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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힘을 빌려 올린다 평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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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평 부탁 Dream

요즘 내 심정을 가득 담은 글 ㅋ 백도야 ㅋ

 

 

 

 

 

쭉 내뻗은 손에는 슁슁 더운 바람만이 스쳐지나갔다. ​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러지 않는가. 차 창문을 열고 손을 뻗으면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손가락 사이를 스쳐지나가고 그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려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표정을 짓거나, 아련한 표정을 짓거나. 어쨌든 누가 봐도 꽤 분위기 있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던가. 그 차가 승용차이든, 버스이든, 택시이든. 심지어 굴러다닐까 싶은 똥차여도. 근데 왜 차 창문을 열고는 힘 없이 창문턱에 젖은 빨래 마냥 턱을 받치고 있는 나는, 그리고 손을 내뻗고 바람에 뺨을 맞듯이 머리가 날리는 나는, 옆 차선에서 운전 면허 딸 때 배운 교통법규는 어디로 팔아 먹었는지 서로 쪽쪽 빨기 바쁜 커플을 노려보는 나는, 왜 이렇게 추잡해 보이는 거지. 게다가 나는 지금 잘나신 애인이 몰고 있는 비싼 고급 외제차에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대체 왜 나는 이렇게 비참해보이지. 괜시리 짜증이 몰려와 경수는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훽하니 고개를 돌려 열심히 차를 몰고 있는 비싼 애인을 노려보았다.

 

" 뭐. "

 

씨-발, 존-나 싸가지 없어. 또 제 욕하는 건 귀신 같이 알았는지 운전을 하고 있는 얼굴 근육은 미간 사이를 좁히느라 열심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째려보니까 뭘 잘했다고 툭 말을 뱉는다. 내가 저 말투 좀 고치래도 도저히 말을 쳐들어먹지를 않는다. 나 지금 심통났어요, 하고 도로 위의 부랑아처럼 클락션도 빵빵 울려 댔다. 아니 대체 지가 심통날 일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맨날 방구석에 쳐박혀서 머리랑 손만 놀려도 돈이 술술 들어오는 직업을 가진 덕에 제 애인은 하루종일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인간이었다. 오죽했으면 옆 집 아주머니가 총각 혼자 사는 것이 신경쓰인다면서 가끔 나한테 밑반찬을 건내주실까. 명백하게 둘이 사는 집, 그것도 집 주인은 옆집 아주머니에게 존재 자체도 익식되지 않는 이 새끼였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사람이 조금은 사람답게 살아야지. 한 달동안을 집 밖에 안나온 것을 오늘도 겨우 설득하고 다독여서 끌고 나온 터였다. 그게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차에 앉기까지 온갖 불평 불만을 하며 그래도 내가 너니까 이렇게 귀찮아도 드라이브 시켜 준다고 또 온갖 생색은 다 내는 것을 받아주었건만,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 내내 즐겁기는 커녕 짜증만 몰려왔다.

 

" 변백현. "

" 왜. "

" 너 짜증나. "

​대체 내가 왜 이 관계에 이렇게 혼자 목을 매야하지. 하루에도 수 십번, 수 백번을 찾아오는 의문이었다. 노트북으로 하루 종일 의뢰 받은 그래픽디자인을 하고 있는 백현의 뒷모습을 침대에 누워 바라보며 매일 하던 생각, 고민. 정말 나만 놓으면, 놓아질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며 백현의 뒷모습에 손을 내뻗어 본 적은 한 두번의 일이 아니었다. 내가 잡아 달라면, 너는 잡아줄까? 그 질문의 답은 언제나 아니. 였다. 내가 놓으면 너는 정말 쉽게 나를 놓아버릴 것 같아. 그래서 괜히 다시 몸을 뒤돌려 벽을 바라보며 울었던 것이 거의 매일의 일이었다. 이 새끼랑 같이 산 지도 벌써 3년 째였다. 누군가는 겨우 3년? 이라고 말하겠지만 사귄지는 벌써 9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나서 지금까지 사귀고 있었고, 졸업 후 같이 산지가 3년이었다. 9년 동안 이 관계에 목을 맨게 계속 자신이었다면 차라리 내가 병신이요, 하고 후회라도 않지. 먼저 이 관계를 시작하자고 지랄지랄한 것은 지금 무심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는 변백현이었다. 술에 잔뜩 취한 채 오밤 중에 전화를 해서는 베베 꼬이는 혀로 지금 당장 나와서 안만나주면 죽을 거라고 찌질대는 통에 나가줬더니 자신을 잡고는 나 너 좋아한다고, 하루라도 안보면 죽을 것 같다고 엉엉 울면서 온 동네 떠나가라 소리쳤던 것이 그의 고백이었다. 대학 입학 이후 5개월동안 가장 친한 친구로 지냈던 자신에게 고백하면서 온 동네에 커밍아웃하는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그렇게 시끄럽게 목청껏 소리 지르던지,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괜히 얼굴이 붉어지고는 했다. 물론, 설레어서가 아니라 쪽 팔려 죽을 것 같아서. 신발새끼, 내가 그 날 지 소리에 깬 엄마한테 해명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나 몰라.

