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글은 첨써보네요.
전 앞집 여자랑 한바탕 한 일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계단식 아파트에 사는데요. 저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앞집과 마주보는 평범한 구조입니다. 이사온지는 1년 다되갑니다.
앞집에는 애를 둘 기르는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데, 이사오고 두어달 뒤부터 앞집에서 복도 앞에 쓰레기봉투를 내놓기 시작하더군요.
이게 냄새가 안나면 또 모르겠는데, 아기 똥기저귀랑 오물이 든, 그야말로 냄새덩어리인 쓰레기봉투입니다.
당시는 제가 결혼을 앞두고 혼자 살 때였기 때문에 꾹 참았지요. 집에 자주 있지도 않고, 아침에 일찍 나가 저녁에 들어오곤 했으니까...
이때 버릇을 잘못들인것 같습니다. 아주 만만하게 보였을까요?
앞집은 쓰레기를 내놓고 도통 치우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정도면 치우던것을, 이틀, 사흘 정도로 점차 길어지더라구요.
마침내 결혼하고 나서 겨울이 되자, 일주일 동안 치우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똥기저귀가 가득들어있었지요.
복도식 아파트도 아니고, 계단식이다 보니까 좋은게 좋은거라고 꾹 참았는데, 이 정도쯤 되니까 돌아버리겠더군요.
결국 어느날 퇴근하던 아내(맞벌이)가 먼저 나서서 앞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아내: "안녕하세요, 앞집인데요."
앞집 여자: "(인터폰) 네 무슨일이세요?"
아내: "쓰레기 좀 치워주세요.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네요."
앞집: "네, 내일 아침 내다버릴게요.(건성)"
미안하다는 말 따윈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도 쓰레기는 계속 나왔습니다.
저도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오더군요.
봄이 다 갈 무렵 어느 주말, 앞집 여자가 또 똥기저귀를 내다놨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놀러오셨는데 냄새가 너무 심하더군요.
아내는 자기 잘못인것 마냥 어쩔줄 몰라하고...
결국 부모님이 가시고 나서 뚜껑이 열린 제가 앞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여자가 받더군요.
나: "계세요? 앞집인데요."
앞집: "(인터폰) 네?"
나: "쓰레기가 너무 냄새가 나서 그러는데요. 좀 치워주실래요?"
앞집: "네, 내일 치울게요~" (인터폰 뚝)
지 할말만 하고 끊더군요. 어이 상실해서 다시 눌렀습니다.
앞집: (약간 짜증섞인 투) 네?"
나: 잠깐 나와서 얘기 좀 하실래요?
뭘 꾸물거리는지 1분쯤 걸리더군요. 나온 여자는 제 아내 또래 정도로 보였습니다.
앞집: 왜 그러세요?
나: 지금 냄새 안나십니까? 그동안 참고 말을 안했는데, 너무 지독하지 않나요?
앞집: 그러니까 내일 치운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나: 지금 치워주세요.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매너 위반 아닙니까?"
순간 여자가 절 쏘아보더니, 인상을 구기면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문을 닫아버리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번 더 누를까 하다가 따라나온 아내가 말려서 그냥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여자가 또 똥기저귀 봉투를 내놨습니다. 아침에.
쌍욕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참았습니다.
월요일 아침, 먼저 출근하는 아내를 역에 태워다 주려고 나오는데,
똥기저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군요. 냄새를 풍기면서.
아내도 잔뜩 화가 났지만 출근길이라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갔고, 저는 집에 돌아와 경비실에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경비는 자기가 대타라고 하면서 저희 동 담당 경비아저씨가 마침 휴가라 해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관리사무소에 연락했죠.
관리사무소 직원: 관리사무소입니다.
나: 수고하십니다. XXX동 XXX호인데요, 앞집에서 자꾸 쓰레기봉투를 문앞에 내다놓네요.
직원: 아 네, 경비아저씨한테 전달하겠습니다.
나: 경비실에는 아까 전화했는데요, 오늘 휴가라고 하던데요.
직원: 네? 오늘 근무자가 있는데요.
짜증이 슬슬 올라왔지만 참았습니다.
나: 그니까 아까 전화를 했는데요, 전화받은 분이 자기가 대타라서 해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직원: 아... 그거랑은 상관없는데... 제가 연락을 다시 하겠습니다.
한 삼십분 후 경비가 문을 두드리더군요.
경비: 아이구 이거 냄새가 지독하네요. 제가 알아듣게 잘 말할테니까, 들어가 계세요.
나: 네, 수고하세요.
대문 앞에서 듣고 있자니
경비가 앞집 초인종을 누르고 앞집 여자랑 몇마디하더니 가는것 같더군요.
