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톡을 즐겨보는 대한민국 육군입니다.
추석을 맞아 외박을 나왔는데 집에는 비밀로 하고 몰래 나왔거든요.
추석특집 써프라이즈랄까..? 가족들을 놀래켜 드리고 싶어서 몰래나왔답니다.
버스니 지하철이니 타고타서 집에 도착하니까 한 11시쯤 됐어요.
저희집이 빌라인데요 열쇠로 문을 따야 한답니다.
당연 열쇠가 없죠.. 집에는 몰래 들어가고싶었는데 문을 열어보니까 그냥 문이 열리는 거에요~
아마도 누나랑 엄마가 장보러 가신듯했어요.
그렇다면 분명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실거라고 생각을 했죠.
조심스레 전투화를 벗고 비닐때기로 대충 가려놨어요.(혹시 엄마오셨을 때 걸릴까봐 ㅋㅋ)
신발장이 계단 밑에 있어서 전투화를 벗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집에 오래된 나머지 발끝에 상병내공을 걸고 살살살 걸어도 삐그덕 소리가 나는 거에요..ㅠ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면 눈치 못채야 하는게 정상인데 저희할머니는 80여년간
쌓아온 내공이 귀에 다 모였나봐요...
계단을 다 올라왔을 쯤 "누구야!!" 하는 호통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ㄷㄷㄷ..
바로 방에 들어와서 문을 잠궜죠~ 전투복을 벗고 후다닥 옷을 갈아입는데
밖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가 들립니다.
할머니 왈 "누가 온 소리 아녀?
할아버지 왈 "밖에서 공사하는 소리겠ㅈㅣ."
하지만 할머니는 노파심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셨는지 결국 제 방문을 벌컥 잡아돌리셨습니다.
굳게 닫혀있는 문. 한참동안 돌아가지 않는 문을 벅벅 돌려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애들이 문을 잠그고 나갔나보네~"
저는 안들켰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컴퓨터까지 트는 여유를 보이며 마저 옷을 갈아입고 있었죠~ 양만 한짝신었을 바로 그때!!!
문밖에서 두 노인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보 당신은 베란다로 돌아가. 내가 열쇠로 문을 딸게."
'이게 뭥미....?' 순간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집에 도둑이 들어온줄 안 두 노인이
양동 작전으로 할머니는 문앞을 지키시고 할아버지는 베란다로 가셔서 후미를 차단하는
엄청난 용기를 보여주시는 겁니다...
순간 제가 마치 도둑이라도 된듯 순간 당황해서 할머니가 열쇠로 문을 여시는 걸 저지하기 위해
문 안쪽에서 잠김 버튼을 누르며 버티는데 뒤쪽에서 할아버지가 베란다로 문을 드르륵 ...
저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문을 열었는데 몽둥이를 든 할머니가 눈을 휘둥그레 뜨시고 "우리 손자 아니야~"
할아버지께서도 베란다로 몽둥이를 들고 오시며 "우리 손자였네..."
마치 도둑을 못잡아서 실망하신듯한 풀이 죽은 목소리.....
나중에 얘기를 하며 알았는데 할머니께서는 진작에 도둑이 든줄 알고 문이 잠겨 있는 데
안에서 부러 들으라고 "문을 잠그고 갔구나~" 하면서 안에 도둑을 안심시키고 양쪽에서 덮치려는 작전을 짜신 거였습니다...
후.. 80이 넘으신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포스앞에 굴욕당한 군인의 추석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