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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 - 신은 죽었다.

엽기인형 |2014.11.30 11:24
조회 4,699 |추천 2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고는 약간 잡힌 주름을 마저 펴냈다.
교도소 건물 안은 언제나 청소를 해도 약간의 먼지들이 공기중에 떠다닌다.

때문에 종종 숨 쉬기가 곤란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더 숨막히게 만드는 공간이 한 곳 있다.

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몸 상태를 점검한다.
입에서 냄새가 나진 않는지,머리는 괜찮은지,넥타이가 삐뚤어지진 않았는지.

이제 문을 연다.




"반갑습니다."

어떤이는 초췌한 얼굴 그와 반대로 웃음을 띈 얼굴이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네, 뭐."


그는 말을 마친 후에도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내보였다.





"내기를 해서 이겼거든요."

다름이 아니라 게임에서 이겨 담배를 얻어낸 까닭이었다.
게임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울상이다.



"지난번에 어디까지 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하느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사람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가져온 성경을 꺼내 펼쳤다.
작은 글자들이 빼곡하게 정리정돈 되어 주옥같은 뜻들을 담고있다.


"우선 기도하기 전에 요번주에 다들 무슨 일이 있는지 간단하게 들어봐도 될까요?"

나는 모두에게 시선을 맞췄다.
몇몇은 귀찮아 하지만 익숙해진 사람들은 내말에 어느정도 귀 기울인다.


"저는 요번주에 농구를 했어요.. 거의 매일.."

첫시작은 항상 뭔가 잡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4112번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거운 무언가에 눌린듯한 중저음이었는데 작은 공간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그는 항상 성경을 들고 다니며 구절을 외우곤했다.




"잘들었어요."

내가 박수를 유도하자 모두 박수를 쳐주었다.
그가 머쓱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옷 주머니 안에서 작은 십자가를 꺼내 모두에게 보여주며 기도를 준비했다.


"다들 눈을 감아주세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목을 가다듬고 기도를 시작했다.
어쩔때는 너무 감정적이 되어 우는 사람도 있다.



드디어 기도가 끝났다.
오늘의 일과를 모두 마쳤다.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아멘."
"아멘."

오늘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4112번이 우물거리며 내게 오기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평소와 같이 오른쪽 품안에 성경책을 가지고 있었다.



"사형 날짜가 잡혔어요."

그가 내게 온 목적은 얼마 뒤에 사형 날짜가 잡힌 자신에게 있어서
의문점이 들어서였다. 나라면 그 해답을 줄 수 있을거라면서 말이다.


'난처롭군.'

많은 사형수들이 있지만 사형 직전에 내게 이런식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몇 없기에 나는 꽤나 당황했다.

기껏해야 고해성사 정도로만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그의 말을 경청했다.



"제가 죽음에 있어서 구원 받을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평범한 질문이다. 아니 평범하면서도 난해한 질문.
크리스챤이 되기전에 가장 많이 가지게 되는 궁금점은 바로 자신이 구원 받을지에 대한 문제였다.

이는 많은 종교인을 곤란하게 했다.

어떤식으로 설명하던 모순점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하나하나 설명하며 설득을 시키던,무작정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를 하던 구멍이 생겨버린다.


그 구멍을 하나하나 파고들때마다 꼭 학창시절 시험때 막혀있던 어려운 문제를 푸는듯한
기분을 받는다.


나는 어떤 쪽을 택해야 할까.
가능하면 그가 나름대로의 명확한 답을 얻어 빠르게 사라져 줬으면한다.


"진정한 믿음에서 비롯된 마음은 성령으로 거듭나기 마련입니다. 우선 진정으로 주님을 믿으시나요?"

내 질문에 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예. 진실되게 그분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믿음으로 인해 그분이 살아 숨 쉬고 있고 또 그로인해 당신을 구원하실거라고
저는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가 과연 내 대답에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런가요?"
"네."

나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마지막 순간에 축복이 내리길 빌어주었다.
그는 일어나서 묵묵히 자신의 감옥으로 돌아갔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일주일하고도 이틀정도가 지났다.
4112의 사형집행일로부터 3일정도가 남은 시각.

나는 부름을 받아야했다.



"저를 찾는다고요?"
"예. 그래서 이렇게 부득이하게.."
"괜찮습니다."

나는 옷을 갖춰입고 바로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교회 냄새와는 다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진동한다.

문을 열자 그가 조용히 앉아있다.
양 옆에는 교도관들이 그의 팔을 붙잡고 서있었다.

