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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포탄이 낙하 했을때...

20대젊은이 |2014.10.16 00:03
조회 4,895 |추천 1

 [왜애애애애애애애앵~~]

 

공부를 할려고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고있는데

민방위 훈련때나 듣던 공습경보음이 서울 상공에 울려퍼졌다.

군대에서 갓 제대한 나는 번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무관심한 주위 반응을 보고 머쓱해져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오늘 민방위 훈련하는 날인가?'

 

"아 시끄럽네.."

 

버스안에서 누군가 시끄럽다며 불평을 뱉어낸다.

내심 모두가 같은 마음인지 하나둘씩 불평하기 시작했고 그런 작은 움직임도 이내 사그라졌다.

다시 제대하고 얼마전에 산 신형 스마트폰에 관심을 돌린다. 군대에서 제대하기 이전부터 꼭 사노라 점찍어놓았던 폰이다.

군대에서 나오는 용돈정도밖에 되지않는 월급을 p.x도 가지않고 착실히 모아서 산 인내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뭐가 문제인지 인터넷이 잘 연결이 안된다. 집에 있을때도 한번씩 핸드폰 설정에 있는 lte 버튼을 껏다 켜야 잡히곤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아~ 왜 세우는거야? 진짜 .."

 

갑자기 버스가 도로한켠으로 차를 세운다. 무슨일인가 싶어서 창문을 보니 경찰들이 허겁지겁 뛰어다니며 버스들을 인도쪽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이미 앞쪽에 버스와 택시들이 여러대 서 있다.

 

"민방위 훈련 때문인가봅니다~~~"

"예? 민방위 훈련 며칠전에 했잖아요?"

"아! 왜 아침부터 난리야 진짜"

 

사람들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무리도 아니다. 평일 아침부터 출근길 버스를 세우다니.. 나야 도서관 가는길이라 별 상관 없지만 사람들은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닌지 욕설을 내뱉는 이들도 있다.

 

[치익-] 버스가 섰다.

 

버스 문이 열리자 겨울의 차가운 냄새와 함께 경찰이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왔다.

경찰이 올라오자 기사 아저씨가 한마디를 던진다.

 

"아니! 아침부터 대체....!"

버스기사 아저씨가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다급한 표정의 경찰아저씨가 말을 끊고 외쳤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들어주십시오! 지금 북한이랑 전쟁이 났답니다! 버스에서 천천히 내리셔서 가까운 지하철 역이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대피해 주세요"

 

경찰관은 딱 한번 외치고는 버스에서 내려 어디론가로 또 뛰어갔다. 뒤에오는 다른 버스를 향해 경광등을 흔들며 유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는 일순 조용해졌다가 경찰관이 내리자마자 약간의 혼란이 찾아왔다. 젊은 사람들은 얼른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나이드신 분들은 운전기사가 있는 앞쪽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나도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버튼을 눌렀지만 접속이 되질 않았다.

 

"아..이거 왜 안돼"

 

다른 사람들도 나와 마찬가지인지 모두 "이상하다"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저씨! 거 라디오좀 켜보세요"

 

한 중년직장인이 말하자 버스아저씨가 라디오를 켰다. 그러는 동안에 몇명은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라디오가 켜지자 영화에서나 듣던 내용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현재 괴뢰군의 공습이 수도권 일대에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즉시 가까운 지하철 및 아파트 주차장, 다리 밑 등 방공 시설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괴뢰군의 공습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일순 굳었다가 너나 할것없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주저할때는 아무도 내리지 않았지만 일단 한명이 버스에서 내리자 그 뒤는 모두가 순식간에 버스에서 하차했다.

밖에 내리니 그제서야 공습경보 사이렌과 경찰차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귀를 후벼파며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찰차 지붕의 전광판에서도 "신속히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글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야..! 이기 진짠갑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허겁지겁 근처 지하철역으로 뛰어가며 "큰일났네"를 연신 외쳤다.

 

"뭐야? 전쟁났어?"

"와.. 전쟁이래 전쟁. 와이파이터져?"

"우리 이제 죽는거야? ㅋㅋ"

"총쏘고 재미있겠다 ㅅㅂ ㅋㅋㅋ"

 

 

고등학생들이 친구끼리 모여서 떠들며 지나갔다.  아직도 핸드폰을 들고 있는 여자들도 자주 보였다.

 

"아니 시발! 내가 여기 있겠다는데 뭔 상관인데?!"

 

한 택시기사가 경찰관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있었다. 경찰관이 대피하라고 몇마디 더 건네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른 차량으로 뛰어갔고 택시기사는 다시 자기 택시로 돌아갔다. 경찰관의 지시에도 불응하고 그냥 지나가는 차량들도 많이 보였다.

경찰관이 애타는 표정으로 인도변의 사람들에게 "대피하세요!"를 연신 외쳤지만 절반이상이 무시하곤 갈길 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경찰관 본인들도 정작 몇명만 허겁지겁 바쁘게 움직이지 대다수가 반신반의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뭐야? 그렇게 상황이 나쁘진 않은가보네?'

나도 일단 지하철에 들어가서 와이파이가 터지나 보자 하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쿵....쿠쿵....쿵...쿵..]

 

멀리서 작은 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아직 약간 어두운 아침 하늘위로 뭔가 검은점이 번져가며 폭음을 내고 있었다.

자세히보니 하얀색 미사일 같은게 하늘에서 올라가서 터지면 그 주위로 연쇄작용을 하듯 검은점들이 파바박하고 번졌다가 연기가되어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쐐애애액! 콰앙!!]

 

앞쪽에 있던 버스에 포탄이 떨어졌다. 포탄이 떨어지자 버스가 일순 붕- 하고 하늘로 떠올랐다가 무거운 앞부분과 뒷부분이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나한테도 순간 어마어마한 풍압과 뜨거운 열기가 나를 덮쳤다 지나갔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뒤로 벌렁 넘어져 있었다. 아스팔트 도로에 앉은채로 내가 멀쩡한지 실감이 안나 몸을 여기저기 더듬어보았다.

그리고 믿기 힘든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화염속에서 걸어나오는게 보였던 것이다. 대폭발을 일으킨 보스의 뒷부분쪽에서 세네명의 사람들이 느릿느릿 온몸에 불이붙은채 터미네이터2의 터미네이터처럼 걸어나오고 있었다.

현실감 없는 눈앞의 장면에 멍하니 보고만 있는데 경찰관과 몇명의 아저씨들이 뛰어가서 웃옷을 벗어 불을 끄기위해 그 사람을 덮었다.

'와.. 저 아저씨들 대단하...'

 

[콰앙!!]

 

또 포탄이 떨어졌다. 근처 고층빌딩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머리위로 콘크리트 파편과 유리조각들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인도변에 있던 사람들을 덮쳤다. 나는 얼른 바로 앞에 있는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는데 입구 지붕으로 '투다다다다' 하는 난타에서 북치는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파편들이 쏟아져 내렸다.

계단을 굴러 떨어지듯 내려갔지만 등뒤로 유리파편과 콘크리트 먼지가 덮치는걸 막을 수는 없었다.

 

'와..시발...와...시발....'

 

머릿속이 복잡했다. 옛날에 분명 전쟁나면 이렇게 해야된다..저렇게 해야된다... 그런걸 군대에 있을때 들은것 같은데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엔 계속 '시발' 이라는 단어와 '진짜? 진짜로 전쟁?' 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콰앙!!!!!!] [콰쾅!!!!] [쿵!!]

