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짜고짜 반말이라 기분 나쁜건 아니지?
사실 나도 지지난주인가.. 이시간 즈음 여기에서 글도 읽고 많이 도움을 받았는데,
글을 읽을수록 공감가는 글들도, 도움이 된 글들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 글들도 많더라고.
그래서 이 글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 동생같은 친구들에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내일모레면 서른살인, 중2병 걸린 언니가 하는 꼰대글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줬으면 좋겠어.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할게.
1. 여기 글들은 참고만 해.
이 카테고리의 어떤 글 들 중에, '시간을 갖자고 한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해도 될까?'라는 글에 본인의 남자친구인듯, "오빠 지금 연락해, 기다리고 있어" 등의 댓글이 여러개 달린걸 보고 제일 안타까웠어.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사람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자신도 다시 만날 수 있게 될지 확인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남자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말하며 이 남자의 마음이 뭘지 묻는 사람들도 많더라고.
물론 그럴 수 있지.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잖아.
그런데 상황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잖아.
헤어짐이나 시간이 갖자는 말을 한 행동은 같더라도 이유는 다 달라.
그래서 제일 중요한건 너의 판단인 것 같아.
다른 사람들 말대로 했다가 헤어지게되면 제일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글들을 보면서 참고할 수 있는 것만 참고하고 위로받으면 좋을 것 같아.
2. 행동을 하기 전에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싶은지를 가만히 바라봐바.
그런 기분알아?
엄청 현란한 드리블을 해서 상대선수를 다 제치고 진짜 멋있게 슛을 때렸는데 골인!이 되었어.
근데 돌아보니 자살골인 그런 기분. 알고보니 나를 말리던 상대선수는 내 편이었던거지.
나는 원래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할 것 같다면 무조건 행동하고 보는 스타일이었어, 가슴이 항상 머리를 압도했지. 그래서 난 저 자살골을 넣는 기분을 참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사람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어.
제일 중요한건 내가 얘를 왜 그리워하는지, 잡고 싶은지, 지금 이 시간에 연락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알아야한다는거야.
오래 사귀던 사람이었어서 내 전부가 떨어져나간 기분때문인지, 못한게 너무 많아서 그게 미안해서 만회할 기회가 필요하기때문인지, 말할 수 없는 큰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이 사람이 아니면 연애를 할 수 없을것 같은 생각 때문인지.... 기타 등등.
그렇게 곰곰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정리가 되기도 하고 내가 그 사람과의 연애를 통해 얻고 싶은게 뭔지 알게되.
얻고 싶은게 명확해졌을 때, 비로소 너의 입장을 너의 마음을 알게 되는거야.
예를 들어,
이사람이 아니면 다신 연애를 못할 것 같아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 우린 특별했어 -> 어떤 부분이 특별했어? -> 그사람은 날 애기처럼 사랑스럽게 안아줬어. -> 그럼 사랑스럽게 안아주는 사람이 필요한거네. 그럼 굳이 왜 그 사람이어야할까?
이런식으로 혼자 찬찬히 마음을 들여다봤으면 좋겠어.
"으악 나 쥰니 슬퍼, 헤어지기 쥰니 싫어 우리가 왜 헤어져야해 !!!!!"
이런 식으로 가슴이 머리를 압도해버리는 건, 썩 좋은 소통 방법이 아니야.
물론 연애는 가슴으로 하는게 맞지, 근데도 머리를 쓰라는 이유는 연애는 가슴으로 하기 때문이야.
아무리 머리를 쓰려고해도, 결국 연애는 가슴으로 해. 그래서 가슴이 이길 수 밖에 없어. 가뜩이나 가슴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야, 그래서 압도되어버리기 전에 머리를 써서 진짜 나를 돌아보라는 이야기야.
3. 남자는 동굴로 들어갈 시간이 필요해? 개뼈따구같은 소리!
남자는 동굴로 들어갈 시간이 필요하대, 그러니까 그 남자의 행동은 정당했어. 그걸 이해못한 나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된거야. 따위의 생각은 제발 하지 마.
솔직히 동굴로 들어가고 싶은건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 힘든상황이면 모두가 다 그래.
