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그동안 뜸했던 개그맨 이정수, 알고 보니 새롭고 유쾌한 도전을 진행 중이었다. KBS 공채 17기로 무대 개그에서 촉망받던 이정수가 최근 'NORI 콘서트' 라는 새 개념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다. 단순히 한 명의 끼 많은 엔터테이너가 이끄는 공연이 아니라 쌍방향의, 그것도 기부와 나눔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공연이었다.
"사실은 외로워서 시작한 거였어요"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대외활동과 더불어 SNS도 활발하게 활용했던 이정수는 지난 6월 문득 자신의 SNS 친구들에게 급만남을 제안했고, 카페에서 7, 8명이 소소하게 대화하고 놀던 모임이 달이 바뀌며 그 규모가 커진 게 시초였다. 지난 10월 5회째를 맞이한 NORI 콘서트엔 1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호응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몇 가지의 규칙만 지키면서 신청하면 된다. 소정의 참가비와 함께 때에 따라 기부할 옷이나 책을 받는다. 공연장은 어둡지 않고 환하다. 이정수와 함께 사람들은 각종 게임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 가면 된다.
"다들 외로운 사람들이더라고요. 저도 결혼했지만 그걸 떠나서 마음이
외로운 분들이 많아요. 모임의 시작은 그런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자는
취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놀이 콘서트를 접목했죠. 기존에 없던 공연
을 만들고 싶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휙 가버리는 게 아쉽더라고요. 스타
중심이 아닌 관객 중심, 그리고 공연만 관람하는 게 아니라 친구도 만들
고 기부도 하면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작은 모임에서 콘서트를 한다며 기획안을 냈을 때 재밌겠다고 한 사람은 이정수 소속사 대표와 이정수에게 공연장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로 한 지윤성 대표(퓨전 국악 공연 <판타스틱> 기획자)뿐이었다. 하지만 이정수는 이 공연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밥도 제공해드리고, 관계도 맺으면서 참여자 분들은 참가비 이상의 것을 가져가는 셈"이라며 "공연 진행을 돕는 분도 팬들이거나 예전 공연 참가자들로, 한번 인연을 맺으면 적극적으로 함께 이어가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공연에 기부를 더할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이정수는 "아이스버킷챌린지를 보면서 기부를 너무 경건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이스트 배상민 교수가 양질의 디자인 제품을 팔아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을 나눔에 쓰는 것처럼, 공연 역시 구걸하는 게 아닌 제대로 된 공연으로 기부를 실현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공연이지만 이정수는 적어도 콘텐츠의 힘을 알고 있었고, 그걸 발전시켜가고 있었다. 이는 개그맨의 설 자리가 좁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구책을 모색한 결과기도 하고, 개그맨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다시 정의한 결과기도 하다.
"(무대) 개그를 그만둔 지가 12년 가까이 돼가네요. <개그콘서트> 700회 특집 시점엔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에 피가 끓기도 했어요. 사실 비밀리에 준비도 했지만 좋은 코너가 안 나와서 못했죠. MBC 개그맨 후배가 최근 그곳 공개 코미디 프로가 없어진 후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다른 방송사로 옮겨야할지 묻는 그 친구에게 생각 폭을 넓히라고 했어요. 방송 활동만이 살 길은 아니고, 컬투 선배처럼 공연으로 잘해서 다시 방송으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요. 방송국은 많고 시장은 넓어졌기에 결국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이겨요."
그런 의미에서 그는 좋은 마음으로 앞으로 남을 품는 공연을 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이정수는 "의미 있고 착한 프로그램은 인기가 없다고들 하는데 반드시 그런 프로가 생존하는 흐름이 올 거라고 믿는다"며 "예전 <일요일 일요일 밤>의 '양심 냉장고' 코너처럼, 착한 콘텐츠로 내 능력을 발휘할 때가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 그가 품고 있는 'NORI 콘서트' 등의 콘텐츠가 바로 시발점임을 그는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