 

본격적으로 포탄낙하가 위에서 시작됐는지 수초단위로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3.11대지진이 일어났을때 처럼 지하철역 전체가 뒤흔들리고

머리위에서는 텍스판과 형광등이 하나둘 분리되어서 사람들 머리로 떨어졌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기 바빴고 나도 그런 여자들과 함께 '우와!! 와!! 아아!!' 하면서 비명을 지르기 바빴다.

포탄이 떨어질때마다 폭음과 충격이 장난이 아니어서 나도 모르게 '왓!!!' '우왓!!' 하며 비명이 튀어나왔다.

 

영화에서 여자들이 비명만 지르고 아무것도 못하면

 

"저래서 여자는 데리고 가면 안돼!" 라면서 비웃곤 했는데 막상 현실로 닥쳐오니 나도 비명이나 올릴뿐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머리위로 폭발음이 들릴때마다 지하철역은 금방 무너질듯 진동했고 사람들은 모두가 울부짖으며 "살려주세요!" 를 외치거나 "아이고~~ 하느님" 을 연신 되뇔뿐이었다.

 

포탄일 떨어져 지면이 출렁거릴때마다 내머릿속에도 9.11때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하던 장면이라든지, 3.11 일본대지진때 쓰나미가 집들을 부수고 지나가던 불길한 영상들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화재가난 비행기 충돌층 위에 있던 사람들이 화재의 유독가스로부터 피하기 위해 창문에 메달려 있다가 100층아래로 몸을 던지던 장면.. 3.11 대지진때 100명이상이 대피해있던 시민회관이 쓰나미에 휩쓸리던 장면.. ISIS가 포로들을 집단학살하던 장면이 계속 지나가서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를 막 흔들고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그 와중에도 포탄은 계속 떨어졌다. 에스컬레이터는 심한 진동으로 고장났는지 역으로 돌았다가 정상적으로 돌기를 반복하고 장애인용 승강기에는 사람들이 갇혔는지 "살려주세요!!" 소리와 승강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발빠른 아재들은 벌써 어디서 가져왔는지 국민방독면이라고 적힌 방독면을 집어들어 뒤집어 쓰고 있었다.

 

"기둥이나 벽쪽으로 붙어요! 아줌마! 이쪽으로 와요!"

 

무서워서 몸이 굳어져 버렸는지 플랫폼에서 혼자 한 아주머니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람들이 차마 그쪽으로 가지는 못하고 소리를 외쳐 이쪽으로 오라고 했지만 그 아줌마는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 아주머니 위로 지하철역 천장이 포탄이 떨어질때 마다 무슨 젤리로 만든것마냥 충격파로 덜컹덜컹 대고 있었다.

어둠이 번져가는 와중에도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다보니 아까까지 웃고 있던 고등학생들도 겁먹은 표정으로 눈알만 데록데록 굴리며 천장만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공중전화 박스를 발견했다. 나는 얼른 뛰어가서 송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어보았다.

"카드, 혹은 주화를 투입하십시오."

 

다행히 공중전화는 살아 있었다. 머리위로 포탄이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지만 정상적으로 불도 들어오고 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아.....! 시발 하나님 감사합니다!"

 

연신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동전을 넣으려는데 순간 동전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요즘 뭘 해도 다 카드에 핸드폰결제인데 동전이 있을리가 없다.

 

"에이! 이런 시!!"

 

송수화기를 거칠게 던지듯 내려놓았다. 공중전화카드도, 티머니도,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보고 싶은데 새로산 스마트폰은 먹통이고 ..

너무나 성기같은 기분에 욕설이 계속 입에서 터져나왔다.

포탄은 끝날 기미도 없이 한참을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살아있던 형광등도 심한 흔들림에 꺼져버리고 곧 비상등이 들어왔다. 그러나 제대로 점검을 하지 않아서인지 몇 군데는 들어오고 몇군데는 여전히 비상등 표지판의 약한 형광빛 불빛만이 빛나고 있기도 했다.

10분간 계속 낙하했고 사람들은 10분간 비명을 질러대며 콘크리트 가루 투성이의 지하철 역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리고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은 10분이 지나갔다. 어느순간부터 포탄이 떨어지는 간격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종국엔 더이상 포탄이 낙하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멎자 여전히 훌쩍이는 소리와 누가 다쳤는지 신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밖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끝....났나?"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기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또 핸드폰을 꺼내들어 DMB니 WIFI니 서비스가 되는게 없는지 눌러대었지만 와이파이는 전파는 뜨는데 접속이 되질 않았고 DMB에는 전시상황 대피요령이라는 이상한 80년대 티비에 나올법한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글 자막만 나오고 있었다.

 

"이제 나가도 되는건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을열며 웅성웅성 거리는듯 했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연기나요"

 

이럴때는 안전한 장소에 있는게 좋다는 생각에 일단 앉아 있으려는데 사람들이 또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아랫층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래에 불났나봐요"

 

"헐! 빨리 나갑시다!"

 

"아가씨 일어나요!"

 

사람들이 안쪽부터 허겁지겁 일어나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심적으로 너무 긴장했다가 갑자기 풀렸는지 맥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생각도 못하고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우루루 나와서 그제서야 일어났다.

그런데 벌써부터 불냄새가 훅하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랫층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인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거 왜 스프링쿨러가 안나오노?"

 

몇몇 아저씨들이 목마를 하고 라이터로 화재감지기를 지지고 있었지만 스프링쿨러는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

 

'시발..비리 천국 대한민국 답네'

 

나는 이러고 있다간 대구 지하철 참사꼴을 면치 못하겠단 생각이 들어 방금까지 지상에 포탄이 떨어졌었다는 것도 무시하고

 

뿌연 연기와 먼지속에 보이는 비상등을 따라 지상으로 되돌아 나왔다.

 

계단마다 떨어진 간판과 사람들의 신발, 가방, 유리조각, 피 같은게 널려있어서 지상으로 나오는게 의외로 쉽지 않았다.

 

지상으로 향할수록 다시 선명해지는 공습경보 사이렌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애애애애애앵~~~~]

 

지상으로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가 아까 내가 버스에서 내렸던 그곳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변해버린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곳곳에 불이나 있었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걸어다니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경찰차와 버스가 화재에 휩싸여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타오르고 있었고 반대편엔 육교가 무너져 4차선 도로가 막혀있었다.

 

나는 일단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다가 일단 집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공중전화 부스를 찾기 시작했다.

 

동전은 어디서 구하지..라고 생각하는데 도로변에 있는 복권방이 포탄에 직격탄을 맞았는지 통째로 날아가있고 그 주변에 은빛 동전들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나는 거기서 되도록 많은 동전을 주워서 일단 공중전화 박스를 찾기위해 빠른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2블럭을 걸어도 공중전화부스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어릴때는 많았었던것 같은데...' 마음은 급하고 사람들은 울부짖고 곳곳에서 불은 나있고...

 

말그대로 전쟁터가 되어버린 상황속에 가족들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은데

 

전화한통 걸 수 가 없으니 성기같기가 이보다 더할수가 없었다.




