '참을 인' 자를 3번씩 쓰면서 손해 보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런 분들까지 감수해가며 일을 해왔습니다.
요새 판에서도 카페 손님들에 대한 말들이 많죠? (물론 나쁜 직원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쿨하게 넘어갑니다~
문제는 블로그를 목적으로 오는 손님분들 때문에 정말 속상합니다.
일단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가방을 두고 카페를 마구 찍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고 카페 내부에 있던 손님들도 다 쳐다봅니다.
찰칵찰칵 소리가 나니 무슨 일인가 하구요.
그 후에 주문합니다. 메뉴판도 찍으시고요. 옆에서 제가 만들고 있는 과정도 찍습니다.
조금 불편한 상황이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손님이고
앞으로 자주 볼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그냥 놔둡니다.
그러다 보니 쇼핑몰도 촬영하고...... 저에게 찍어도 되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메뉴를 시키면 찍어도 된다는 식으로 다들 행동합니다.
저한테 미안한 듯 양해를 구하시는 분들도 물론 있습니다.
그럼 손님들 얼굴이 나오지 않게 부탁한다고 하고
다음에 또 촬영하실 거면 손님들이 없는 시간을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이때 오셔서 하시라고...... 이분들도 사업하시는 분들이고 해서 저도 이해합니다.
슬슬 이런 식으로 하나둘 불만이 생기는 것을 보면 제가 초심을 잃은 것은 인정합니다.
물론 블로그가 소개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고
블로그를 꾸며나가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도의 차이라고 봅니다.
정말 카페가 좋다라고 느끼는 블로거분들께서 쓰고 싶어서 쓰는 경우와
손님이 없는 경우 괜찮죠.
아무래도 블로그를 목적으로 오신 분들은 오늘 사진을 찍어서
포스팅하는 것을 목적으로 오기 때문에 손님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그냥 찍습니다.
물론 모자이크처리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모자이크를 한다더라도 동네라 편한 차림이고 누군가의 사진기에
자신의 모습이 담긴다는 자체가 별로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디 음식점같은곳에 가서 찍히는게 싫더라구요.
그치만 좋은게 좋다고 찍으라고 합니다.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구요.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으시니 저도 제 카페니까 검색을 해봅니다.
분위기가 좋다, 맛이 좋다, 단골집이 될 것 같다, 또 가고 싶다, 이렇게 글을 써주시지만
이분들이 재방문해 주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맛이 없고 별로인데 그냥 예의상 적어주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둘을 종합해봤을 때 결과적으로 그냥 포스팅해야 하니까 오신다는 느낌밖에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커플이 오셨습니다.
주문을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설명도 잘해드렸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음료를 만드는데 찰칵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때 제가 사실 조금 놀랐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소리가 나서 그런가 휙 하고 돌아봤습니다.
의도되지 않은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그렇게 돌아보는 모습에 그분도 놀랐던지 왜요? 라는 표정으로
얼굴에서 카메라를 때시고 저를 쳐다보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블로그 하시려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음료를 계속 만들었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저를 찍으셨고요.
(나중에 이분의 블로거를 보고 이날 일을 떠올려봤습니다.
눈 마주친 이후에도 계속 제 행동을 찍으셔서 이상한 것을 못 느꼈습니다.)
음료가 다 완성이 되고 테이블 위에 직접 가져다 드리면서
음료 나왔습니다 라고 제가 말을 했고
그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카운터랑 가까운 곳에 계셔서 들으려고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카페에 들어오기 바로 전에 둘이 약간의 다툼이 있으셨던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한 상황이었죠.
그것도 잠시 음료를 찍으시더군요.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각자 핸드폰도 하고 책도 읽으며 편안히 잘 있다가 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는 지인이 너 블로그에 올라왔다며
들어가 보라고 하길래 들어가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좋았다, 맛있었다, 분위기도 좋다.
그렇지만 직원의 서비스는 최악이다.
다른 가게들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면 전부 다 좋아하고 서비스도 주고
더 찍으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적혀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직원교육을 잘해라. 그럼 자주 가겠다.
