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톡은 처음 써보네.
오늘따라 유독 가슴이 뭉클해지길래 해소할 곳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어.
음 무슨 말을 할거냐면 지나간 내 사랑얘기를 할까해.
사실 대단한 로맨스나 절절한 사랑 얘기는 아냐. 그냥 응어리져있던 내 마음을 솔직 담백하게 적어볼 곳이 필요했어.
그냥 조금 진지하고 답답해보이기도 한, 그리고 모자란 구석이 있는 총각이 썼다고 생각하고 봐줘.
올해 초까지만해도 나한테는 너무 예쁜(적어도 내 눈엔) 여자친구가 있었어.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밥먹는 모습, 조는 모습, 심지어 조금은 뭉뚝한 엄지 손가락까지도 안 예뻐보이는 곳이 없었지. 제일 처음 반했던 모습도 사실 내가 사준 떡볶이에 고춧가루 낀 것도 모르고 맛있다며 헤벌쭉 웃어줄 때 였었지.
이렇게 이쁜 여자친구를 처음 봤을 때는 사실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거 같아. 대외활동에서 만났는데. 나를 바람둥이같다며 냉랭하게 대했거든. 나도 크게 신경쓰진 않았어. 조금은 깍쟁이 같고 외모도 그리 내 스타일은 아니였으니까.. 그리고 나 사실 그 전까지 여자경험 제대로 없었거든. 완전 잘못 집어놓고 그러는게 못마땅하기도 했지.
아무튼.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 학교에 알바를 하러 가게됐지. 정말 우연히 말야. 자취를 하기 때문에 집에 가봤자 혼자 먹을거 뻔하고. 두둑해진 지갑에 덩달아 신나서 그 친구를 불러보았지. 그런데 웬걸. 자기네 학교 왔으니 자기가 사겠다고 되레 우기는데. 그 기세에 양보할 수 밖에 없었어. 당돌한 모습이 조금은 남다르게 각인되었던거 같아.
그때부터였어. 그 친구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 술먹으면 가장 먼저 폰을 뒤적여 통화를 거는 사이말야. 그 친구도 고민거리가 있으면 나에게 연락을 주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쥐뿔도 해결 못해줬으면서 거드름은 참 많이 폈던거 같아.
그렇게 야구도 보러가고 공모전도 하곤했어. 하지만 둘다 사귈 생각은 못했던거 같아. 둘 다 서툴러서 그랬을까?
그렇게 사학년에 진학했어. 나는 취업준비를 시작하며 주변과 멀어졌어. 그 친구와도 마찬가지였지.
근데 그 사이에 한 친구가 종용해서 소개팅을 한번 나간 적이 있었어. 나갔는데 놀랐었던거 같아. 너무 예쁘고 착하기까지 한 친구였거든. 근데 더 놀랐던건 그게 다인거야. 내 그 친구랑 있을때보다 신나지 않고, 내 그 친구랑 대화할 때보다 즐겁지가 않은거야. 그렇게 찝찝한 기분만 얻고는 그 소개팅은 파했어.
그리고 얼마 안가 앞에 말한 대외활동 멤버가 모였지. 소개팅 주선해준 친구와 내 그 친구까지 모두 모이는 자리였어. 그런데 그 주선자친구가 내 소개팅 얘기로 입방정을 떠는거야. 그런 중 갑자기 내 그 친구가 오버하면서 자기도 얼마 전에 썸 있었다며 묻지도 않은 얘길 풀더라.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불편해지는거야. 괜히 갑자기 혼자 된 느낌이랄까. 혼자 상심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어서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지. 그러곤 한동안 취업만 생각했던 것 같아.
그렇게 몇개월이 흘렀을까. 토익 공부 중에, 내가 과연 잘 가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더라. 며칠을 공허함에 공치다가. 전화번호를 뒤적였지. 역시나 손이 가던건 그 친구 번호였어.