 


일단 공중전화부스를 찾더라도 집으로 향하면서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 뛰고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이 있어서 가보니 TV였다

모두들 스마트폰이고 나발이고 다 먹통이 되니 80년대처럼 TV앞에 모여서 대체 무슨일이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할려고 입을 다물고 티비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 지금 YTN 본사 건물이 화염에 휩싸인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현재 취재부가 자리한 9층 동편에서 화염이 치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건물안에 아직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TV에서 화염에 휩싸인 YTN 본사 빌딩이 불타고 있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나오고 있었다. 평소에 방송에서 보던 YTN 본사건물의 옆구리에는 대형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창문에 매달려 살려달라며 A4용지며 와이셔츠를 벗어 흔들어 데는 모습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화면이 아래를 비추자 YTN 본사 입구앞 도로에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 사람들과 무수한 유리조각과 파편이 화면에 나왔다. 말그대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전쟁이네...전쟁...."

 

한 아저씨가 넋을 잃은듯 말했다. 일순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 아저씨를 보다가 다시 티비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YTN 의 앵커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가다가 "지금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라면서 화면이 바뀌었다.

 

"현재 국회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괴한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현재 국회가 총기로 중무장한 무장 괴한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바뀐 화면에는 우리가 '국 K-1 의사당이라고 부르며 조롱하던 국회의사당의 동편 창문들 사이로 회색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찰차량들이 국회 입구를 차단하고 손을들어 카메라를 가로 막는 장면이 잠시 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경찰관들과 카메라맨이 엎드렸는지 화면이 아스팔트를 비추었다.

 

"현재 국회앞에 나가있는 김형식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김형식 기자?"

 

그러나 기자는 연결되지 않고 경찰들이 빈약해 보이는 리볼버식 권총을 손에 쥐고 경찰차를 방패로 무언가로부터 숨어 있는 장면만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총탄이 날아드는지 화면이 위아래로 크게 요동쳐 댔고 곧 카메라를 버렸는지 바닥에 팽개쳐진 카메라가 경찰차쪽을 비춰주기 시작했다.거기에는 총에 맞고 숨을 헐떡이는 기자로 보이는 사람과 하얀색 복장의 경찰관이 있었다. 경찰관이 리볼버 권총으로 어딘가를 향해 총을 쏘더니 갑자기 차문에 총알 구멍이 3개새가 투두둑 하고 생겼고, 하얀색 경찰잠바를 입은 경찰관들이 잔뜩 몸을 웅크리더니 총에 맞았는지 그대로 힘없이 옆으로 고꾸라지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앵커로 화면이 바뀌었다.

 

YTN앵커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 급히 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예..현재 연결상태가 바르지 못한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며 말을 돌렸다.

 

"야..이게 도대체.....국회가 뚫렸단 말이가?"

 

"이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북한군이 어디까지 왔대요?"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잔뜩 불안한 표정이었다. 전쟁이 나면 DC INSIDE나 일베나 보면서 전쟁나면 사진찍어서 ㅇㅂ도 한번 가보고, 시리아나 이라크 전쟁난거 유튜브에 올라왔던것처럼, 나도 전쟁장면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던게 너무나도 철없게 느껴졌다.

북한군이 한건지 정부가 한건지 몰라도 핸드폰은 지금 이 순간 디지털 카메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 언젠가 보았던 전파통제라는 것인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우리집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택시든 뭐든 타고싶었지만 도로는 완전 마비 상태였다. 곳곳에 불타는 차들이 널려 있었고 도로도 곰보자국처럼 곳곳에

포탄 구덩이가 패여 있어서 차들이 빙 둘러가느라 평소의 몇배로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소방차들도 이동이 제한되어서인지 도시 곳곳에 화염이 번져가고 있음에도 사이렌 소리만 여기저기서 날뿐 좀처럼 소방차들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뛰어가고 있는데 주차단속 차량이 대피방송을 하며 지나갔다

 

"현재 서울 특별시 일대에 대피령이 발령되었습니다! 가능한 빨리 짐을 최소로 하셔서 수도권 이남 지역으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지하철은 이용이 불가능 합니다! KTX도 현재 용산역과 서울역이 포탄에 피해를 입어 이용이 불가능  합니다! 현재 파괴되지 않은 다리는 .."

 

방송을 듣고나니 대체 뭘 어떻게 해서 대피하라는건지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도로는 주차장처럼 변한지 오래인데 걸어서 도망가라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걷고 뛰고 걷고 뛰고를 반복했다.

 

[슈우우우우웅~~~~!!!]

 

전투기가 비행할때 나는 특유의 귀청을 찢는듯한 엔진소리가 들려서 하늘을 보니

F15K 전투기가 하늘위로 지나갔다.

평소에는 생각도 못할정도로 저공으로 비행하고 있어서 양쪽날개에 달린 폭탄의 초록색 색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주렁주렁 많이도 메단것이 북한군을 폭격하러 가는게 틀림 없었다.  아니..분명 그럴거라고 믿고 싶었다.

이런 성기같은 상황에서 누군가가 북한군을 까부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짜증이 나서 어쩔 수가 없다.

이왕 전쟁이 터진거라면 우리가 이겨야 한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몇몇 빌딩에서는 낮은 벌컨소리와 함께 낮인데도 불구하고 예광탄들이 선명하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무엇을 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빌딩위의 GOP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뛰다 말고 너무 힘들어서 잠시 바리케이드에 걸터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으니 주차장 상태가 되어버린 도로 사이를 비집고 육공트럭들이 병력들을 싣고 이동하는게 보이기 시작했다.  선탑자로 보이는 간부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라고 외치면서 모든 차의 보닛이 남쪽을 향하고 있는 마당에 저들만 북쪽으로 차를 끌고 가고 있었다. 육공트럭 짐칸에 앉아있는 병사들은 모두 검은색 위장크림을 짙게 바르고 있었는데, 위장크림의 이면에 보이지 않을 긴장한 얼굴이 이쪽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화이팅!! 화이티이이잉!!"

 

여섯명정도의 여고생들이 육공트럭을 타고 지나가는 군인들을 향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CU에서 일하는 종업원인지 점장인지 모를 사람도 뛰어나와서 지나가는 트럭위로 포카리스웨트나 콜라를 하나씩 던지고 있었다. 몇몇개는 육공트럭 안에 안들어가고 도로 튕겨나와서 구멍사이로 콜라가 탄산가스와 함께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점장은 아무 소리도 외치지 않으며 묵묵히 음료수들을 트럭으로 던지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도 멈춰서서 "빨갱이 새끼들 다 죽여버려!" 라든지 "나도 곧갈게 새끼들아!" 라는 소리들을 외치고 있었다.

 

쉴틈없이 뛰었지만 집에 도착한건 1시간이 넘게 지나서였다. 차였으면 평소 10분도 안걸렸을 거리인데 도로,인도 막론하고 차와 사람이 뒤섞여 짬뽕이 된 상태라서 1시간만에 도착한것이다.

 

"엄마! 엄마!"

 

일단 아파트는 무사했다. 혹시나 포탄에 맞아서 구멍이 난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뛰어왔는데 다행히 우리 아파트는 동 전체가 무사한 모양이었다.

옆동에 연기가 자욱하게 있었지만 우리동이 아니니 상관 없었다.

아파트가 3층이라 얼른뛰어 올라가서 문을 여니 엄마랑 회사에 나갔었을터인 아빠도 언제 돌아오셨는지 캐리어 백에 짐을 싸고 계셨다.

