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일 ..제 나이가 이제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고...
남친과 만난 세월이 7년에서 8년으로 넘어가는 날...
남친이 부모님에게 새해 인사를 왔어요. 그리고 여느때처럼 내 컴을 사용했지요.
이번 주말 모임 약속때문에 갑자기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해야하는 일이 생각나서...
남친에게 잠깐 메일 한통만 보내겠다고 하고 컴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메일을 확인하려는 순간....로그아웃하지 않은 남친 메일이 눈에 들어왔고 당연히(?) 훔쳐보게되었습니다.. (그때 남친은 거실에서 농구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중 제가 보지말았으면 좋았을...낯선 여자의 메일이 4통 있었습니다.
읽는 동안... 심장 소리가 제 머릿속을 울렸고 손이 떨려서 마우스 클릭할 힘이 없었어요.
그때 너무 흥분한 나머지...읽었던 메일이 다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생각나는 거라곤....
* 00씨가 월요일에 다시 전화를 해서 깜짝 놀랐다.
* 두번째 만난 당신은 참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 내가 좀 더 나이가 어렸다면 00씨와 만나는 일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 다른 여자를 만났으면 00씨의 다정다감한 성격이 더 빛을 냈을 것이다.
* 우리 사귀는 거 맞나요? 아님 오늘 부터 사귄다고 하고 정해야 하나?
그 여자의 구구절절한 메일 4통 중에 제 머릿속을 맴도는 구절이 이정도 입니다.. 다른건 가물가물하네요. 제가 메일을 종합해본 결과 두사람이 만나지는 두 달 정도 된듯했고. 첫만남 이후에 남친이 먼저 전화를 해서 그 여자를 만났고 어느정도 나이가 있던 그 여자는 고민끝에 남친을 사귀기로 맘결정을 한듯했습니다.
부모님 앞에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 하면서 남친을 불러서 영화나 보러 나가자고 해서 일단 집을 나왔습니다. 집에서 나오자 마자 내 표정을 굳어졌고...영화는 다음에 보고 조용한 데 가서 얘기 좀 하자고 했습니다.
평소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물질적인 낭비라고 생각하는 제가 먼저 커피숍으로 향하니 남친이 의아해 하며 따라왔지요. 그리고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줄 생각으로 나한테 할말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첨엔 눈치를 못챈듯 왜그러냐고 하더니...나중에는 잡아뗄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제입으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의 대답들이 너무 통상적이고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들과 너무 비슷해서 전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 아무 사이 아니다. 별 감정이 없는 여자이고 시간이 지나고 연락이 뜸해지면 안 볼 사람이기에 너에게는 얘기 안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이 있냐?
* 선배와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만났고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라 몇번 만나고 영화를 봤다.
* 그 여자 손이라도 한번 잡았으면 내가 죽일놈이다.
* 그 여자에게 100% 호감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지만 내 맘이 간건 아니다.
* 너를 두고 다른 여자 만난 내 잘못은 인정하지만 아무것도 아닌일로 우리가 헤어진다는게...우리 사이가 이 정도 밖에 안됐나?
* 나를 믿고 니가 한번만 넘어가주면 좋겠다. 이런 사소한 일의 댓가로 너와 내가 잃는게 너무 많다.
남친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가는 내가 한 결심이 무너질것 같아서 남친말을 가로 막았습니다.
* 너는 우리의 믿음을 져버렸다. 이건 어떤것으로도 회복하기 힘들거 같다.
니가 24시간 내 눈앞에 있어도 그래도 불안할거 같다.
* 둘 사이가 지금은 이정도이지만...시간이 지나서 더 좋은 감정이 들면...그땐 내가 너무 비참해질것같 아서 지금 그만두려고 한다.
* 니가 그간 정을 생각해 나한테 말하기가 미안해서 말 안했나본데 니 감정 존중해주고 싶다.
* 결혼을 하고 난뒤 이런일이 생겼다면 조용히 그 여자 정리하라고 했을것이고
아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내가 더 매달렸으지 모르겠으나 ....일찍 알게 되서 그래도 다행이다.
* 내가 남자 사귀면서 하나 철칙이 있었는데, 여자 문제로 골치썩이는 일이 생긴다면 두말하지 않고 뒤돌아보지않겠다였다.
그렇게 씩씩하게 이별을 말하고 왔습니다. 남친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머릿속으로 이 세상에 남자는 많다. 남자 하나 때문에 울고불고하는 여자들이 이해가 안된다.등등 평소 제 생각을 되네이면서 왔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제자신이 매우 강하고 독립적이며 모든일을 인내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겼으나 지금 그게 아니라서 너무 힘듭니다. 평소 낙천적이라는 말을 듣는 제가 잠을 잘 수가 없고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되고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것 같습니다. 내 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 입니다.
다음날 점심때쯤 문자가 왔습니다.
괜찮나.
그리고 10분뒤에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이제 말도 안하기로 했어? 나 지금 너무 힘들어.
하지만 전 답하지 않았고 그 뒤로 아무 연락이 없네요.
이제 다시 그가 먼저 연락하기만을 기다리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순간순간 그 여자의 메일구절이 떠오르며 그 구절들로 인해 영화같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떠 오를때면 미칠것같이 아프다가도.....
오랜된 연인에게서는 얻기 힘든 신선한 느낌을 받았을 그가 이해가 되는가 하면...
믿음이 컸던 만큼 너무나 큰 배신감에 치가 떨리기도 하다가....
이랬다 저랬다하는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뒤돌아 보지않겠다는 혼자만의 굳은 결심이 약해질까봐 오늘 친구들과 만나면 헤어졌다고 말할려고 했는데 입밖으로 선뜻 나오지 않더라구요. 결국 아무에게도 나의 이별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 하고 있어요.
오늘 거울을 보다가 입술 터진 상처가 거의 아물어 가더라구요. 연말에 너무 바빠서 피곤했는지 크리스마스날 입술에 물집이 한 5개 정도 잡히더니 이제 없어져가요. 제 7년간 사랑의 상처도 일주일정도만 아팠으면 좋겠어요. 어제는 정말 죽을거 같이 아프더니만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한거 같아요. 내일이면 좀 더 나아지고 다음주부터 내생활이 바빠지면 잊을수 있겠죠? 한꺼번에 잊으려고 안간힘을 안쓰려구해요. 사진도 가지고 있고 커플링도 아직 끼고 있고 ...내가 웃으면서 사진을 찢어버리고...미련없이 커플링을 버릴수 있는 날을 기다릴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