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김치야. 나 맥주야.
오늘이 헤어진지 4개월되는 날이자, 우리가 계속사겼더라면 5주년되는 날이네.
5년전.
다음날 물리시험을 쳐야되는데 해놓은건 없구 답답하던 찰나 맛있는 막걸리에 파전
사준다던 너의 말에 바로 뛰쳐나갔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신입생이 참 겁도 없어!
창문하나 없는 지하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떠들어대며 노는 학생들 사이로 이야기하느라
우린 좀더 가까워 질수 있었네.
이런 저런이야기를 하고 '다음날부터 손잡고 지내자'던 수줍은 고백에
내 이상형이었던 너를 내 남친으로 둘수 있게 되었었지. 아직도 막걸리집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생생한데 5년전이라니.. 세월참 빠르다.
넌 어떻게 지내고 있니. 취업은 했니?
가고 싶어했던, 덕분에 알게 되었던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업데이트 될때마다
자소서를 준비하고 있을 너가 생각나면서도, 날 생각하지 않을 너를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사귀는 동안.
잘못해준게 생각이나서, 쉽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던 과거의 내가
너무 화가나서 육개월간 헤어졌었던 우리 사이 되돌릴려고 노력 많이 했었잖아.
다시 사귀게 되었을땐 너무 행복했어. 1년 5개월간 그 어떤때보다 행복했었던거 같다.
이별을 생각할수도 없을만큼. 정말 이런 남자 없구나 싶을 만큼..
몇일전까지만해도 사랑스럽게 대해주던 너에게서 이별의 기운을 못느꼇던건
내가 둔해서 였을까 아님 너의 완벽한 연기덕분이었을까.
이번에 싸우면 영영 잘못될거 같아,
참고참고참고참다. 노력하고노력하고노력하고노력하다, 나딴에는
화내지 않고 마음 다잡는다고 대화를 하지 않았던것이 큰 실수였나보다.
2일동안 너가 마음을 정리해버릴줄은 몰랐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전부터 정리해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다.
눈앞에 있는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한입도 먹어보지 못한채.
눈물로 소스가 묽어질만큼 울고 또 울었다.
더이상 나에게 감정이 없다는 말이. 나와 너의 잘못에 대한 문제보다도
더욱 시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냥 털석 주저 앉았다.
정말.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숱한 헤어짐이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섣불리 붙잡을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멩하게 하루가 지나고 휴대폰으로 다시 한번 이별을 확실하게 확인하고나서야
펑펑펑 오열할 수 있었다.
정말 끝이었다. 속으로 수도 없이 생각해왔다.
너가 헤어지자고 할때. 그때가 정말 마지막이 될 연애구나.
그렇게. 가장 깔끔하게 헤어졌던거 같네.
그간 나는 잘지냈어.
못만났었던 남자사람도 만나보고
너랑 데이트할 돈을 차곡차곡모아서 쌈짓돈도 모으고,
차도 하나 새거로 뽑았다.
여전히 카메라는 잘들고 다니면서 공부열심히 하고 있어.
이제는 모델이 하늘과 땅이네.
더이상 감정이 없다는 너의 말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아
내가 정말 매력이 없나 싶어 진짜 이쁘게 꾸며서
프로필사진도 찍어보고
못해봤던 봉사활동도 하고 전국에 심겨있는 친구들 보러다니면서
그렇게 잘지내고 있어.
물론.
가끔 꿈에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었던 그 감정으로
날보면서 웃어주는 너를 만나면
그날은 하루종일 우울하긴 하지만 말야.
추억의 물건은 차마 버릴수가 없었지만 얼마전에 다 버렸어.
눈에 보이면 마음이 약해져서..
자꾸떠올라서.. 다 버렸는데 가끔 요즘도 버린줄 모르고 찾고는해.
우리 인형은 버리지 못했어. 그건 물건이 아니니까~ 내가 평생잘 간직할게.
토요일 저녁이 되면, 막걸리에 김치전하던 우리의 암묵적인
술모임이 그립기도하고, '손수만든' 문구를 보면 피식거리고,
서랍을 정리하는데 발견한 쓰지 못한 많은 우표들이 또 나를 슬프게 하네.
이것만은 꼭지키자는 것이었는데 그걸 이행하지 못한게 왜이렇게 속상한지..
얼마전에는 연애의 발견을 아주 열심히 봤어.
보면서 얼마나 울고울고울었는지 그 드라마 할동안은 내가 눈이 왕컸었다니까? ㅎㅎ
작가가 그들은 우리의 모습이라고 했어.
그래. 내가 노력해도 안되는게 있다는 하진이 말이 와닿더라.
노력은 서로하는거야. 참슬프지만 한명이 한다고 되는건 아닌거 같더라.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인데 너무 공감되네.
이렇게 조금씩 나자신을 아끼면서, 친구와 가족을 아끼면서
가끔식 너 생각에 몸서리치게 아파하면서 잊어가고 있던 중.
왜 하필 오늘. 오늘 아침 그날의 날씨처럼 쌀쌀해서
5년전을 기억해냈을까? 잊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하필거기다 회사일도 좋지 않았어.
아마 이직을 할 수도 있을거같아. 나 이직하면.
정말 이제 너가 아는 나에 대한 정보는 없는거겠네?
모르겠다. 이렇게 힘들때마다 왜 너가 생각나는지.
진짜 끝인데 생각해봤자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든데.
자꾸 뭐든지 너로 마무리짓게 생각되는게 괴롭다.
하지만 사귈때보단 덜 울게 되는거 같아서 다행이야.
지금껏.
잘해왔던거처럼 연락안하고 너 흔들어 놓지 않을게.
너도 나처럼 많이 힘들거야 그지?
정말 정말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간 잘 지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