 

"엄마! 우리집 괜찮아?"

 

내가 얼른 들어가면서 물어보니 엄마가 짐싸다 말고 나를 향해선

 

"아이고~~~~~!! 어디 갔었어? 걱정되서 죽는줄 알았잖아!! "

 

라며 등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셨다.

 

"오데 다친데는 없나?"

 

아빠도 짐을 싸다 말곤 나와서 내 위아래를 훑어보며 물었다.

 

"어.. 괜찮아. 근데 진짜 죽을뻔했어 ㅎㅎ;"

 

어깨를 으쓱해보이면서 괜찮다고 말하니 아빠도 ㅇㅇ 다행이다. 라고 하시며 "니 필요한거 얼른 싸라. 우리 피난가야 한다" 라고 말했다.

 

"피난? 어디로 갈건데?"

"일단 외갓집으로 갈려고! 최대한 멀리 가야지"

 

아빠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잠시 자리에 서서 '아..ㅅㅂ 이제 진짜 전쟁인거구나...' 라고 재차 현실을 실감하다가 얼른 짐을 싸기위해 내방에 들어갔다.

방에 붙은 디아블로3 포스터.. WCG현수막, 롤드컵 포스터, 등을 보니 갑자기 이방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다시 이방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옷을 챙기기 위해서 옷장을 여는 순간, 겨울옷들 사이로 예비군 군복이 보였다.

 

'아.....!'

 

잊고있었다. 난 얼마전에 전역한 싱싱한 긴급소집 대상자였다. 전쟁이 터지면 바로 하사인가 뭔가로 되서 복귀해야 된다고 들었던것 같은 기억이 어슴푸레 지나갔다.

 

'설마 전쟁이 터질거라고 생각안해서 대충들었는데...아..뭐라고 하더라.......'

 

그러다가 번뜩 번개 맞은듯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그러면 또 군대가야 한단 말인가?'

 

잠시 그자리에 서서 예비군복을 숨기고 그냥 도망칠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 콩딱지만한 나라에서 도망쳐봤자 금방 잡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성기같아졌다..

방금까지는 부모님이 일단 살아계시고 집도 멀쩡하고, 피난갈 장소가 있어서 '일단 살았노!' 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었는데, 군복을 보는 순간 기분이 나락까지 떨어져 내렸다.

한대 '전쟁나서 이딴 성기같은 나라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라든지, '전쟁나면 김치녀들 따묵따묵 ㅍㅌㅊ?' 라는 식으로 덧글을 단적도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상황이 닥치고 보니 인터넷도 안되고 ..

인터넷이라도 터지면 지금 일게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지, 혹시 군인게이가 있으면 현재상황 조카 상세히 써준다든지 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혹시나 싶어 일단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누르고 일단 옷부터 가방에 챙겨넣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노트북이 켜져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버튼을 더블클릭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켜졌다

 

"어?! 뭐야?"

 

인터넷 창에 [해당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창 대신 뭔가 인터넷 창이 떠서 노트북을 끌어당겼다. 그런데 '국가 비상 통신망' 이라는 희안한 이름의 사이트가 떠있었고 그 아래에 대피소의 위치와 대피요령, 피난권고문 같은게 나와 있었다.

여기저기 클릭해 보았지만 자유게시판이나 덧글같은 형식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이트는 아니였다.

네이버와 다음, 일베등을 주소에 쳐보았지만 모두 '해당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세지만 즉답으로 나왔다.

나는 바로 앗싸리 포기하고 얼른 짐부터 꾸렸다.

 

아빠는 빠르게 필요한것만 싸서

 

"뭐하노! 빨리 가자 안카나!" 라고 하시며 성화셨고, 엄마는 돌앨범이니, 가족사진이니 이런것도 챙겨야 하나? 하시면서 짐을 불리고 계셨다.

 

"엄마! 언능 가야돼!"

 

"잠시만! 자기! 도장 챙겼어?"

 

"아~~~나! 빨리 가자고! "

아빠는 계속 큰소리로 가자고 소리치셨고 나는 엄마한테 가서 엄마가 든 가방중 하나를 대신 메어주며 엄마를 데리고 나왔다.

여행갈때도, 어디 놀러갈때도 그렇듯 엄마는 뭐가그리 챙길게 많은지 마지막에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쾅!!!]

 

엘레베이터 쪽으로 엄마를 잡고 나오는데 엄청난 폭음과 함게 우리집 안에서 번쩍하더니 콘크리트 조각들이 현관문으로 뿜어져 나왔다.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나는 소화전에 거세게 쳐박혔다. 엄청난 충격에 정신이 없어서 잠시동안 어디가 위이고 어디가 아래인지 분간이 안될정도로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겨우 바닥에 손을 짚고 잠시 그대로 있으니 조금씩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아직도 '삐이----------' 하는 이명과 함께 빙글빙글 위와 아래가 돌아서 설 수 없었지만 나는 번뜩 엄마 생각이 나서 비틀거리며 손을 더듬어 엄마가 있던 현관을 더듬 더듬 거렸다.

 

"어..엄마....어...엄마...."

 

손을 더듬 더듬 거리며 현관문을 만졌다가 죽 내려와서 바닥을 더듬는데 벽돌같은게 잔뜩 바닥에 깔려 있었다.

 

"엄마...어...엄마..?"

 

현관바닥의 잔해들을 더듬더듬 짚으며 어째서인지 초점이 안맞춰지는 눈을 떳다감았다 하며 바닥을 더듬더듬 찾고 있는데 순간 따뜻한 물이 손에 만져졌다.

 

'뭐야 이 물은...?'

 

그리고 눈을 그쪽으로 향하는 느낌으로 보니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도 붉은 색이 선명하게 보였다.

피였다.

그것도 방금 사람몸에서 나온..

 

"엄마! 엄마?!"

 

나는 피가 있는 근처를 필사적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따뜻한 살이 만져졌다. 더듬어 보니 엄마 팔이였다.

 

"엄마 내 말 안들리나? 엄마? 대답좀 해봐"

 

나는 엄마를 잡아당겨보았다. 그런데 왠지 키154에 작은 체구인 엄마가 끌려오지를 않았다.

이윽고 빙글빙글 돌던 세상이 점점 초점이 잡혀갔다.

 

'아....아......!'

 

그리고 곧 내눈앞에 부서져 내린 현관벽에 깔려 손만 삐죽이 나와있는 엄마의 시신이 보였다.


 



눈앞이 새하얘졌다. 아침먹고 집을 나선지 겨우 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눈앞에서 버스가 폭발하고, 사람들이 빌딩에서 떨어져 내리고 국회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리고..

내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엄마가 쓰러져 있었다..  아빠가 엄마의 팔만 튀어나와 있는 장면을 보고 넋을 놓고 있다가 순식간에 용수철 처럼 몸이 튕겨오르더니 벽돌과 쓰러진 신발 수납장을 치우고 엄마를 끌어냈다.

나도 완전히 납작하진건 아닌가... 이젠 이미 늦었다..라는 생각으로 질질짜고 있었는데 신발장 아래에 깔리고 그 위로 벽이 무너졌는지 생각보다 엄마의 모습이 양호해서 안도반 기쁨반 불안반 뭐 그런 심정으로 얼른 엄마를 같이 끌어내었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엄마의 상체와 달리 하체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아빠는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셔버렸다. 아빠는 몇년동안 써온 낡은 2g폰을 꺼내 다이얼을 해보다가 역시 안되는지 나한테 말씀하셨다.

