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5시에 외출했다.
외출하면 늘 그랬듯이 오늘도 늘 담배를 피던 곳에 가 담배를 피우려는데 한 남자가 와서 "죄송한데요,담배 하나 주실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담배 하나를 그 남자에게 주었고 남자는 담배를 받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서 내가 준 담배를 피다가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는 "시간 있으세요,같이 밥 먹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아니에요.됐어요."라고 말하면서 거절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괜찮으세요?"라고 말하고는 내가 준 담배를 피면서 사라졌다.
남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니 나는 그 남자에게 괜스레 미안한 맘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남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대학 시절 어떤 남자가 나에게 국민은행 위치를 묻길래 내가 그 남자에게 국민은행 위치를 알려준게 계기가 되어 그 남자를 1년 넘게 만났는데 그게 화근이 되어 결국 내가 그 남자에게 큰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다.(그 피해가 무슨 피해였는지는 절대 비밀이다.그리고 오늘 만났던 남자는 나에게 국민은행 위치를 물었던 그 남자가 아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남자가 길을 물어봐도 절대로 알려주지 말라고 엄마께서 당부하셨고 남자를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 말도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는터라 나는 같이 밥 먹자고 하는 그 남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가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데 어떻게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왠지 맘이 편치 않다.
남자친구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남자의 제안을 거절했으면 맘이 편했을까?
하지만 오늘의 일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잊혀질 것이다.
작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길을 걷고 있는데 한 남자가 나에게 와서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지만 그 남자 역시 모르는 남자였기 때문에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 때도 그렇게 거절하고 나니 그 남자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일을 잊어버리고 산다.
아무튼 오늘 만났던 남자에게 말하겠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제안을 거절해서 기분이 상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여자친구가 없으시다면 나중에 좋은 여자 만나셔서 사귀시고 여자친구하고 밥 한 끼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일은 깨끗이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여자 만나셔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정말...진심으로...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