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어, 세.훈아."
깜깜한 반지하방. 좁은 공간 속의 너와 나. 일어난 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일이 끝난 새벽 세 시다. 뻐근한 눈꺼풀이 자꾸 눈을 찌른다. 피곤해, 그리고 문을 연다. 낮에도 어두침침한 우리 공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익숙하게 촛불을 찾아 킨다. 집세를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나는 주인집 아주머니께 전기 공급을 멈추겠다고 말했다. 허공을 더듬다가 겨우 화르륵 불꽃이 붙었다.
"세.훈아... 자?"
촛불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다. 나는 좁은 바닥을 혹시라도 자고 있는 세.훈이를 밟을까 노심초사하며 그를 찾았다. 이불 속에 있니? 없네. 책상 밑에? ...없네. 전율이 흘렀다. 나는 네가 없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윗층의 욕실로 올라가보았다. 그 곳에는 어둠만이 존재했다. 내가 그토록 찾는 빛은 존재하지 않았다.
울지 말아야지. 우는 사람이 지는 거랬다. 맘을 가다듬고 나는 내려갔다. 이대로 30분만 눈 붙이고 우유 배달하러 가야지. 지독한 일상 속에 나를 다시 묻으려 했다. 그렇게 누군가 빈 이 공간 속의 낡은 이불에 나를 묻으려 하는 순간 쪼그락 하는 종이자락을 밟았다.
오세.훈이 내게 남긴 마지막 흔적이였다.
[ 종.인아, 말 없이 떠난 건 사과할께.
아마 우리는 비정상적이였던 것 같다
호적상으로 가족이라 처리되어 있는 거면
우린 사랑할 수 없는 사이야.
나는 준.면이랑 다른 곳으로 떠날거야. 해외로
떠나서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널 잊을거야.
없었던 사이로 지내자.
잘 지내. 언젠가 우연히라도 보게 된다면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 오세.훈.
P.S : 이제 몸 좀 챙겨라. 일도 그만두고.
너를 위해 살아 이젠 내가 없으니까. ]
다섯 살의 우리는 부모님을 잃고 열 살의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으며 열 다섯살의 우리는 열렬히 사랑했다. 그리고 열 아홉인 우리는 헤어졌다. 그것도 잔인하게.
세.훈아, 네가 없는 인생은 죽는 게 나을 거라는 내 말 기억하니.
그날 밤 김종.인은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