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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 어때?


  악몽을 꾸었다. 짙게 내려앉은 어둠 사이로 네가 날개짓을 하려 날개를 푸드덕 거리는 꿈을. 네가 있는 곳은 너무나도 밝은 광야인데, 그 광야만으론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자꾸만 저 먼곳의 짙음을 향해 도약하려는 너를 꾸었다. 어딜 그렇게 가려고 하니? 하고 물었다. 대답은 않고 팔을 푸덕이는 너를 보며 웃었던 것도 같다. 어딜 그렇게 향하려고. 황폐해진 누런 대지 위로 솟아나는 족쇄들을 바라보며 너는 울었던가 웃었던가. 굵고 단단한 철사가 너의 날개를 휘감고 발목을 옥죄어 내리는 것을 보며 나는 웃었던가 울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과연 악몽이라 이름 지을 수 있을까. 너의 불행을 보며 기피할 도리도 없이 몰려드는 웃음을 쏟아내 버린 나를 보고 네가 어찌 울 수 있었을까. 꿈이 아니었던 것도 같은데 나를 떠나려는 너의 모습을 보니 꿈 인 것도 같고. 길고 긴 악몽에서 깨었을 때 하늘은 이미 너를 향해 내려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의문들은 하나 둘 씩 거리를 좁혀왔다. 매일 밤마다 나를 좀먹는 악몽과 그 끝에 서서 구슬피 우는 너. 꿈이 아니고서야 이리도 나를 괴롭게 할 순 없다. 꿈은 의문일까 현실일까. 요새 들어 잡생각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옆에 곤히 누워있는 너를 본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너를 보고 내가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 날 만난 걸 후회해? "  "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간은 흘렀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거야. 널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냥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래. "
  내면의 네가 말했다. 끝없이 속삭속삭. 크게 말해도 좋으련만 귓가를 간지를 정도로만 내지르는 너의 소리들.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렇지 않고선 너의 나즈막한 숨소리를 들을 수가 없으니까.
  " 정말 후회하지 않아? "  " 후회한다고 말하면 돌려보낼거니. "  " 아니. "
  나는 슬쩍 웃었다. 너의 얼굴 곳곳에 자리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을 보며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느끼고, 느끼고. 느끼는 것의 반복.
  " 느껴져? "  " 무언가가 느껴진다는게 어떤건데? "  " 널 보고 있으면 심장이 뛰어. 쿵, 쾅. 쿵, 쾅. 너도 느껴져? "   너는 입을 다물었다. 본래도 열려있진 않았다만. 
  " 난 느껴지지 않아. "  " 어째서? "
  분명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은데, 날숨과 들숨을 교차로 내쉬고 들이쉬며 나를 향해 속삭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느껴지지 않지? 나는 계속해서 의문점을 제기했다. 너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허덕였다. 숨이 차. 겨우 뱉은 말은 가쁜 호흡 속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조금 더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 심장이 뛰어. "  " 너의 박동 소리야. "
  난 박동할 수 없어. 네가, 그 박동을 멈췄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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