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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1026 |2014.08.25 08:39
조회 541 |추천 0
저는 27살의 여자고 4살 어린 남자친구를 만났었어요
처음에 둘이 같이 너무 좋아서 사귀기 시작했고 1년 반 가까이 연애를 하다가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게 되었어요
직장인이었고 회사를 다녀서 입대때는 못갔지만 그 이후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시간이 생겨 수료식에는 다녀왔죠

군대를 가기 전에는 자주 만나면 일주일에 2~3번은 만났고 주에 꼭 1번은 만났었어요
가기 전에 자기를 꼭 기다려주길 바랬고 저도 꼭 기다리고 싶어서 같이 힘내보자고 했어요
군대갈 거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귄 것도 아니라서 1년 반 가까이 만나고 추억 많이 쌓고 가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남자친구는 애정표현이 정말 서툰 반면에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여자친구인 저에게도 단호하고 확실하게 말하는 성격이었어요
제가 살집이 좀 있는 편인데 살빼라는 말을 많이 했고 저는 그에 맞추려 다이어트를 여러번 했는데 죄다 실패했구요
옷 입는 스타일도 아무래도 살집이 있다보니 그렇게 예쁜 옷도 못입고 그랬는데 남자친구는 제가 막 찰랑찰랑한 원피스 같은 걸 입고다니길 바라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자기 맘에 안드는 옷이면 입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구요

저는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같이 농담 잘 주고받는 사람이 좋은데 남자친구가 딱 그랬어요
그런데다 남자친구 만나기 전에 안좋은 일이 있어서 우울증을 겪었던 터라 남자친구 만나면서 세상이 다 행복하고 좋아서.. 그래서 남자친구한테 의지 많이 하고 어린 친구인데도 엄청 기대고 그랬고 진짜 많이 사랑했어요

군대를 가기 전까지, 아니 지난달까지만 해도 우리 사이는 문제가 없는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살빼는 걸 잘 못하는데도 남자친구는 날씬한 애 필요없고 살 뺀 너가 보고싶다는 말도 많이 했어요
저는 그럴 때 마다 '아 쟤가 그래도 나를 아껴주는구나, 앞으로도 나랑 계속 같이 하겠구나' 같은 생각 많이 들더라구요
군대를 작년 11월 말에 갔는데 초반까지만 해도 서로 너무 그립고 보고싶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떤 계기였는지 아니면 서서히 그래온 건지 엇그저께 저에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하더라구요
이번에 첫 정기휴가를 나왔는데 저번 휴가와는 달리 너무 무기력하고 만나도 그만 안만나도 그만인 사람같고.. 또 나온 당일날 전화를 저녁 6시가 되서야 하더라구요
제가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라 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그런 태도에 화만 내고 사과받고 대충 끝냈어요
그 뒤로 3일 연속을 만나서 놀았는데 재미가 많이 없었네요.. 남자친구가 다 재미없어하니까 저도 그냥 재미가 없었어요
그리고 3일째 만났던 날에 집에 가면서 카톡으로 솔직히 너 이번 휴가에 나와서 너무 무심한 것 같고 마치 그냥 친한 남자애랑 놀고 온 기분이라고 서운함을 표현했어요
그리고 나서 나 혼자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서운한 맘에 얘길 덧붙였죠
이게 잘못이었을까요.. 남자친구가 그때부터 이야기가 터지더니 저에 대한 감정을 잘 모르겠데요
제가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건 본인도 알겠는데 남자친구는 제가 좋기는 한데 여자친구로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구요
점점 싫은 점이 많이 보이고 늘 지적해오던 것들이 이젠 그냥 다 싫데요
살 안빼는 것도 싫고(=자기관리 안해보여서 싫고) 끈기 없는 것도 싫고..
그리고 제가 회사를 그만둔 게 회사가 갑자기 망해서인데 그 시기가 작년 12월이었어요
갑자기 다 회의감들고 나는 잘해보려고 했는데 뭔가 다 안되는 것 같고 너무 무기력해지고 의욕도 없어지고 그냥 아무것도 안하면서 남자친구 하나 바라보면서 8개월을 놀았어요
이렇게 제가 무의미하게 시간 보낸 것도 싫고 제 나이에 돈 모으기 시작한 게 없는 것도 싫고.. 그간 아르바이트 할 생각 못한 것도 좀 그렇고 등등
제가 그냥 답답하고 싫어졌나봐요
자기를 만나면서 다른 남자 만나볼 생각 안한 것도 자기는 너무너무 답답하다며 솔직히 자기는 지금 맘에 드는 여자가 없어서 그렇지 맘에 드는 여자애가 생기면 바로 갈 것 같다고..
아무리 애정표현을 잘 못했어도 이렇게 사람 마음 갈기갈기 찢어놓는 애는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믿기지도 않고 화도 안나네요

딱 하루를 붙잡았어요
그냥 내가 노력해서 너의 이상적인 여자가 되겠다고, 그간 경각심이 없이 살았다고, 제발 나 마지막으로 한번만 믿어달라고..
그런데 저를 2년간 봐온 결과 바뀔 확률은 전혀 없을 것 같다네요
시간을 갖자고 해도 편해지고 싶다고만 하고 시간 끄는 일 하고싶지 않다고..