그런데 졸업을 하고, 서로의 직업을 갖게 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같이 살게 된 후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이 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처음에는 나는 단순한 회사원이고 얘는 그래도 나름 전문직이라서 그런가? 생각해봤지만 벌어오는 금액의 차이는 있어도 어쨌든 나도 야근이 수두룩하니 바쁜 셀러리맨이었다. 단순히 모든 이유를 바빠서라고 귀결시킬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럼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답이었지만 자신을 안아올 때마다 짓는 그의 표정과 매만져주는 손길이 모두 너무 따뜻해서 그렇게 생각하기는 싫었다. 그게 거짓이라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 후. "

더운 바람이 몰려 오는 창문을 닫아 버리고는 백현이 틀어 놓은 에어컨에 손을 뻗은 채 그대로 몸을 축 뒤로 늘어뜨리며 경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제야 백현이 경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잡아 챈 경수가 백현을 바라보았다. 차에 올라탄 지 한 시간만에 둘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경수가 또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져 고개를 돌렸다. 씨-발, 같이 차 타고 한 시간만에 눈 마주치는게 무슨 연인이야. 그렇게 뜨끈한 기운이 몰려오는 눈을 애써 꾹 감자 백현이 손을 뻗어니 경수의 눈을 살살 쓸어주었다. 따뜻한 손길이 오히려 더 짜증이 났다. 너는 항상 이래.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진짜 모르겠어. 예전에 너는 항상 좋아한다고 표현해주기 바빴고, 미친 강아지 마냥 나한테 꼬리 흔들기 바빴잖아. 근데 대체 왜 나한테 이제는 이러는 건데. 경수가 백현의 손을 탁하니 쳐내자 백현은 다시 앞만을 쳐다보며 운전을 할 뿐이었다. 경수는 그게 또 짜증이 났다.

​" 야 변백현. "

" 왜 또. "

 

대화는 계속 똑같은 말을 빙빙 돌았다. 운동회에서 준비 땅, 하고 출발한 계주 선수인 꼬마들이 엄마 아빠의 환호를 받으며 원을 빙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그렇게 뱅뱅, 돌고 또 돌았다.

 

" 너 바람 피지 마. "

" 뭐? "

 

경수가 그제야 오늘따라 유독 짜증이 났던 속마음을 툭하니 뱉어냈다.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에 놀란 듯이 백현의 눈이 크게 뜨이며 경수를 돌아보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고속도로 갓길에 차까지 급하게 세웠다. 경수는 여전히 백현을 돌아보지 않고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밖에는 쳐다만 보아도 더워지는 것 같은 태양과 퍽 잘 어울리는 파란 빛깔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참 좃같게도 아름다운 경치였다.

 

​" 아니야, 펴도 상관 없는데, 걸리지만 마. "

" 아니 너 아까부터 대체 뭐라는... "

​백현이 무어라 말을 이으며 경수의 어깨를 잡아 돌리려는 순간 경수가 그런 백현의 손을 다시 쳐냈다. 담담하게 말하려 노력하는 말투와는 다르게 경수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씨-발, 진짜 좃 같다.

" 나만 만나달라고 안할게, 그러니까 진짜 제발 나한테 걸리지만 마. "

" ... "

" 나 진짜 그러면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

" ... "

" 진짜 걸리지만 마. "

" ... "

" 부탁이야. "

 

​결국 하루종일 참아 왔던 말을 뱉어 내고 말았다. 여기까지 말하면 진짜 끝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오고야 말았다. 경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백현이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벌리다 망설이더니 결국 몸을 돌려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 매끄럽게 움직이는 차체에 경수는 더욱 비참해지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변명이라도 해보지 그랬니. 차라리 미안하다고 말이라도 하지.