오히려 너는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 홍보도 되고 좋은 거다.
안 올려 주려다가 올려주는 거다.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더 안 좋아졌다.
이러면서 서비스에 대해 다른 카페와 비교를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쳐다본 것을 찍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 같은 걸로
해석하셨나 봅니다. 제가 찍지 말라고 말했던 것도 아니었는데요......
제 사진을 올리고 그 밑에다 이 여자분이다.
이런식으로 써놨더라구요. 손님들 얼굴도 그냥 다 나왔구요.
더 당황스러웠던 거는 댓글들이었습니다.
댓글을 쓰는 분들도 블로거라서 그런지 표현이 조금 과격하시더라고요.
망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등 이와 비슷한 댓글들이 다수였고
어느 한 분이 요즘에는 카메라를 들고가면 오히려 안 반기는 분위기라고 했더니
뜨거운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맞다. 요즘에는 진짜 안 좋아한다 라는 입장과
그러면 되냐, 홍보 효과가 있는 거다 라는 입장으로 나누어져 이야기하더라고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으로 블로그를 이용하기도 하고
인기블로거에게 부탁하는 것이 요즘 필수처럼 되고 실제로 효과도 좋죠.
그치만 무조건적으로 좋아할거라는 생각은 조금 잘못된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분이 불쾌하셨다면 제게 잘못이 있는 것이고
그분도 그분의 입장이 있으시겠지요.
사업을 오래 하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것보다 더한 일도 있으니
이건 정말 별거 아닌 새 발의 피다.
원래 사업이 어려운 거다. 더 친절히 하라고 하셔서
저도 반성도 해보았지만 더운 날 힘이 많이 빠지네요.
지인들은 절 알아볼 텐데 부끄럽고 그러네요.
요새는 검색을 통해 다들 음식점이건 카페를 선택하는데
불친절한 가게로 찍혀서 속상하긴하네요.
날이 더워 불쾌지수가 점점 더 높아져서 그런 것인지
까다로워지는 손님들도 많아지는 것 같고
여러가지 이유에서 순간순간 욱하네요.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구요.
제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만으로도 후련하네요.
-------------------------------------------------------------------
(후기)
오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빙수가 잘 나가서 기분이 좋네요~~ 정말 많은 분이 같이 공감해주셔서 뭔가 찝찝했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수가 평소에 불편하게 느끼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고소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요. 말만 들어도 뭔가 불안해지네요ㅋㅋ 괜히 제가 잘못을 저지른 느낌이랄까?ㅋㅋㅋㅋ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기도 하고 그 블로거 분이 이글을 보길 바래야죠. 지금 이글을 보고 계신 블로거 분들 중에 이와 같은 의도로 포스팅한 것이 있으면 글을 내려주시면 좋겠네요. 블로그에 댓글도 많이 달리고 방문자도 200명 이상인 걸 봤을 때 얼굴이 나오면 안 된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것 같은데...... 제가 손님들 계시니 사진을 찍는 게 좀 불편하다고 삼가달라고 말했으면 아주 난리 났겠네요.
댓글을 읽어보니 블로그로 저보다 더한 피해를 보신 분들도 많네요. 저는 아직은 노골적으로 블로거니 대우해달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확실한 거절이 필요하겠네요. 돈을 지불하고 사 먹는 분들도 있는데 블로그를 한다는 이유로 제가 서비스를 주면 이거야말로 불공평한 거잖아요. 그럼 그 블로거는 맛없어도 맛있다고 포스팅할 거고 그러면 그게 과연 블로그의 취지에 맞는 걸까요?
사장도 손님에게 직접 말하는 게 쉽지않지만 아르바이트하시는 분들은 더 난감하겠네요.
쇼핑몰은 처음에 사진기사와 모델이 옷을 입고 와서 그냥 찍더라고요. 저도 장소 제공하면 돈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봤지만 제가 사업을 처음 하다 보니 이것저것 똑 부러지지 못하게 군것도 있네요. 이제는 단골손님들을 위해서라도 관리를 잘 해봐야겠네요. 댓글 참고해서 여러상황의 대처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역시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받는 게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