그리고 사귀는 중간중간에 제가 결혼얘기나 나중에 꼭 같이 살고싶다는 이야기 같은 걸 많이 했었어요
장난반 진담반으로 "너 나중에 나랑 결혼할꺼야~?" 이런 질문도 많이 했구요
군대에 가기 전에는 이런 것들도 다 받아주고 정말 진지하게 저와의 미래를 생각해주기도 하고..
또 남자친구가 군대 제대하고 유학도 다녀오고 싶어 하는데 저한테 꼭 같이 가고싶다는 말도 했었거든요
워킹이라도 알아봐서 해외취업이라도 해보자는 말도 같이 해보고..
그런데 아무래도 저는 나이가 있고 현실을 더 보게 되니까 유학은 당연히 말도 안되고 해외취업도 그 나라의 학위가 없는데 안될 게 너무 뻔해서 말도 안된다고 그랬죠
그러면 남자친구는 아무래도 어리고.. 뭐든 다 끝까지 도전해봐야 알 수 있다는 마인드로 왜 매번 부정적이게만 생각하냐는 반응이었어요
아무튼 그래서 저에게 또 항상 결혼결혼 하는데 장난으로 하는 말들도 다 너무 부담스럽고 자기는 나랑 결혼도 못해주고 하더라도 엄청 늦게 해줄텐데 그런 생각 하는 거 너무 스트레스라네요

이젠 더 이상 스트레스 받고싶지 않고 자기 위에 올라와있는 짐들을 다 내려놓고 싶데요

휴..
아직 헤어진지 며칠 안되서 그런지 너무너무 힘들다가 괜찮다가 막 웃기기까지 하다가 미치게 슬프다가.. 뭐 그래요
저렇게 모진 말 많이 하고 제 마음 다 찢어놨는데도 너무 보고싶고 하나도 안 싫고 전화하고싶고 집에 찾아가고싶고 얼굴 보고싶고 목소리 듣고싶어요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정도 붙잡았는데 카톡도 점점 읽기 싫어하고 나중에는 확인도 안하려하고.. 나를 그래도 아껴주던 애였는데 너무너무 차가워서 저도 그냥 헤어지자고 했어요
군대 복귀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싶다고 해서(아직 휴가중이거든요..) 원래는 오늘 보기로 했었는데 그냥 제가 그것도 하지 말자고 했어요
미련 남을 것 같고 그렇다고..

마지막엔 좋은 말만 했어요
2년간 수고 많이 했고 고마웠고 앞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제가 마음 정리해야되는 거 맞죠?
제가 찾아가거나 전화하거나 하면 안되는 거 맞죠..?
제 나이도 있는데 그렇게 어리고 경험할 것도 많고 아직 하고픈 것도 많은 아이를 제가 붙잡으려고 하면 안되죠..?

저 그래도 2년동안 정말 최선을 다 해 연애했어요
한번도 남자를 길게 만나본 적이 없어 아 얘는 진짜 어려도 길게 만날 남자구나, 했었어요
길가다가 제 옷은 안사도 종종 남자친구 티셔츠라도 하나 사주고 제가 올해를 제외하면 거의 직장을 다녔으니까 맛난 것도 같이 많이 먹으러 다니고..
잘 하고 싶어서 잘 하려고 노력 정말 많이 했어요
살 빼는 것만 힘들어서 그랬지 애정표현도 나름 많이 하고 생각날 때 편지도 종종 많이 써주고 전화도 자주하고..

이미 헤어졌는데 저런 생각들이 다무슨 소용인가 싶네요
마음을 다잡아야지 하다가도 너무 보고싶어서 동영상 찍어놓은 걸 보는데 정말 너무너무 슬프네요

이제 내일부터 다시 출근도 하고 일 하면서 다이어트 제대로 하려고 운동 등록할 생각도 하고 저 나름대로 다시 열심히 살아보려고 결심을 딱 했는데 남자친구는 휴가 나와서 그런 제 모습 몰라주고 헤어지자네요

연락이 다시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이라도 당장 다시 만나자고 해주면 좋겠어요
더 좋은 남자 세상에 많은 것도 알아요
근데 그냥 지금은 걔만 필요한 것 같아요..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그냥 이렇게 계속 힘들고 싶어요
그 친구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흐려지고 옅어질까봐 벌써 너무 무서워요
목소리도 얼굴도 키도 어깨도 팔도 손도 그리고 긴 속눈썹이랑 진한 눈썹도.. 특이하게 생겼던 엄지손톱도... 저는 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은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려질까봐 너무너무 무서워요

여치야
여기에 차마 본명을 쓸 수는 없으니 연애 초반 때 너를 불렀던 애칭으로 써 봐
나는 밥을 한끼도 못먹겠고 사는 것이 너무 재미없어졌어
어린 너에게 너무 많이 기대고 너무도 많은 걸 바래서 그래서 니가 지친걸까?
아니면 내가 살하나 못빼는 끈기없는 아이여서 그랬을까
남들에게 내 자랑 하고싶어도 자랑할 게 하나도 없었지?
미안해
어린 나이의 니 또래들은 예쁘고 늘씬한 여자애들이 참 좋아보이는 그런 나이일텐데 내가 그런 여자가 되지 못했네
올 한해동안 너에게 한심한 모습만 너무 보였어
그치만 나는 니가 좀만 더 나를 이해해주길 바랬어
오죽 스트레스받고 힘들면 그럴까.. 하면서 말이야
그래 너는 군대에 있고 나보다 스트레스가 더 컸겠지
그런 너를 내가 더 이해했어야 했나 싶고
내가 얼마나 못난 사람이었으면 군대에 있는 너에게 차였나 싶다
너무 보고싶고 연락하고싶다
하지만 마지막은 초라해지고 싶지 않아서 그냥 꾹 참아
나중에라도 니가 돌아올 수 있게 내 옆자리 남겨두고 싶지만 니가 돌아올지 모르겠어
전화라도 한번 해주면 너무 좋겠는데..
너는 나한테 모질고 나쁜말 한 거 안힘들어?
너는 이제 진짜 날 안보고싶어?
너는 내가 이제 그렇게나 안좋아...?
어짜피 물어봤자 똑같은 대답 들을 질문들인데도 또 궁금하다
혹시라도 니가 거짓말이였다고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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