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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서른즈음에 |2014.09.10 22:49
조회 5,260 |추천 6

사실 바로 전 남자친구 얘기도 아니에요
벌써 10년도 더 된 얘기거든요
그런데 왜인지 그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제겐 오빠가 있었어요
저보다 3살이 많은
그리고 그 사람은 제 오빠의 고등학교 때 친구였죠

어느순간 어떻게 좋아졌는지도
몰라요

그냥 어느 날 오빠를 따라 우리집에 놀러온
그 오빠를 보고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서 엄마 뒤로 숨어버렸거든요

그 떄부터
오빠가 올 때마다
그 오빠가 같이 올 걸 기대하기 시작했고

막상 오면
방으로 숨어들어가 버리고

괜히 부엌에 왔다갔다 하며
거실에 있는 그 오빠를 슬쩍슬쩍 바라보고

용기를 내서
옆자리에 슬쩍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처음 말을 건네던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오빠에게 그 오빤 언제 또 놀러오냐고
물었더니
웬수같은 오빠는
다음에 그 오빠가 놀러 왔을 떄

ㅇㅇ야~ 얼른 나와라
너가 눈빠지게 기다렸던 인성(가명)이 왔다

하고 말하는 바람에
고백 아닌 고백을 하게 되었네요

그 떄부턴
좋아하는 티를 은근슬쩍 내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 오빤
부끄러운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어색한 표정만 짓더라구요


그러는 동안에
인성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죠

하지만 얼마 안가 헤어졌더라구요
차였다고 하네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전 힘들어하는 오빠를 보면서
질투나서 괴롭기도 하고
내게 기회가 오진 않을까 하고 기대도 했네요

그 때 많이 친해졌어요
자주 만나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전의 상처때문인지
한결같은 제 모습이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2년의 짝사랑 끝에
드디어 사귀게 되었어요
그 땐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죠

매일 꿈만 꿔오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내게도 이런 날이 찾아오다니

연인으로서 처음 데이트를 하던 날
처음 손을 잡던 순간
처음 입을 맞추던 순간
꿈만같던 그 순간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마냥 좋아만 하기에는
힘든 날들이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제가 오랬동안 좋아해서
사귀게 된 거다보니

모든 건 항상 오빠 마음대로였어요
전 항상 학교를 끝난 후에
오빠가 사는 동네까지 와야했고
그렇게 함꼐 놀다가
집에 가고
매일 그런 하루가 반복됐죠

조금 힘들었어요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오빠집까지
오빠집에서 우리집까지
한시간씩 버스를 타야했거든요

처음엔 오빠를 보러간단 생각에
마냥 좋았는데
점점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또 학교에서 과제가 있는 날도 있는데
그래서 과제를 해야한다고 하면
오빠집에 와서 하라고 하더라구요

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
과모임이 있다
라고 하면

너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누가 가장 중요하냐고

그래서 오빠라고 하면
그럼 자기랑 있는 게 제일 좋은데
왜 다른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냐고 하네요

전 조금 불만이 쌓이긴 했지만
표시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따랐죠
그래서 대학교 가서도
친구도 많이 사귀지 못했어요

그리고 제가 좀 뚱뚱한 편이거든요
그 것가지고도 구박을 많이했어요

매일 살 빼라고 하고
전화해서 뭐 먹는 중이라고 하면
그렇게 먹으니까 살이 찌는 거지
먹지 말라고 하고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먹고 싶은 걸 말하면
그런 걸 좋아하니까
살찐다고 하고..

그리고 어디 놀러간 적도 잘 없어요
제가 살쪘다고
창피하다고
친구들에게도 소개해주지 않고
사람 많은 곳도 잘 함꼐 안 가려고 해요
그래서 거의 오빠동네에서만 다니고
참 긴 시간을 사귀었는데도
추억이 없네요

좀 오래사귀고 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 다투기도 하면
툭하면 헤어지자고 하네요

그리고 어떤 날은
오빠가 헤어지자고 하고
다시 화해를 했는데

그 동안 미팅을 나갔었다고 하더라구요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바람 피운거냐고 하니

우린 그 때 헤어져있지 않았냐고 하더라구요

고작 하루 연락 안했을 뿐인데..


그리고 오빠가 저보다 공부를 잘해서
더 좋은 대학교에 갔거든요

그래서 무슨 말만하면
너가 뭘 아냔 식으로 말하는 거에요

제가 무슨 자격증 공부한다고 해도
그런 건 뭐하러 하냐하고
어차피 따봤자 시시한 데 취업할 거라고 하고

제가 또 편입을 준비했었는데
제가 편입하려는 학교에 대해서도
어차피 거기나 거기나 별볼일 없긴
마찬가진데
뭐하러 편입공부하냐고 하고..