그리고 십오분쯤 지났을까. 저도 출근하기 위해서 집을 나서려는데,
쓰레기봉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초인종을 다시 눌렀죠.
앞집 여자가 나오자마자 물었습니다.
나: 이거 냄새 안나세요?
앞집: (짜증내면서) 그 냄새가 댁 거실까지 가나요?
와 나 이런 미친X....
나: (어이털림) 네?
앞집: 어차피 문닫으면 냄새도 안나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세요?
이 다음부터는 그여자랑 한 대화를 최대한 가감없이 적은 것입니다.
나: 공동생활에서 너무 매너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이사오고 1년동안 참았는데, 이렇게 냄새나는 쓰레기를 문 앞에 놓고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습니까?
앞집: 이 복도가 그쪽 거에요? 아니잖아요. 공동생활이면 상호배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예민하세요?
나: 그럼 그쪽은 상호배려해서 이런 똥기저귀를 내놨습니까 여태까지?
앞집: (킁킁하더니) 냄새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그러세요? 참나
나: 코가 좀 안좋으세요? 냄새 안납니까 지금?
앞집: 애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힘들어서 잠깐 내놓을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따지세요?
나: 애키우는거하고 쓰레기 방치하는거하고 무슨상관입니까?
앞집: 쓰레기가 하도 나와서 힘드니까 잠깐 집앞에 뒀다 버리는거 아니에요! (소리 꽥)
나: 이 쓰레기도 주말에 내놓으신거잖아요. 일주일 동안 안 버린 적도 있으면서 그렇게 말하시면 안되죠.
앞집: ...
나: 그리고 쓰레기 버리는게 그렇게 힘드시면 아예 집안에 두시지 어쩌자고 문앞까지 나오셨대요?
앞집: 참나...
여자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했습니다.
나: 쓰레기 봉투에서 냄새 나고 집에 두기 싫으니까 복도에 두신 거 잖아요.
앞집: 냄새가 나긴 뭘나욧!
나: 아주머니, 자식 똥이라 냄새가 안나는 모양인데, 저희한테는 냄새 심해요. 그리고 이 복도가 저희것도 아니라면, 아줌마네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쓰세요?
앞집: (노려보며) 그럼 아저씨네도 내놓으시면 될 거 아녜요! 그리고 이러는거 협박인거 아시죠?
나: (어이상실) 협박이요?
앞집: 지난번에도 했잖아요!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 운운하면서!
그때 저는 순간 이 여자가 미친 줄 알았습니다.
나: 제가 기억이 잘 안나서 그러는데, 뭐라고 했는지 아줌마가 다시 말해보세요.
앞집: 법적인 책임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매너 위반 아니냐 뭐라 하셨잖아요!
나: 네, 그렇게 말했네요. 그게 왜 협박이 됩니까?
앞집: 아니 그럼, 평범한 가정집에 법을 말하는 게 협박이 아니고 그럼 뭔데요! 저 정말 기분 나빴거든요? 아저씨도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고 있잖아요! 저도 기분나빠서 제 기분대로 행동해야겠네요.
나: (숨좀 고르고)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쁘셨다면 제가 사과드릴게요. 저는 싸우자는게 아니고, 쓰레기 봉투 좀 복도에 내놓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제가 억지를 쓰는겁니까?
앞집 여자는 이때 재밌는 말을 했습니다.
앞집: 저기요. 저희 집 화장실에 담배냄새가 매일 올라와요. 저는 그거 갖고도 아무말도 안하고 참고 살아요. 아저씨는 왜 못하시는데요?
나: 그 냄새를 제가 피웠습니까? 저 담배 안핍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불만이시면 윗집이나 아랫집에가서 따지셔야지 왜 그걸 지금 말하세요?
앞집: 참나... 애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 이렇게 말못해요 아저씨.
결국 앞집 여자는 이 말을 남기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쓰레기를 버리러 갔습니다.
앞집: 아무튼 저보고 쓰레기 버리지 말라 이거 아녜요. 제가 조금더 주의할게요. 그만 들어가 일보세요.
결국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너무 빡이 쳐서 인터넷도 뒤져보면서 법적인 처벌이 되는지 알아봤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처벌불가더군요. 다만 시청의 유관부서 직원이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공동생활인데 법적인 처벌 이전에 매너의 문제죠. 이건 그쪽 집이 너무 매너가 없는겁니다."
이 당연한 말을 저 여자는 왜 모르는건지...
그런데 오늘,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에 집에서 담배피우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었더군요. 이 여자가 관리사무소에 어떻게 난리를 피운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한 여자입니다.
이웃복도 지지리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