 

 

"xx야. 나는 괜찮으니까 빨리 구급차 불러라. 구급차."

 

아빠가 낮게 말했다.

 

"엄마. 죽지마. 죽지마...죽지마....."

 

하지만 나는 반쯤 패닉에 빠져서 혼자 옷찢어서 엄마 다리에 묶고 혼자서 나름대로 뭔가 출혈이라도 막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마!! 빨리 구급차 부르라고!!!!"

 

"구급차가 어디있어요 이런 개판인 상황인데!!"

 

"아 새끼야! 일단 나가서 경비실에 가가지고 전화되는지 물어나 봐라! 느그 엄마 이대로 놔둘끼가? 병원에 보내야 할것 아이가?!"

 

아빠가 성이 났는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지셔서 소리치셨다.

콘크리트로 된 복도사이로 "쨍-----" 하는 소리와 함게 아빠의 고함소리가 퍼져나갔다.

그때였다.

 

[삐용-삐용-삐용-삐용-]

 

경찰차와는 다른 앰뷸런스 특유의 사이렌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까 옆동에서 연기가 나더니 앰뷸런스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앰뷸런스다...."

 

"xx야! 빨리가서 앰뷸런스 잡아라"

 

나는 어쩌면 앰뷸런스가 엄마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3층 계단을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3층계단을 내려가는데 누가 보든 말든 눈물이 눈에서 줄줄 흘러 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평소의 모습이었던 3층계단은 온통 깨진 유리잔해와 벽돌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앰뷸런스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굴러 내려가듯이 뛰어내려가서 보니 앰뷸런스가 우리동 바로 앞을 지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무작정 앰뷸런스 앞을 가로 막으며 외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좀 살려주세요..!!"

 

앰뷸런스가 급정거를 하며 멈춰섰다. 곧 구급대원 두명이 내리더니 급한 얼굴로 "몇호시죠?" 하고 물었다.

 

"302호요.. 제발 우리 엄마좀 살려주세요"

 

나는 구급대원들에게 사정사정하며 다시 3층 계단을 뛰어올랐다. 구급대원들은 능숙한 솜씨로 계단을 뛰어올라오더니 엄마를 발견하고, 바로 눈에 플레쉬를 비쳐보았다.

 

"어..어떤가요? 사..살아 계시나요?"

 

구급대원들이 맥도 짚어보고 후레쉬도 눈을 까뒤집어서 이리저리 비추어보곤 나에게 말했다.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이미 돌아가셨습니다.이미 돌아가셨습니다.이미 돌아가셨습니다.이미 돌아가셨습니다.이미 돌아가셨습니다.이미 돌아가셨습니다.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눈앞이 또 새하얘졌다. 엄마가 살아나는건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 메디컬 다큐를 보면 전쟁터에서 금방 죽을것 같은 사람이 수술을 받고 다시 살아나는 상황도 종종 있었다.

그럴때마다 드라마나 다큐에서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와 "정말 기적입니다" 라고 말하곤 했지만 TV에서는 그런 '기적'이 너무 자주 나오니 그게 당연히 또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달랐다.

 

"아버님도 지금 많이 다치신것 같은데, 일단 두분다 병원으로 후송하겠습니다. 아드님 되시죠? 일단 병원으로 같이 이동하셔야 하니까..."

 

방금까지 터져나오던 눈물이 엄마의 사망이 확정되니 갑자기 말라버린듯 나오지 않았다. 왠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구급대원이 들것을 가져와 엄마를 그위에 눕힌뒤 TV에서 보듯 하얀천으로 엄마의 얼굴을 가렸다. 그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세 앰뷸런스 안에 타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빠는 아침먹을때보다 10년은 늙어보인듯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어느새 엄마의 손이 나와 있었는데 아빠는 묵묵히 엄마의 손을 잡고

 

"내가..내가... 그동안 고생만 시켰는데...잘해준것도 없는데....맨날 빚갚아야 된다꼬 여행도 한번 못데리고 갔는데..."

 

라면서 흐느끼셨다. 나도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와 아버지와 함께 구급차 내에서 오열했다.

그뒤 도착한 병원은 예상한대로 난장판이었다. 온통 피를 흘리고 붕대를 감고 링거를 꽃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병원건물 내에는 발디딜틈도 없어서 주차장과 잔디밭에 환자들이 누워있는 상황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아들좀 살려주세요 .!! 제바아알!!"

 

장례식장이나 병원에 가면 자주 듣는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울다가 실신한 노모와 그앞에 놓여있는 아들의 시신, 시신위로 덮인 새이하얀 천위에는 붉은 꽃처럼 핏자국이 크게 번져나 있었다.

병원앞은 교통이 마비될정도로 오고가는 구급차량과, 환자를 실은 일반차량이 뒤엉켜 있었다. 경찰관과 군인들이 교통정리를 하기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호루라기를 불어대고 경광봉을 흔들어대고 있었지만, 자기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먼저 들어가려는 민간차량들로 인해 교통은 마비직전이었다.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진찰을 하고 있었는데 중상자로 보이는 사람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지만 아직 버틸만한 사람은 종이에 뭐라고 적은뒤 목에 걸거나 이마에 뭐라고 적어놓고 링거만  놓아준채 방치하다싶이 하고 있었다.

 

멍하니 있는데 아빠는 그저 엄마곁을 지키고 있기에 나는 물이라도 갖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빠한테 "물이라도 좀 가져올게" 라고 말하고 병원안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들어가니 유니세프와 적십자 마크가 찍힌 상자들이 쌓여있고 적십자 직원들이 담요와 생수따위를 나누어주고 있어서 일단 줄을 서서 받았다.

그리고 다시 나오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가보니 TV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지금, 북한이 공격을 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거든요? 포탄에 북한제라고 적힌것도 아니고... 북한이 지금 공격을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이 JTBC에 나와서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앵커가 말을 받았다.

 

"그러면 지금...이 공격이 북한이 아니고 다른 세력에 의해 가해진것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그건 저도 확실히 말씀드릴수 없지만, 지금 확실히 밝혀진것도 없다 이겁니다. 지금 북한군이 전면적으로 침공하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북한군은 휴전선 일대에서 그대로 있어요. "

 

 

 

 

 

'에.....? 북한군이 쳐들어 오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그말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지금 전면전 상황이고 북한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는데 북한군이 휴전선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니....!

 

 

 

 

"뭐야? 그럼 포격만 하고 쳐들어 오지는 않는건가?"

 

"아따 참말로! 뭐가 어찌 돌아가고있는지 차~~암!!"

 

"통진당 절마는 왜 또 TV에 나와서 지랄잉교?"

 

 

 

 

사람들이 웅성웅성대며 말들을 쏟아냈다.

 

통진당 의원이 말을 이었다.

 

"예. 게.다.가.. 지금 저는 만약 이게 진짜 북한의 포격이라고 해도, 북한의 수십배의 국방비를 쓰고도 방어를 제대로 하기는 커녕 이렇게 얻어맞은 정부와 국방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 개신발 성기같은'

 

분노가 차올랐다. 뭐라고?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고? 이 신발 쌔끼들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새끼들

 

손이 파르르르 떨렸다. 당장 방송사에 쳐들어가서 총으로 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뭐라는거야? 저 사람 우리나라 국회의원 맞아?"