4112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의 얼굴에 그늘이 비춰져 있었지만 입가에는 뜻모를 미소가 남아있다.



"저는 봤습니다."
"무엇을?"
"그분을요."

그가 맹목적인 믿음에 정신이라도 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사형이라는 압박에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도 절실했을 터이다.

"어떠한 점에서 그것을 확신하나요?"
"제가 그분을 믿으니까요."

나는 그를 붙잡고 있던 교도관들에게 말했다.


"잠시 둘이서 이야기를 해도 됩니까?"
"예?"

그들이 나를 말렸지만 나는 묶여있으니 괜찮다며 그들을 내보냈다.
잠시뒤 고민하던 교도관 두명이 밖으로 나갔다.

무슨일이 일어나면 바로 들어올테니 내게 소리를 지르라며 신신당부했다.

나는 이제 4112에게 눈을 맞췄다.


"그럼 이제 저랑 얘기 좀 합시다."
"그분에 대해서요?"
"아뇨. 당신의 믿음에 대해서요."

내 색다른 화두에 상기되있던 그의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내 믿음 자체가 그분입니다."
"아뇨 그건 아닐겁니다."
"어째서요? 그때 당신이 분명히…."

그는 하려던 말을 집어삼켰다.
무언가가 그의 말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의 말을 가로막은 것이 지금 이안에서 흐르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또 다른 깨달음을 얻어서인지는 그 자신밖에 모른다.


"성경 가지고 있나요?"
"두고왔습니다."
"그럼 제껄 꺼내죠."

나는 성경을 꺼내어 그의 눈앞에 펼쳤다.

"뭐하는겁니까."
"당신의 믿음을 확인하는 겁니다."
"이게요?"

나는 성경의 아무곳이나 나오도록 책장을 넘겼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사람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저는 그분을 믿고 있습니다."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아뇨. 당신은 틀렸습니다."
"장난치세요?"

그가 약간 흥분했다.

"진심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결국 마지막 순간에 그분은 당신을 버렸으니까요."

그가 눈을 부릅뜬다.

"그분은 날 버리지 않았어요. 내 앞에 나타났으니까요."
"나타난 결과는 결국 3일뒤 당신의 죽음으로 확실해지겠죠. 당신이 틀렸다는 것이요."
"죽는게 아니야! 마지막엔 그분 곁으로 간다고!"

분노한 그가 소리치자 밖에서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안으로 들어오려 하기에
내가 다시 내보내고는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분 곁으로 간다구요? 어째서요?"
"어째서라니? 당신이 그랬잖아! 믿음으로! 믿음으로 거듭나라며!!"
"맞아요. 믿음이죠."

내가 말을 마치며 조용히 웃자 그는 끝내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거야?!"
"아뇨. 그럴리가요."
"그럼 뭘하자는건데!"
"나는 그저.."

나는 말하기에 앞서 성경을 도로 덮었다.

"나는 그저 당신이.. 믿어온 것이 개죽음으로 이어질것에 대해 간단한 해답을 드린겁니다.
당신의 믿음이 말이죠."

내 말에 일순간 그가 행동을 멈췄다.

"시키는대로 했어.. 나는 그냥.. 하라는대로.. 믿었는데.."

그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흔들리는 그의 믿음을 밑에서부터 갉아먹었다.

"애초에 뭘 믿었는데요?"
"뭐?"
"그분의 존재에 대해서? 아니면 죽음으로써 이어지는 영생?"

그의 눈동자에 의구심이 새겨졌다.

나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애초에 당신이 믿을건 없었어."





















며칠뒤 그의 사형집행일이 계획대로 실시되었다.

그는 나와의 마지막 만남을 기점으로 사형집행일까지 별다른 말썽이 없었다.
그때문에 이번에도 교도관들이 내게 와서 한명씩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시기에 사형집행일 전까지 말썽부리던 녀석들을 조용하게 만드시나요?"

항상 골머리를 앓는 그들은 내게 해답을 요구해왔다.




나는 사형을 집행할때 입던 옷을 벗고서는 그와 상반되는 깔끔한 목사가운을 차려입었다.





"특별한건 없어요. 저는 그냥 그의 믿음을 없앴습니다."
"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아마 알아들을 수 없을 그들이 대답을 듣고는 의아해했다.


"저는 단지 그의 신을 죽였습니다."


나는 항상 가던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새로운 믿음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다시 그것을 죽이기 위해서.



http://www.tenpet.kr/bbs/board.php?bo_table=tp_horror1&wr_id=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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