기분이 오늘 극도로 치닫은 것은 단순히 지금까지 묵혀 온 감정의 골 때문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거라면 지금까지 수백번도 견뎌왔던 것이니 이렇게 추잡한 모습까지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상 모든 일의 마지막은 멋지게, 그렇게 마무리져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철학 아니었던가. 하지만 정말 끝까지 자신을 내보인 이유는, 오늘 백현의 책상을 치우다 발견한 작은 종이 쪼가리 때문이었다. 꽤 유명한 ​그래픽디자이너인 백현에게는 별의 별 의뢰가 다 들어왔었다. 가끔은 그래픽디자인이 아닌 단순한 작업물들도 의뢰로 들어오고는 했는데 웬만하면 작은 일들은 맡지 않는 백현이었다. 뭐 가끔 저희 집 개가 없어졌어요. 하는 의뢰물들은 안타깝다며 눈물을 찔찔 짜면서 새벽을 새며 작업하는 모습을 가끔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헌데 손에 집힌 종이 쪼가리에 대충 휘갈긴 디자인은 척 보더라도 청첩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왠일로 변백현이 이런 작업을 하고 있데? 의아함을 가득 품은 채 종이 표지를 살펴 보자 꽤 산뜻하고 청량한 느낌의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언제는 디자인에 여백의 미가 생명이라면서 백현답지 않게 온 틈을 빽빽히 색으로 가득 메운 디자인이었다. ​뒷표지를 살피자 '봄의 순수함, 여름의 청량함, 가을의 아름다움, 겨울의 순결함, 그 모든 것을 닮은 너에게'라며 꽤 로맨틱한 어구까지 휘갈겨져 있었다. 진짜 웬일이래. 그렇게 생각하며 접힌 종이를 여는 순간 경수는 온 몸이 굳어버렸다. 정말 당황하면 아무 생각도 안든다는 그 말이 무엇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 신랑 변백현

 신부 도지희 '

 

​왜 그 종이에 변백현의 이름과 누나의 이름이 써있는지 경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백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나서 얼른 종이를 제 자리에 두었지만 벌벌 떨리는 손을 멈출 수가 없어 억지로 뒤에 숨기며 도망치듯이 백현이 들어오는 방을 빠져나온 경수였다. 그리고 한참을 혼자 고민하다가 이렇게 백현을 끌고 밖으로 나온 것이고 말이다. 대체 네가 왜? 경수는 당장이라도 묻고 싶었다. 어쩐지 요즘 이상하기는 했다. 누군가와 전화통화하는 횟수도 잦았고, 자신에게 숨기는 것도 많아 보였고. 근데 이런식의 전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일차적으로 변백현이 자신 아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며, 자신을 본투비게이라고 칭해왔던 그가 여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으며, 혹여나 여자를 만나더라도 그 상대가 제 누나일 것이라고는 절대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무슨 이게 일일 신파 드라마도 아니고 이게 무슨 개 같은 전개냐는 말이다. 경수가 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얼굴을 한 번 쓸었다.

 

그리고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언젠가 한 번 우리 누나 이쁘지? 라고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어, 진짜 이쁘시다. 라고 대답하는 그에게 자의반 타의반으로(어렸을 때부터 누나에게 하도 많이 쳐맞아서 누나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도가 하늘을 찔렀던 경수였다.) 누나바라기인 경수는 바보처럼 헤벌쭉 웃으며 게이인 우리 둘이 이렇게 이쁘다고 말할 정도면 우리 누나도 진짜 이쁜 것야 하고 히히대던 자신이 떠오르기도 했고, 같은 전공생들이라면 변백현이 게이인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게이바를 들락 날락 거리던(가끔 정말 음악과 패션을 위해 게이바를 놀러다니던 여자 동기생 하나는 저 새끼는 정말 징할 정도로 죽돌이라고 증언하고는 했다.) 정말 단 한 번도 여자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백현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와 다르게 꽁꽁 자신을 숨기며 다녔던 경수를 또 어떻게 귀신 같이 알아봤는지 수작을 걸던, 하지만 불안해하는 경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관계를 숨겨주던 그의 옛모습도 생각났고 말이다. ​

내가 정말 호랑이 새끼를 키운 거야. 미쳤지 진짜. 그렇게 수백번 자책을 해봐도 결국 답은, 저 새끼가 누나랑 붙어먹는다고 해도 저 새끼를 놓아줄 수 없는 자신이었다. 그러니 방금 백현에게 건낸 말은, 정말 도경수의 최악이자 밑바닥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저 새끼가 뭐라고 내가 이래야 해. 스스로가 비참해졌지만 사람 감정이라는 것을 낸들 어쩌겠는가. 그것이 자신 스스로라도 말이다.

 " 야 도경수. "

" ... "

" 우냐? "

 

진짜 최악이었다. 저 새끼는 꼭 이럴 때만 눈치가 빠르더라.