"통진당 새끼들이 TV에 왜 나오는거야? 저사람들 빨갱이라며?"

"KBS틀어봐요! KBS!!"

 

누군가가 핸드폰을 들어 누르니 채널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전면전 발발!!"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중인 조선TV 화면도 나왔지만 순식간에 지나갔다.

 

A채널에서는 "아침 8시경 북한군 수도권에 포격도발감행" 이라는 타이틀로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MBN에서는 헬기가 불타오르는 서울 시내를 돌며 검은 연기에 뒤덮인 서울상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윽고 KBS가 나왔다.

 

총리가 긴급 기자 회견을 갖는 장면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 ~~하고 있으며.... 현재 서부전선 일대에서는 북한 인민군...아니... 괴뢰군과 국군간에 교전과 포격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정부는 적이 도발하면 10배로 갚아준다는 각오하에 서북도서 K9과 전방 전진포병대 및 공군의 F15K 전폭기를 이용하여, 휴전선 일대의 북한군....아니 괴뢰군들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으며

북한군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38선 곳곳에서 국군에 의해 격파당해, 아군이 북으로 밀고 올라가는 상황입니다. 동부전선에서도 현재 북한군..아니, 괴뢰군이 갱도포의 포문을 열고 도발하려는 도발징후가 포착되어, 아군이 선제공격을 실시! 피아간 포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한미군도 방금전부터 팔라딘 자주포!, MLRS등을 동원하여 북한군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전선은 아군의 통제하에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동요하지마시고...."

 

 

"와아아아아!!"

 

사람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나라가 이기고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 일단 큰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나도 군대를 갔다 왔지만, 다른나라 군대도 이럴까? 싶을 정도로 신뢰감이 안가는게 군대의 실상이었다. 그래도 할때는 한다..는건가..

문득 현역으로 전투에 참가하고 있을지도 모를 군대 후임들이 생각났다. 걔들은 멀쩡할까...혹시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을까..

 

"다시 JTBC 한번 틀어봐요! 아까 그사람 뭐라는지 한번 보게"

 

어떤 아줌마가 말했다.

 

"아~ 그 JTBC를 자꾸 왜봅니까. 그 채널 이상한데"

 

"아니, 그게 아니고! 아까 그 통진당 사람 지금은 뭐라는지 좀 볼려구요"

 

"아~~"

 

JTBC로 채널이 돌아갔다. 통진당 의원이 당황해서 말을 바꾸진 않았으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JTBC에서는 여전히 통진당 의원과 앵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자막은 "국군의 북한진격! 과연 타당한가?" 라는 타이틀이 지나가고 있었다.

 

"저 빨갱이 새끼들은 진짜!"

 

어떤 아저씨가  열받았는지 빈 페트병을 집어들어 TV에 던졌다. 거친 행동이었지만 누구하나 뭐라고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TV보는것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 아빠한테 물을 드렸다. 아빠는 2G폰을 꺼내 액정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보니 엄마와 내가 찍은 사진이 아빠 핸드폰의 바탕화면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아빠. 물먹어요"

 

"어? 어 어... 그래"

 

아빠가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닫더니 물을 받아 마셨다.

 

"RH- 혈액 보유자분 계십니까? 지금 혈액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수혈 가능하신분 계시면 부탁드립니다! 지금 혈액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간호사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확성기와 헌혈피켓을 들고 뛰어다니며 외치고 있었다.

 

"예비군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예비군이신분은 망설이지 마시고 지금 즉시 가까운 경찰서, 동사무소, 시청 및 지정된 장소로 집결해 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확성기를 실은 레토나도 병원을 한바퀴 돌며 외쳐댔다.

인터넷이 될때는 모두가 SNS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을 교환했었는데 인터넷이 모두 멈추니 세상이 순식간에 80~90년대로 돌아간듯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TV앞에 모여있거나 신문지를 읽고 있었고 공중전화 박스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TV에서는 뭐라고 하디?"

 

아빠가 2G폰을 꼼지락꼼지락 만지시다가 물어오셨다.

 

"지금 우리군이 북쪽으로 밀어 붙이고 있대요"

 

"오..그래?"

 

아빠가 밝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나 곧 다시 어두워 지셨다.

우리가 앉아있는 병원앞 잔디밭위에는 여전히 엄마도 같이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 싸웁시다 여러분! 저 잔악한 북괴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

 

여전히 레토나가 병원을 돌며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예비군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함께 싸웁시다! 함께 승리합시다!"

 

방송을 듣고 있으니 집 어딘가에 있을 예비군복이 떠올랐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빠를 쳐다보니 아빠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갈끼가?" 라고 먼저 물어오셨다.

 

나는 엄마를 바라보며 결심을 굳혔다.

 

"어. 당연히 가야지. "








 

나는 집으로 향했다. 예비군복이랑 챙길 수 있는건 다 챙겨서 동사무소에 가볼 생각이었다.

 

"아빠는 엄마...보내고 알아서 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말고 나중에 외갓집에서 보자"

-"네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막 병원 입구를 나가려는데 뒤에서 아빠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주..죽지말고!! 살아서 온나!! 알겠제?!"

 

그 말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인파에 가려져 아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왠지 마지막이 될것같은 생각에 아빠 얼굴을 한번더 보고싶었지만 볼수 없었다.

혹시나 보일까 크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도망가려고 생각할때보단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있었다.

최소한 어디로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가 확실히 정해졌고, 또 그게 비겁한 일이 아닌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결정이어서 그런지 켕기는 구석도 없고..

왠지 모르게 그냥 지금은 얼른 예비군에 들어가서 싸우든 교통정리를 하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여전히 옆동에서는 하얀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빠져나갔는지 1시간여 사이에 제법 한적해진 모습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이 보였지만 아까전처럼 아비규환의 상황은 아니었다.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가니 풍비박살이 난 집이 눈에 들어왔다.

쓰러진 현관문 옆에는 엄마의 검붉은색 피가 넓게 퍼져있었고 커다란 구멍이 뚫린 베란다에는 실리콘에 겨우겨우 매달려 있는 유리조각들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나마 내방은 멀쩡했다. 문만 닫으면 평소라고 생각할 정도로...

노트북도 아까 그대로였고 싸다만 가방도 그대로였다.

 

'시간을..되돌릴 수 있다면...'

 

문득, 엄마를 더 빨리 데려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잠시 엄마가 서있던 부엌을 바라보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혼자서 울었다.

그러다가 마음이 좀 진정되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일단 냉장고를 열어서 먹을 수 있는 햄,콜라,물,콩나물반찬,콩반찬,오징어반찬같은건 다 챙겼다.

 

부엌으로 가보니 엄마가 항상 내다보았을 부엌의 자그마한 창문도 폭발충격 때문인지 산산조각나 있었다.

부엌 싱크대에는 내가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만들어온 컵이 여전히 소중히 놓여져 있었다.

컵 뒷면에는 '엄마 사랑해요' 라는 글과 함께 하트와 엄마의 사랑하는 아들 XX가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새삼 엄마가 평소에는 공부안한다고 맨날 떽떽거리고 늦잠잔다고 머라고 하던게 그리워졌다.

