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기는 막 태어났을 무렵부터 사랑을 갈구했다. 어미의 젖을 일찍이 떼게 된 탓에 몸도 마음도 부실하고 얄따랗기만 했다. 어미는 둘기에게 젖을 물린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세상을 떴다. 둘기는 세상을 편협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냉소적인 아이는 냉소를 가득 담고 세상을 보았다. 어미가 떠난 뒤 뒤늦게 찾은 아비에게선 이미 저의 체취를 느낄 수 없었다. 매일매일 오픈둥지를 타고 새부인과 키스를 나누는 아비의 모습을 지켜보다 못해 둘기는 새로운 정처를 향해 주저없이 떠났다. 그렇게 찾게 된 곳이 바로 sm공원이었다. 많은 둘기들이 곳곳에 모여 사람들이 뿌려주는 사료를 주워먹고 장성하는 곳. 그곳에서 육성되어 큰 위인 둘기가 된 이들도 몇몇 있었기 때문에 둘기는 자연스레 큰 꿈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세상은 각박했다. 사료 하나 던져주는 이가 없었다. 때문에 둘기는 나날이 말라갔다. 그나마 주워먹던 지렁이들도 중국으로 도주를 해 버린건지 당최 보이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나타났다.
온 몸을 빨간색으로 두르고 꼭 고추장처럼 거리를 활보하던 그가 둘기의 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말했다. 너, 나와 함께 인스턴트를 먹으러 가지 않을래? 둘기는 홀린 듯 그의 뒤를 따랐다. 언제나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 푹 파인 눈매와 딱 벌어진 입매 그리고 턱주가리가 둘기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았다. 한 눈에 반했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둘기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매일매일이 괴로웠다. 그는 정말로 둘기에게 마음이 없는 듯 했다. 항상 인스 턴트만을 쥐어주고 그 자리를 급히 떴다. 둘기는 매일매일이 괴로워졌다. 차라리 오픈둥지에서 섹드립 잘 치는 딱따구리와 키스를 나누던 제 아비의 품이 더 그리울 지경이었다. 허나 둘기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언젠가 그가 인스턴트와 함께 심근염 진단서를 들고 올 날만을 끊임없이 기다렸다. 그 노력이 무색하게 둘기는 결국 시한부 인생의 길에 접어들게 됐다. 뻐근한 심장을 이유로 병원을 찾았을 때, 둘기는 제 자신이 심근염에 걸렸음을 안다. 하늘도 무정하셔라. 그가 쥐어주는 인스턴트만을 먹으며 몇 백일을 견딘 제게 심근염이라니요?... 이제 정말... 하늘로 갈 TIME 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