그러고 다음날 우리는 일산 호수공원에 놀러가기로 했어. 괜히 들뜨는 기분에 아침 일찍 머리를 깍고 옷을 갖춰입고 한손엔 로스팅까지 직접하는 집의 아이스라떼 두잔이 들려있었지. 그렇게 역앞에 기다리고 있는데, 삼십분 늦는다는 문자에도 신나더라. 그리고 나타난 그친구 모습은 어땠을거 같아? 나 그친구 그전 이년동안 알고 지내면서 원피스 입은 모습을 본건 그날이 처음이었어. 예쁘기도 했지만 왠지 낯설더라.근데 기분 좋은 낯섬이었달까. 뭔지모를 기분을 안고 일산을 향했지. 내 스트레스를 핑계삼아 하루 종일 끌고 다녔어.자전거 타고, 걷고, 놀았지. 여자의 체력 따위 신경쓸줄 모르는 멍청한 놈이였던거야..
뒤늦게 홍대로 저녁 먹으러 돌아왔는데, 조금 미안해지는거야. 그러고 저녁 사겠다고 큰소리치는데. 먹고 싶다는게 고작 떡볶이. 그나마 비싸보이는 떡볶이 집가서 3인분 정도 시켰나. 근데 먹는 그 친구 표정이 마치 스테이크라도 얻어 먹는 양 너무 밝아보이는거야. 이에 고춧가루 낀줄도 모르고 말이지. 그때 든 생각이. 아 이 친구랑 지내면 정말 즐거울 것 같다 였어.
그때부터였어.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꼭 봤던거 같아. 공부도 더 열심히 했지. 그 친구 볼 시간 벌려고 말야.
그렇게 한달 즘 지나서였나. 뭔지 모를 관계와 감정을 유지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어. 하루는 그 친구가 표정이 안좋더라. 왜그런지 너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어. 웬지 그러면 안될것 같았거든. 대신 열심히 기분을 풀어주려했지. 그러곤 어느 순간 각자의 진로에 대해 얘길 꺼내게 되얺어. 그 친구가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얼핏 한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난 가볍게만 여겼던 그 얘기가 그 친구한텐 아니었던거야. 어느새 구체화시켰더라고. 다음해에 아프리카에 일이년 나갈 수도 있다고 말야
그때부터 뭔지 모를 감정에 복잡한 심정이 더해졌지.
한번은 우리 둘이 같이 있는데 우연히 아는 형을 만났어. 평생 게이 오해받으며 혼자 지낼 것 같던 동생인데 여자랑 있으니 적잖이 놀랐나봐. 나중에 따로 나한테 둘의 관계를 묻더라고.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정말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내년에 연락 닿기도 힘든 먼 곳에 갈 것 같아. 정말 좋아하는데 무책임하긴 싫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런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던 차. 어느하루. 그날도 어김없이 같이 놀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버린거야. 집앞까지는 아니어도 근처역까지만이라도 항상 데려다 주곤 했는데 그날만은 막차시간이 다 되어서 데려다주겠다고 우길 수가 없었지.
어쩔 수 없이 홀로 보내고. 나는 집에 들어와서 준비해놓은 자소서 제출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오는거야. 왠지 찝찝한 기분이 맞았던걸까. 그친구가 상기된 목소리로 치한을 만났다고 하는거야. 그나마 다행인건 당하기 전에 소리지르고 도움을 요청해서 그 사람을 잡았고 경찰이 오는 중이래. 집앞이라 같이 사는 사촌 오빠가 나오기로 했고. 놀란 것 빼고는 별 탈 없으니 걱정말고 있으래. 잠시 놀라서 전화했을 뿐이니 마무리되면 다시 연락하겠대.
그런데 내 느낌은 아닌거야. 그친구 사촌오빠가 새벽에 들어오는게 부지기수인걸 내가 아는데 괜히 나 안심시키려고 그러는게 뻔히 보이더라고.
사실 가고싶던 회사였지만 자소서고 뭐고 뛰쳐나갔지.
택시타고 짐작가는 파출소 돌고돌아 도착했더니. 취객과 그 개 새끼로 개판인 파출소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며 홀로 진술서 쓰고 있더라. 화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 마음으로 들어가니 경찰관이 막아서며 묻는거야.
누구시죠?
저 친구 남자친구입니다.
그렇게 시작했어. 그 친구와 인연이..
더 말하고 싶은데 내일도 어김없이 출근을 해야하는 신분이다보니.
내일 다시 써볼까해.
폰으로 새벽에 청승떨며 쓴거라 엉망이야. 창피하긴한데 속은 시원하네.
보고싶다 그 친구.
316 ㅡ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http://youtu.be/2bzYvAcXs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