뭔가 챙길게 없을까 하고 계속 두리번 거리다가, 후라이팬을 챙겼다. 베낭에 메달아 두면 방탄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막상 베낭에 후라이팬을  묶어 달고 전실거울로 보니 일베젼스같은 모습이 되어있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거실로 가니 가족사진들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영화에서 보면 방탄모 안에다가 가족사진 같은거 끼워두고 그러던데..'

 

나는 액자에서 가족사진을 한장 꺼냈다.

그리고 가슴포켓에 넣었다.

혹시나 몰라서 핸드폰 충전기와 노트북, 알바해서 산 캐논 DSLR사진기도 모두 챙겼다.

짐이 너무 많았지만 그래도 놔두면 도둑들이 다 털어갈것 같아서 최소한으로 싼다고 싼게 이정도였다.

 

'너무 많은데..'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다시 배낭을 까서 혹시나 심심할때 읽어야지 하고 넣었던 책들도 다 빼고

혹시나 몰라서 넣었던 야한잡지들도 빼버렸다.

추우면 입어야지 하고 넣어둔 파카와 점퍼도 뺐다.

그러고보니 재난시에는 얇은옷을 여러벌 겹쳐입는게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게 문득 생각났다.

부피가 큰 점퍼같은 옷은 튼튼한걸로 한벌만 넣고 오리털 잠바는 그냥 방 침대에 던져두고 당장 쓸모없다 싶은 스킨,로션,샴푸,같은것도 전부 빼버린뒤

제법 부피가 줄어든 가방을 보며 만족하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이제부터 동사무소로 가야겠지? 아니면 XX초등학교쪽이 더 가까운데 거기에도 예비군들이 있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아파트 입구에 가니 한 무리의 예비군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우며 서있었다.

그 아저씨들은 나를 발견하더니 손을 흔들며 외쳤다.

 

"저기요~~! 혹시 예비군 가시는거면 저희하고 같이 가시죠"

 

"아..? 아..네!"

옆에 가서 보니 위장크림에 K2소총으로 완전무장한 현역도 한명 서 있었다.

 

"저기.. 현역이세요?"

"아. 현역이지 말입니다."

-"지금 혹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세요?"

"저희도 지금 들은게 없지말입니다."

 

현역도 어깨를 으쓱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야. 상병아. 그거 실탄장전된거냐"

-"삽탄되있지 말입니다 ㅇㅇ"

"그거 나 한번만 줘보면 안되냐?"

 

장난끼 많은 예비역이 현역보고 자꾸 총한번 줘보라고 꼬드기기 시작했다.

 

"좀 있으면 싫어도 많이 쏘고 많이 만질낀데 아좀 놔두소!"

 

뒤에 서있는 한 아재가 말하니 그때서야 장난도 멈추었다.

서있으니 예비군 군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하나둘 더 모여들었는데 꽤 나이들어보이는 아재들도 몇명있었다.

 

'저런 분들은 예비군은 아닌것 같고.. 민방위도 지난것 같은데..'

 

아재들이 뭘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싱글벙글하면서 벗어든 야상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를정도로 뭔가를 가득 담고 다가왔다.

 

"마! 담배피는 사람 손들어보이소! 내가 담배 나눠줄낑께 ㅋㅋㅋ 근처 편의점 담배 다 사와삤다"

 

"와!! 이 아저씨 대단한 아저씨네 ㅎㅎㅎ"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나도 군대에 있을때는 담배를 폈던지라 가서 "고맙습니다! 잘필게요" 라면서 2갑을 쥐었다.

 

"아직도 편의점에 사람이 있던가요?"

 

누가 그렇게 묻자 그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모. 나도 사람이 있길래 들어가봤다아이가. 벌써 음료수나 이런건 다~팔리고 없길래 고마 담배만 사와삤다."

 

"아~~~ "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오가는 길에 얼굴을 마주치곤 했던 몇명을 제외하고 친구나 동기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곧 "예비군/국군 전용" 이라고 피켓을 단 시내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버스에 타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근처 동사무소에 도착했다. 동사무소 주위에는 천막이 쳐져 있었고 현역들이 잔뜩 나와서 탄통이나 무전기를 들고 바삐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루루 내리면서 보니 한 아저씨가 동대장쯤으로 보이는 사람이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 내가 베트남전에도 참전하고 이 애들보다 훨씬 잘싸운다구요!"

 

-"아..아니 그러니까.. 지금은 예비군만 소집하고, 나중에 또 상황에 따라서 추가 징집같은게 있을 수 있으니까 집에 가시라니까요?"

 

"아니! 내가 싸우겠다는데도 안된다니! 이게 무슨소립니까 이게~~!!"

 

 

 

베트남전 참전 전우회 복장의 아저씨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현역들도 몇명이 나와서 아저씨들을 집에 돌려보내기 위해서 설득을 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전쟁터에서 싸워봤냐 이기야!! 총알이 떨어지고 사람 팔다리가 날아가고 ! 그런데서 싸워봤어?! 도와주겠다는데도 왜 이 지랄이냔 말이야 참말로!"

 

 

 

아저씨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동대장 아저씨들도

 

"아!우리도 싸우고 싶은 심정은 아는데~~ 그런데 ~~ "라며 계속 설득하고 있었다.

 

"예비군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같은 신분증 미리 꺼내주세요!"

 

줄을 서서 보니 신분확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다른줄에서는 총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XX씨 본인 맞으십니까?"

 

"예"

 

이런 자리는 별게 없어도 왠지 긴장되기 마련이다. 침을 꼴깍 삼키며 현역이 키보드를 두드리는걸 보고 있으니

 

화면에 내 사진과 신상명세관련 자료가 뜨고 지나갔다.

 

"예. 다음줄로 가주십시오" 라며 손짓을 했다.

 

지문을뜨는 기계에 손을 꾹 누르고

CU에서 카드로 계산하고 사인하듯 사인을 하고

 

 

다음줄에 가니 서약서에 서명을하고 총기를 받고 방탄과 X반도 및 탄띠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지금 의무! 야전가설! 1111소총병! 105미리 견인포! 90미리 무반동! 병과분들 긴급소집하고 있습니다! 해당병과분들은 이쪽으로 .~~~"

 

"측지관측 경험자 계십니까~~~? 현재 포병관련 병과에서 인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수전 관련 특전사 같은거 나오신분은 여기서 계시지 마시고 그냥 이쪽으로 빠져주십시오! 예?   예... 예...아니아니, 총이런거 받지마시고 서명도 하지마시고 그냥 버스에서 내리신 그대로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저는 M48전차병인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그냥 여기서 총받아  가시면 됩니다!"

 

-"우리는 그냥 소총병이고? ㅋㅋㅋ"

 

신기했다. 그냥 동네 아저씨고 동네 형들에 동네 아재들인데 소총수,측지관측병,특전사,해병대,공군정비병,화학병,의무병,보급병,수송병등...

모두가 군인이었다.  이런 나라가 몇개나 있을까...

나도 곧 총을 받았다. 한번도 쓴적이 없는 완전 깔깔한 새총이었다.

 

'와.....ㅅㅂ....군대에서도 개 낡은 총 썼었는데.......예비군이 왜 새총이고?'

 

궁금해서 옆을보니 무기고에서 막 비닐뜯고 박스뜯는 치장물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기에 새거 잔뜩 쌓아놓고 훈련할때는 헌거 쓴거였구나...'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방탄도 받고 탄띠도 받아서 입고 화장실에가서 거울을 보니 여전히 어색했다.