또 제가 기념일에
종이학도 접어주고
십자수도 해줬었는데

받으면서 하는 말이

이럴 시간에
운동이나 하라고 하고

전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질 못했어요

항상 자기만 잘난 사람이고
난 자길 좋아하니까
뭐든지 다 따라야 하고
툭하면 짜증내고 화내고
소리지르고 욕하고

그렇게 참 많이 싸웠고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먼저 그 사람을 끊어내지도 못했네요

바보같이
결국
그렇게 될 때까지

언제와같이 또 싸우고선
헤어지자고 하더라구요
사실 이젠 별로 걱정되지도 않았어요
언제나처럼 또 하루이틀 지나면
연락오겠지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일주일이나 연락이 없더라구요

연락을 했더니
왜 연락하냐고 하네요
우리 헤어진 거 아니냐면서
전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이런 적도 하도 많아서
며칠 지나면
또 마음 바뀌겠지 했죠

그런데 이번엔 계속 연락이 없는 거에요
다시 연락을 했더니
오빤 전화도 안받더라구요
수십통을 전화하고 문자도 보냈어요

연락하지 말라는 문자만 달랑 하나 왔었죠
저는 계속 전화했더니
결국 받더라구요
그리고는 냉담한 목소리로
이러지 말라고 하네요
전 울고 불고 매달렸어요
하지만 소용 없었죠

정말 이렇게 헤어질 줄은 몰랐는데
사귀는 동안 정말 많이 싸우고
저역시 관계를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었는데
그 순간 뭐가 그렇게 슬펐나 모르겠어요
그래도 왠지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었는지

그리곤 조금 지나
오빠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제 친구들을 통해 들었죠
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그렇게 끝이 났죠
수없이 많은 이별에도 계속 될 것 같던 우린 그렇게







벌써 10년도 더 지난 얘기지?
이제와서 왜 그런 것들이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막연히 판을 들어왔다가
판춘문예라는 팝업을 봤고 주제가 x 남자친구 뭐 그런거길래
그렇게 한 번 나의 지난 사람들을 떠올려봤었지

나는 별로 쓸 얘기가 없더라고
그러다 생각을 해봤어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의 지난 사람들에게

나는 한 사람이지만
모두에게 나는 같지 않았을 거야
나이를 먹으면서
아주 조금씩은 성숙해졌거든

그래서 생각을 했지
내가 가장 미성숙하고 어리석던 그 때를
그리고 그 시간동안 함께한 너를
물론 그 이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난 성숙한 사람은 되질 못했어
하지만 그 때가 최고였던 건 말할 것도 없었지

나는 참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러워
뭐가 잘못된 것일까
뭘 몰랐던 것일까

그냥 조금 더 어리던 시절의 나는
내 자신이 너무 특별하고 잘난 사람처럼 생각됐어
그래서 너도 날 그렇게 좋아했던 거라 생각하고
너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모두 날 그렇게 생각할거라고 생각했지
그렇기에 난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줄 알았어
그리고 내가 그렇게 행동함에도
어쩌지 못하는 너를 보면서
난 내가 그래도 되는 사람이란 생각을 굳혀갔지

각자에겐 사랑하는 방식이 있다고 하더라
누군가에게 엄청 헌신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내가 그렇게 대단한가보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건 그냥 그 사람의 사랑하는 방식일 뿐인 것이었어
넌 누굴 만나도 그랬을 거란 거였지
내가 잘나서가 아니었어

그걸 몰랐던 나는
그 이후의 만남에서도 그런 것들을 반복했지
그러다 아주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참 외로운 사람이 됐어

그 때 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어
눈에 보이는 단점을 들추고 화내기 바빴지
네가 아무 말 하지 못하는 건
나에게는 단점이 없기 때문인 줄 알았어
그 게 내가 상처받을까 네가 배려한거였단 걸
난 아주 나중에야 조금씩 알게 되었지
그래서 나는 생각했나봐
나랑 어울리는
대단한 누군가가 있을 거고
그런 사람을 날 만날 자격이 있다고

그리고 그런 게 자신과 맞는 사랑인 줄 알았지
서로 완벽한 사람끼리 만나서
완벽히 서로를 사랑하는 것

아마 나뿐만이 아니지 않았을까
완벽한 사람을 만나길 꿈꾸는 건
글쎄 내가 어디서 들었는지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이 기억나네

완벽한 사람과 사랑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그 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사랑이란 게 특별하고 멋진 이유는
서로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완벽하게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내가 너에게 했던 그런 말과 행동들이
과연 '어렸다' 란
말로 충분할지 모르겠어

어떤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도 참 성숙한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난 다른 어린 누구들보다 더 심했던 것 같거든
훨씬 심한일들이 많았지
내가 차마 떠올리기 싫은

나는 몇몇의 만남과 아주많은 다툼을 거치면서
내가 생각하고 느껴지는 대로 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들을 배웠고, 그런 것을 통해서 어떻게 사람을 사랑하는지도 배우게 되었지만

그런 것들을 다 알고 난 지금은,
조금은 만남에 자신이 생긴 지금엔,
난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어

그리고 예전엔 쉽다고 착가했었던
사람을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참 어렵더라

글쎼 나는 너무 어려워서
그런 게 앞으로 내 남은 인생동안 한번이라도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나는 참 고마워했어야했었던 것 같아
너에게 말이야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건
참 굉장한 일인데
참 어려운 일인데

앞으로 혹시나 또 살면서
내가 마음에 드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주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난 아주 좋은 사람이 되고싶어
많이 노력할 거고
그래서 이젠 누군가의 x남자친구가 되는 일이 더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미안했다
너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채워주질 못해서

아마 너는 그때 내게줬던 사랑을
아주 고맙게 받아줄 누군가와 함께 잘 살고 있을 거라 믿어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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