예를 들어볼께.
수능이 내일인데, 아직 제대로 공부를 하지도 못한 것 같아. 도망치고 싶어.
그런데 도망치고 싶은 마음때문에 수능을 보러가지 않은 사람은, 아직까지는 내 주위에서 한 명도 보질 못했어.
말이 좋아 정말 좋게 포장된 동굴이지만, 사실은 회피잖아. 책임지고 싶지 않은 거잖아.
그럼 회피한 사람이 책임감이 없는거지, 회피하게 만든 사람이 잘못한게 아니야.
물론 처음부터 그런 상황이 없었으면 참 좋겠지. 그렇지만 너는 그 같은 상황에서 지금 회피하고 있지 않잖아. 심지어 회피하고 있는 그 사람을, 어떻게든 같이 달리자고 일으켜세우고 있고, 낭떨어지에서 손을 놓겠다는 사람을 최선을 다해서 손을 잡고 있는거잖아.
그런데 그게 니 탓이야?
동굴 따위 운운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 사람때문에,
같은 상황임에도 회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너를 낮추지마. 넌 지금 꽤나 멋있어.
4. 연애는 갑/을 관계가 아니야. 동등한 애인관계라는 기본을 잊지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겠지, '제발 다시 기회를 줘'. 그러면서 자기가 스스로 자기를 '을'로 만들어. 그래서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을 때, 눈치를 본다거나 자꾸 불안한 마음을 가지더라.
그런데 넌 꽤나 멋있다고 그랬잖아. 진짜 용기 있는거야. 다시 한번 상처를 받을지언정, 도망이나 치는 치사한 사람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눈치를 봐?
부글부글 끓을 때도 있고, 설렐때도 있고....
약한 불이든 센 불이든 어쨌든 가슴에서는 불이 계속 지펴지고 있는데, 그걸 눈치보느라 제대로 표현못하는 상황은 압력밥솥과도 같아. 은근한 불이라도 결국 압력밥솥은 어마무시한 김을 쏟아내거든. 알지? 그 김은 화상입기 쉬워.
그리고 눈치를 보며 감정을 억누르다보면, 너나 상대방이 화상입는다.
만약 그 사람이 너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그 사람은 널 동정해서 사겨주는게 아닐거야. 동정이라면 얼마 못가서 다시 헤어짐을 맞게되겠지.
그 사람이 다시 너에게 돌아온다면, 그건 그 사람도 널 사랑해서일거야. 널 다시 만나겠다고 그 사람이 '선택'한거잖아.
그러니까 다시 만나려면, 적어도 일방적으로 너만 노력하고 너만 맞춰주려고 하지마. 그 대신 둘이 함께! 노력하는거야.
만약 그 사람이 너를 '을'로 만들려는 사람이라면, 실컷 아파하고 헤어지는게 더 좋다는게 사실 나의 진심이야.
그리고 만약 너가 너 자신을 '을'로 만드는 거라면, 당장 그만둬.
너도 널 사랑하지 않는데, 어떤 사람이 널 사랑하겠어?
아는 동생이 예전에 '남자친구가 잠자리때문에 돌아온 것 같아요.' 라는 말도 하더라.
그래서 그랬지. "적어도 지금 현재 그 남자가 아는 최고의 잠자리는 너라는거잖아? 근데 왜 자신감 없어해?"
정말 남자친구가 잠자리때문에 돌아온거라고 하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동등한 관계설정을 했으면 좋겠어.
사실...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남자라면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건 솔직한 언니마음이지만.
뭔가 할 말이 되게 많았는데, 어줍짢은 조언들인것 같아.
선택은 자기의 몫이고, 그에 따른 결과도 각자가 감당할 몫이니까.
마지막으로 할 말은,
실컷 아파하고 실컷 고민하고 실컷 생각해봐.
돌아보면 니가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테니까.
그리고 그 시간동안 비록 니 속은 썩어문드러지겠지만,
니가 재회를 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어쨌든 언젠가는 반드시 거름이 되서 예전보다는 더 좋은 열매를 맺도록 도움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