머리가 길어서인지 현역때처럼 군인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예비군 가면 총기줄때도 뭔가 엄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한 절차만 밟고 총기가 지급되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예비군 군복을 아줌마들이 눈에 보였다.

 

'아줌마들이 군복을 입고 여기서 뭐하는거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렛츠비 캔커피와 초코파이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있는거였다.

 

"못받으신분 손드세요!! 일인당 한개씩입니다!!"

"저요! 어머님! 저요!"

"아저씨는 아까 받았잖아요!"

"에이! 한개만 더주세요!!"

 

방금까지 민간인이었던 사람들이 군복입은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부터 초코파이 한개 더 얻어먹으려고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왜..군복만 입으면 이렇게 배가고파 지는걸까...

한켠에서는 사람들이 연신 담배를 태워대고 있었다. 나도 불이나 얻어서 한대 피울까 싶은 마음에 어깨에 총을 울러메고 근처로 갔다.

그러다 의외의 말을 들었다.

 

"부산이요..?"

 

"예 지금 부산시내가 전쟁터가 되었데요"

 

사람들이 모여서 심각한 얼굴로 뜬금없는 이야기를 나누는걸 들었다.

부산?

부산이 왜?

 

"아니 부산에 북한군이 어떻게요?"

"북한군이 부산에 어떻게 갑니까? 루머겠죠. 루머"

"하..하긴..전시 상황이니까.근데 아까 YTN에서 나오더라구요. 동래구는 위험하니까 가지말라고 나오던데"

"와..진짜요? 근데 거기도 미군이랑 53사단인가? 있잖아요?"

"어떻게 돌아가는거고 진짜...."

 

 

불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심각해져서 얼어붙었다. 북한군이 부산에?

하긴 6.25때 북한군이 배타고 부산에 상륙하러 오다가 백두산함인가?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함에 포탄쳐맞고 수장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이지스함인지 뭔지도 있는데 북한군이 부산에? 특작부대같은건가?

다른데는 멀쩡한건가? 루머인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자요"

 

어떤 아저씨가 빈담패 들고 서있어서인지 라이타 불을 건네요 말했다.

한대를 스읍 빨고서야 멘솔이란걸 깨달았다.

오랜만에 담배를 태우니 약간의 어지럼증도 느껴졌다.

그 뒤에도 한참 동사무소 도로에 대충 앉아있던 우리는 곧 차에 나눠타서 부대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동사무소 지키고 그러는거 아니였어요? 우리 전방가는거에요?"

 

부대마크 붙이는데에 예비군 마크를 단 공익출신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잔뜩 쫄아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고 있었다.

 

"예..지금 동사무소는 민방위들한테 총지급시켜서 지키게 하고, 예비군 여러분은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전방부대로 일단 가실겁니다."

 

공익이 얼굴이 하얗게 되더니

 

"아, 아니 저는 그 총도 몇번 안쏴봤거든요? 저 공익 출신인데 저도 전방간다구요?"

라며 현역을 붙잡고 메달렸다.

현역이 귀찮은듯 거칠게 손을 뿌리치며

"예. 일단 전방쪽으로 가시게 될겁니다." 라며 가버렸다.

 

"아.....아닌데...이게 아닌데..."

공익 아저씨는 눈치를 살살 보더니 화장실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 아저씨 도망가는거 아니에요?"

한 젊은 예비군이 말했다.

그러자 동대장 아저씨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도망요? 도망가면 어딜가겠어요? 지금 어딜가나 전국이 전쟁터인데."

 

"예?"

 

"이 작은 나라에서 도망가봤자 어디로 가겠냐구~~"

 

"아~~~"

 

순간 진짜로 전국이 전쟁터가 되었다는줄 알고 쫄았다.

몇몇 예비군 아저씨가 정보를 케내볼려고 동대장 아저씨한테 붙어서 계속 물어보았지만 정말로 아는게 없는지 대답은 하나같이 시원치 않았다.

공익 예비군 아저씨는 그뒤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에는 총만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다.

 

해병대 아저씨들도 버스타고 사라지고, 특수전 아저씨들도 검은색 승합차가 오더니 싣고 가버렸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곧 왔다.

육공트럭 5대가 동사무소 좁은 골목앞에 줄줄이 늘어섰다.

 

"단결!"

 

"필승!"

 

서로 다른 경례구호를 붙이고 두 간부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남아있던 우리한테 타라고 손짓했다.

군용트럭에 올라타니 진짜 군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트럭 안에는 중사가 타고 있었다.

트럭이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불타고 있는 서울 시내 모습이 눈에 지나가기 시작했다.

파괴된 버스정류장, 복권방, 불타는 투싼,SM5, 한족에 뒤엉켜있는 자전거주차장에 있었을 자전거들, 유리창이 모조리 깨져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셔터가 굳게 내려간 은행들과 여전히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아파트들...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합니다" 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확성기를 들고 뭐라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

 

"야이 빨생이 씹새끼들아!! 죽고싶지 않으면 빨리 해산해라! 이 강아지들!!"

 

한 아저씨가 총을 흔들며 큰소리로 외쳤지만 들리지 않는지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신발 빨갱이 새끼들! 전쟁나도 저지랄하고 있노 ㅅㅂ! 성기같네 진짜"

 

거칠게 욕을하며 앉는 아저씨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킨대로 사주경계 한답시고 빈총으로 밖을 보고 있으니 참혹한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런일이 벌어진걸까..아니.. 우리나라 자체가 억지 평화를 유지하는 시한폭탄이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중사가 입을 열었다.

 

"에..일단 예비군 여러분들. 여기까지 발걸음 하시기가 대단히 어려우셨을텐데, 용기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중사가 박수를 쳤다. 몇명이 왼손으로 방탄을 두드리며 박수에 화답했다. 벌써 어떤 예비군은 방탄에 자기 혈액형, 이름, 군번까지 매직으로 삐뚤삐뚤 적어놓은게 보였다.

박수를 치던 중사는 다시 뒷짐을 지고 말을 이어갔다.

 

"일단.. 지금 우리가 어디로 향할건지 궁금들 하실건데요,"

 

말을 잠시 쉬었던 중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놀라지마시구요, 에.........

                                     여러분들은 곧 개성공단 방면에 투입되실겁니다."

 

 

 

서울시내.JPG




추천수1
반대수11
베플ㅉㅉ|2014.10.16 09:34
나만 이거 일베충이 쓴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게 아니었네 ㅄ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에 시위대건 어떠한 정당이던 방송이던 있기 마련인데 왜 새누리당은 빨갱이가 아니죠? 맨날 겉으로만 강력하게 한국 지킬거라고 하면서 통진당이랑 다를바 없이 결국 꼬리내리는데? 그리고 JTBC에 빨갱이라고 한거 보면 확실히 일베충이 쓴거 맞는것 같은데 이런식으로 사람들한테 무의식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남기시려고 하는것 같은데 자제 좀 합시다~ 뻔히 다 보여요
베플헐퀴|2014.10.16 09:24
다 떠나서 이거 일베충이 쓴 글임? ㅡㅡ;; 갑자기 왠 통진당이며 JTBC가 이상한 채널이고 빨갱이들임?? 이딴 글을 읽은 내 시간이 아깝지 칵 퉤!!!!!!!!!!!!!!!!!!!!!!!!!! 일베충아 꺼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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