 

" 안 울어, 내가 왜 울어 새끼야. "

 

그래 내가 왜 울어, 너 때문에.

 

 

애써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열심히 부빈 눈에 붉은 기가 남은 채로 창 밖을 바라보자 점점 가까워지는 어느 지점에 뻥튀기를 파는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아, 저런거 사 먹은 거 어릴 때 엄마 아빠랑... 아 진짜... 누나랑. 휴가 갈 때 사먹은 게 마지막인데.

 

" 야 변백현. "

" 응? "

" 저 앞에서 차 세워봐. "

​우냐고 물은 뒤로는 목소리도 갑자기 다정해졌다. 이러니까 내가 맨날 헤깔려하는 거야. 고작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어? 내가!

경수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어느새 고속도로의 주행속도와 꼭 맞게 가까워진 거리가 되자 아주머니가 우리의 차로 다가왔다. 아니, 변백현의 차로. 아무튼.

경수가 스스로 창문을 내리기도 전에 백현이 경수 쪽 창문을 열어주더니 친절히 현금까지 건내 주었다. 경수는 신경질적으로 백현의 손에서 현금을 낚아 챘다. 받을 건 받아야지, 그럼그럼.

" 뻥튀기 하나 얼마에요? "

" 이천원이요, 총각~ "

" 두 개 주세요. "

" 야 나 안먹... "

" 닥쳐봐 좀 너는. "

백현의 말에 고개를 백현 쪽으로 돌린 경수가 거친 소리를 내자 아주머니의 당황한 기색이 역역했다. 경수는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며 살갑게 웃고는 돈과 뻥튀기를 바꾸고 다시 창문을 닦았다. 마침 톨게이트여서 한동안 멈춘 차 안이 고요했다.

" 야 변백현 있잖아. "

" 응. "

" 너 짜증나, 진짜. "

" 응, 알아. "

 

결국 또 똑같은 소리가 맴맴 맬돌았다. 여름에 참 잘 어울리는 방향이었다. 맴맴 뱅뱅 썅.

 

 

결국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른 화를 참지 못한 경수가 손에 쥐고 있던 뻥튀기 하나를 백현의 얼굴에 내던졌다. 예상치 못한 경수의 행동에 놀란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경수를 돌아 보았다. 경수가 결국 소리를 내질렀다.

" 너는 내가 우습지. "

" 야 도경수. "

" 넌 진짜 뻥튀기 같은 새끼야, "

" ... "

" 진짜인게 하나도 없어. "

" ... "

" 뻥뻥, 진짜. "

" ... "

" 몰라, 잘 살아봐. "

 

그렇게 속에 있는 것을 내지른 경수가 차문을 확 열더니 톨게이트에 멈춰 서있는 차들 사이를 휘젓고는 갓길로 향했다. 막 톨게이트로 진입하려던 차량들이 경수의 등장에 놀라 클락션을 울리기도 했지만 지금 경수의 귀에 그런 것들이 들어올리 만무했다. 백현이 얼른 창문을 열어 경수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지만 경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차를 두고 빠져나올 수도 없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할 수도 없는 백현이 뒷차의 독촉 소리에 못 이겨 앞으로 차를 움직였다. 얼른 갓길에 차를 세우고 쫓아가야 하는 데 오늘따라 톨게이트 여직원은 손이 뭐가 그렇게 느린지 한참의 시간을 소비했다. 창문에 몸을 뺀 채 경수를 바라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진짜 처량하다. "

 

경수가 계속 욕짓거리를 내뱉다가 갓길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 와중에 또 뻥튀기는 꼭 쥐고 나온 자신의 신세가 정말 너무나도 웃겼다. 뻥튀기 같은 새끼라고 소리 질러 놓고는 그 뻥튀기를 결국 또 손에 꼭 쥐고 온 자신이었다. 자신에게 진실된 것 없이 속만 텅텅 비어있는 새끼를 내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아직도 꼭 쥐고 있는지 그 자체가 너무나도 비참했다. 그리고 저 새끼는 죽어도 지금 자신의 마음 모른다고 인식하니 그것만큼 자신 스스로 불쌍한 일이 또 없었다. ​

 

" 진짜 뻥튀기 같은 새끼. "

 

경수는 손에 꼭 쥔 뻥튀기를 한 번 바라보았다. 땅에 봉지 째 패대기치고 싶고, 발로 부서지는 소리가 ​칙칙 나도록 짖밟고 싶은 데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꼭 잡고 있는 자신에 경수는 주저 앉은 무릎 사이로 얼굴을 뭍었다.

추천수4
반대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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