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니가 싫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을까.
그것도 어제는 ‘사랑’을 한다던 사람에게 말이다.
나는 너와 헤어진 후에 사람 눈이 무서워졌다.
길바닥에서 평소 싸울때와는 전혀 다른 눈으로 쳐다보며
‘니가 싫어’라고 말하던 니 눈이 너무 무서워서.
내가 정말 정을 주고 진심을 나눴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
야속하게 힘들게만 흐르던 시간이 이것 하나 알려 주었다.
너와 나는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
너를 만나기 전, 내 모든걸 쏟아 부었던 전 남자친구.
그리고 니 친구이기도 한.
그 애랑 헤어지고 위로라도 받고 싶은 맘에 밥 한끼 같이하던
니가 내 남자친구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나에겐 너무 과분한 너에게 단지 전 남자친구의 친구라서 싫다는 냉정한 말을 몇 번씩이나 내뱉었던 것이 아직도 맘에 걸린다.
그 때마다 너는 더 크게, 더 많이 말해주드라. ‘사귀자’
내 전남자친구를 신경 안쓰고 만날 수 있겠냐는 내 질문에.
‘너를 만나는데 내가 걜 신경 써야해?’라는 패기있는 대답이 너무 좋았다.
너는 모르겠지? 내가 혼자 영화를 보러갔을 때, 영화가 끝난 후에
혹시 니가 만나자고 하진 않을까 영화관 앞에서 혼자 덜덜 떨며 기다렸다.
만나자는 얘기가 없기에 일부러 노선이 길어 뺑뺑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 보러안올 거야?’하는 니 애교에 벌써 집이라고하면 다음에 보자할까봐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널 밀어내면서도 나는 너를 잡고있었나보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만나던 전 남자친구와는 달리 너는 나를 매일 보고싶어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니가 매일 보고싶었다.
근데 우리는 너무 안맞더라.
정말 좋아는 하는데.
남자인 친구들이 많은 나와 남자인 친구들을 만나는걸 싫어하는 너.
싸우면 말로 풀어야하는 나와 싸우면 입을 닫는 너.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나와 코믹영화를 좋아하는 너.
아메리카노만 먹는 나와 딸기스무디를 먹는 너.
나는 너를 만나면서 고쳐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가슴 파인 옷, 전 남자친구와 관련된 모든 것, 집에갈 땐 인증샷, 손톱 물어뜯는 버릇 고치기
다리떠는 것, 말투 고치기 등등 점점 내가 아닌 사람이 되가는 것 같았어.
어쩌다 한번 만나고오는 친구들을 만나고오면, 내 전남자친구를 보고 잔뜩 예민해져 오는 너를 받아주는 것도 나는 버거웠다. 나는 죄인처럼 니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만난지 얼마 되지않아 우리 정말 숱하게 싸웠다. 그치?
니가 일하러 타지역으로 떠나면서, 눈오는날 카페에서 안 울어보겠다고 입술 다 틑어져가며
입술 꽉깨물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나에게 헤어지자고 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넌 갔다.
그 날은 정말 추웠는데. 나는 한참동안 거기에 서있다 왔는데.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또 미안해. 잘할게. 노력할게. 하며 돌아왔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연애기간동안 헤어지기는 또 얼마나 헤어졌는지.
얼마 후, 우리 장거리 연애가 되었다.
쉬는날도 일정치 않은 일에, 나까지 일을 하고있어 쉬는날을 맞추기 어려워
정말 한달 꼬박을 사이버연애만 한 것 같다.
니가 타지역으로 떠나고 처음으로 내가 휴무를 바꿔 우리 만나던 날.
니 생일선물에 생전 처음으로 생초콜렛인가 파베초콜렛인가 뭔가도 만들어갔는데
또 헤어졌다.
그 한달 꼬박동안, 넌 거기서 좋은 여자를 만났더라고.
내가 V넥 티셔츠라도 입을라치면 후드집업을 목까지 잠궈주던 니가.
제발 목폴라를 입고다니라던 니가.
카톡사진의 그 여잔 좋아할 만한 여자가 아니였지만
분명 나보다 좋은 여자라고 생각할게.
그렇게 헤어진지 8개월이 지났다.
니가 뭐가 그렇게 아직도 좋다고.
며칠 전, 문득 보고싶어 그냥 걸었던 전화에
넌 부탁했어. 제발 연락하지말아달라고, 좋게 끝내자고.
널 붙잡는 내 말 끝에 니가 물어봤지.
정말 다시 만나면 행복할 것같냐고,
그래서 나는 대답을 못했다. 행복할 것 같지 않아서.
이제는 다시 만나자는 것이 아니야
그냥 보고싶어도 참을게.
고마웠다.
‘니 친구가 나 잘생겼대. 잘생긴 남자가 널 만나고 있잖아!’
‘예쁘고 착해’
내 모습에 자신감이 없는 날 보고 안타까웠던 니가 일부러 노력 많이 해준 것 알고 있어.
나 일 끝날 시간 맞추어 항상 알람맞춰 두었던
5시30분도 고맙다.
니 덕분에 손톱 뜯는 버릇도 고치고, 다리떠는 버릇도 고쳤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올 겨울엔 터틀넥이 유행하네
뜻하지않게 남자인 친구들도 다 군대가서 왕따신세됬어.
살도 많이 빠져서 예뻐진 모습 너 보여주고싶었는데.
나는 아직 누굴 만날 생각도 자신도 없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 너도 천천히 잊혀지겠지?
시간이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안아프게 흘렀음 좋겠다.
나는 아직도 카페에가면 딸기스무디를 시킬까 아메리카노를 시킬까 고민을 한다
니 딸기스무디 뺏어먹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나보다.
추운걸 못참는 니가 싫어하는 계절이 온다
나는 또 니 생각이 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