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고부 갈등을 보면서 언제쯤 이 사슬을 끊을 수 있을 지,
같은 여성으로써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의 공동 희생자이면서도
서로 반목하는 걸 보면 갑갑하기 짝이 없다.
명절이 오면 일하기 싫어하는 며느리들의 함성이 한반도에 가득하고
시모들은 자신들도 하기 싫었던 일을 며느리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려 하고 ....
누군 일을 많이 하고 누군 입만 가지고 오고 ....궁시렁궁시렁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여자들이 일의 과다를 가지고 분노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명절, 제사 .... 이런 것들이 철저히게 남성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여성은 명절, 제사를 비롯한 집안 대소사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시댁에서뿐만 아니라 친정에서도 소외되어
결혼한 여성은 어느 곳에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친정이 내집인지 시댁이 내집인지 평생 불안한 맘으로 산다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이다.
여자는 시집을 가면 시댁 귀신이 되어야 한다며
철저하게 친정 일에서 배제되고
(최근의 종원 자격 시비를 보라)
그렇다고 시댁에서 한 사람의 가족 구성원으로써 정당한 대접을 받느냐 하면 것도 아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정해 놓은 규칙에 어떠한 항의도 할 수 없으며
그저 묵묵히 순종만 하는 하인 비슷한 지위에 놓여저 있다.
여기서 결혼 후 시댁에서 20여년 이상을 지낸
시모의 사고 방식에 대해 관찰해보면
시모들도 처음엔 남성 위주의 관습에 반감을 느끼고
미미하나마 저항도 시도해 보았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여자라면 남성 위주의 가족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느낄테니까.
그러나 혈연 관계에 있는 친정에서는 타인 취급을 당하고
결혼 초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는 제도적으로 자주 만나게 되다 보니
점차 시집 식구들과 융화되어
마침내는 시집이 ' 내 집' 이 되어 버리고
결혼 초 가졌던 문제 의식은 어느새 희미해진다.
해서 새며느리를 맞이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시집살이를 시키게 되는 것이다.
시모 입장에서 며느리는 출가시켜서 남이 되어버린 딸이 아니라
자기 집에 들어 온 식구이며 가족 구성원으로써 노동을 분담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새며느리들 역시 앞서 지적한대로
노동의 과다로 불평하는 것은 아니리라.
아무리 제사가 많은 집이라도 일년에 몇번이고
명절이나 제사가 가지는 순기능을 생각한다면
직장 생활하면서 시간 외 근무한다 생각하면
그리 못참을 일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들이 철저하게 배제된다는 것,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먼 조상때문에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 준 친정 부모를 외면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런 불평등과 여성들의 분노는 당분간 , 아니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
그런데 이런 분노의 화살을 시모에게 쏘아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시모 역시 가부장제의 희생자이지 수혜자가 아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모순된 제도에 적응했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 외에 다른 형태의 삶을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해서 자기 방식을 새며느리에게 대물림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교육 수준도 높고
사고 방식도 합리적이며
문제 해결 능력이 전세대 보다도 뛰어 나다고 보여지는데
(성장 과정에서 전세대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얘기다)
이상하게도 시집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고 소아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시댁에 일찍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남편이 회사에 일이 많은데 일찍 출근할 것인가 아닌가 망설일까?)
딸은 팬팬 노는데 왜 며느리만 일을 시키나?
(자기도 딸일때 일했나?)
이런 것은 사실 사소한 문제다.
시집살이가 원천적으로 불평등을 기저에 깔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누가 일을 많이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사실 큰문제가 아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불평등이 문제고 가부장제가 문제다.
현실이 불평등하고 모순에 차있음을 전제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꾸준히 제도 개선에 힘쓰면서
당장 현실이 주는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
별 거 아니다.
대범해지자.
시모의 말한마디 말한마디에 상처받지 말자.
아무리 딸과 며느릴 같이 대접하려 해도 안되는 것이 시모의 현실이라면
같은 말이라도 시모의 말에 더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역시 며느리의 현실이다.
똑 같이 녹두전을 부치면서 힘이 들어도
친정일 할때는 팔만 아프지만
시댁일 할때는 맘까지 아프다.
그러나 앞으론 맘까지 아프지 말자.
시모나 며느리나 시누나 다 같은 처지다.
시누가 옆에서 팬팬 놀아도 웃어주자,
(너도 시잡가면 별 수 없다.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라.
그러나 잔 심부름은 시키자. 웃으면서 요령있게.
직장 생활에서 부하 직원 아닌 상사를 부려먹던 노하우를 활용해 보자)
무엇보다도
'시댁' 일이라 말하지 말고
'우리 집' 일이라고 말부터 바꿔보자.
자기 일을 할때는 힘은 들어도 억을하진 않지 않은가?
같은 명절, 같은 제사라도 시모가 주도할 때와
자신이 주도할때 느끼는 일의 강도와 만족도가 다르다.
자신이 주도할때가 일의 양은 많아도 맘은 훨씬 편하다.
'자기'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늙은 며느리건 젊은 며느리건
올해부턴 '시댁'일 하러 가지 말고
'우리 집' 일 하러 갑시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