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컴퓨터도, 다시보기도 없던 옛날엔 TV가 소중했다
본방을 놓치면 그야말로 끝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만화나 드라마, 영화를 보기 위해
저녁 시간이면 다들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 시절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토요명화가 하는 토요일 밤이면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온 가족이 TV앞에 모여 주전부리나 통닭을 먹으며
그렇게 주말밤의 피날레를 맞이했다
만화를 보기 위해 학교 땡땡이를 치기도 했고
방송시간 맞춰 도착하기가 힘들 것 같으면
가까운 친구집에서 보며 저녁까지 얻어먹기도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송을 놓치게 되면
물어물어 녹화한 친구를 찾아 비디오테이프를 빌리기도 하고
몇명이 대기표를 끊고 기다리며 돌려보곤 했다
불편했지만 적어도 그 시절엔 TV 하나로도
가족이 집으로 모였고 교류가 있었고
주말밤의 낭만이 있었다
30대 직장인인 나는 그런 아날로그식 주말을 보내고 있다
주말 동안은 일부러 컴퓨터를 켜지 않고, 스마트폰도 멀리 던져둔 채
TV본방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옛날의 최면을 건다
그래서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저녁이면
좋아하는 TV프로를 보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수시로 시계를 보며 집을 향해 뜀박질을 하고
후닥닥 씻으며 몇번이나 아내에게 "글씨 없어졌어? 시작했어?"를 묻고
헉헉거리며 "와 시간 딱 맞췄다" 뿌듯해 하며
두근두근에 전원을 켠 채 주말밤의 TV를 본다
일요일마다 서프라이즈와 출발비디오여행을 챙겨보는 것도 같은 까닭에서다
늦잠이나 다른 사정으로 놓쳐서 아쉬워한 적은 많았어도
단 한번도 다시보기로 본 적이 없다
그러면 다음번엔 꼭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고
그 시간은 더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다시 할 수 없는 것은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나는, 아니 우리는 애써 그 시간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