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소속사의 분쟁,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2014. 12.08(월) 16:02







[티브이데일리 박윤모 칼럼] 지난 달 26일 남성 6인조 아이돌그룹 B.A.P가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 측을 상대로 불공정 계약과 정산의 문제를 들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전속계약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데뷔한 이후 100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소속사로부터 받은 돈은 1800만 원이 전부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3년 간 월급으로 50만원씩 받았다는 계산이다. 그러자 TS 측은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B.A.P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그들의 뒤에 배후세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다시 B.A.P의 법정 대리인인 법무법인 도담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TS가 가장 중요한 신뢰문제에 성실하지 못했다며 가혹한 노동력 착취와 횡령 등을 주장했다.
B.A.P가 TS를 상대로 낸 소송의 이슈는 양자 간의 전속계약이 이미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고, B.A.P가 그 근거로 드는 것은 상호신뢰 약속의 상실이며, 그것의 배경은 TS가 투명한 경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제대로 수익정산을 하지 않았다는 서운함이다. 결국 번만큼 많이 주지 않았으니 전속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에 일단 팬들은 TS 측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팬들의 연령층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든 기성가수나 배우들의 이런 법정다툼과 달리 대부분 사리판단 능력이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층이 팬인 아이의 법정공방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아이돌 쪽으로 동정적 여론이 쏠리기 마련이다.
TS 소속 시크릿 멤버 전효성이 B.A.P와 같은 ‘을’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상상 가득한 이야기”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전속계약에 관한 분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일본의 연예계에서는 보기 드물고, 유독 우리나라에서 잦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눈길을 끈다.
오죽하면 국내 연예기획사를 대표하는 양대 조직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연예매니저협회가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권고안을 회원사에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매니저 기획사 그리고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시장 질서를 지키려는 두 단체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예인과 소속사의 분쟁은 사라질 줄 모르고 있다.
이들의 분쟁이 단지 국내 특정 업계의 지엽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는 아이돌이 중심에 있는 K팝이 전 세계의 대중음악계의 유행을 주도함으로써 대한민국 연예 콘텐츠 및 이와 관련된 각종 이슈들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이 연관된 법적 분쟁은 우리나라의 국가적 이미지에 연관되기에 국지적 문제로 좌시하기 힘들다.
표준전속계약서 권고안은 그룹 동방신기가 수익 배분을 놓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다툰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지만 분쟁의 여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이 SM에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중국으로 돌아갔으며,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 역시 스스로 팀을 탈퇴한 것을 보면 이 권고안은 가수나 기획사 양쪽에 그다지 설득력을 발휘하거나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손해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기능이 부족하다.
제국의아이들 멤버 문준영은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정하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속사 스타제국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같은 멤버지만 자신에 비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임시완 박형식 황광희 등과 비교해 개인수익이 떨어지는 것에 따른 불만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아무 일 없던 듯 잠잠해졌지만 이런 불만에 따른 갈등은 제국의아이들은 물론 모든 아이돌이 안고 있는 태생적 숙제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의 메건리 역시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에 불만을 품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가수와 소속사 간의 수익배분에 따른 분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 비슷하다. 회사 입장에선 그 어떤 미래가 보장되지 않던 러프한 재료(가수 지망생)를 갈고 다듬은 뒤 화려하게 꾸며서 히트상품으로 만들고 나니 다 자기가 잘난 덕이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수는 자신의 노력과 능력 그리고 열심히 일한 노동력이 수익의 근거이니 제대로 그 대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애초부터 양측은 이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이 격차를 줄이지 않는 한, 또 우리나라 가요계의 사업 수준이 세계적으로 앞장선 음악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 빨리 해결되기는 힘들다.
아이돌 지망생의 나이는 고작 10대 초중반이다. 후반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사회의 경제적 구조에 익숙하지 못할 때고, 가수에 대한 확고한 직업관이나 그 일을 통한 사회공헌, 그리고 자신의 성취감 등에 대한 확고한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다.
그들은 막연히 스타를 꿈꾼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고, 얼마나 힘이 들고, 또 서러운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과정은 생략하고 오로지 결과만 바라보고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그리고 성공의 과정에서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아무 가능성도 보장되지 않았던 자신을 믿고 투자해준 회사에 대한 고마움에 도리를 지키려 하는, 초심을 지키려는 쪽과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받은 설움과 보상심리가 지나쳐 스타에 올라선 뒤 충분히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을 스타대접으로 받으려 하고, 그래서 회사의 도움 따위는 잊고 오로지 그 공을 자신의 능력과 노동력에 있었다고 자신하는 쪽이다.
물론 아무리 훌륭한 히트상품을 갈고 닦아 만들어냈을지라도 그 자원 혹은 원재료가 없었다면 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숨 쉬지 않는 상품이 아니라 세계의 팬들이 열광하는 K팝스타다. 기본적인 인격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그 지위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기획사와 연예인 양쪽은 기본적으로 이 일도 수익창출이 목적인 사업이라는 기본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연예사업은 일반 사업과 달리 ‘잘 되면 대박, 안 되면 쪽박’의 위험성 높은 극과 극의 결과를 낳는 비즈니스다. 그런 면에서 신인 아이돌을 만들어내고 스타덤에 오른 아이돌을 유지 관리하는 회사의 과감한 투자에 대한 값어치는 인정해야 한다.
아이돌은 하루아침에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콘텐츠가 아니다. 데뷔시키자면 수년간 먹여주고 재워주는 가운데 노래 춤 연기 등의 기본 교육부터 운동과 외국어 교육 등 학교의 정규수업에서 빠지는 만큼의 보충교육을 시켜줘야 하며 심지어는 사소한 용돈까지 챙겨준다.
이렇게 오랫동안 뒤를 봐주고 교육시킨 뒤 데뷔시키자마자 금세 투자금이 회수되는 것도 아니다. 꾸준한 프로모션을 통해 인기를 높여야 비로소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때까지 투입되는 자본금이 1인당 최소한 억대는 된다. 회사가 그 아이돌 하나로 손익분기점에 오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무리한 스케줄의 강행군이 발생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신인은 당연하고 BAP나 제국의아이들 정도라고 해도 방송국의 ‘갑질’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더 위로 이끌어줄 가장 확실한 견인차인 방송출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하는 것은 직업적 숙명에 가깝다.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뒤에도 마찬가지다. 기획사나 아이돌 모두 아이돌은 나이가 들면 생명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SM YG JYP 등 대기업형 코스닥 상장사야 당연히 체계적인 재무제표 체계 아래 원칙적인 회계시스템으로 운용되지만 중소 기획사는 아직도 주먹구구식의 ‘구멍가게’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것은 ‘횡령’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절차의 간소화를 통한 업무의 편의성 때문이다.
아무리 법인회사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오너인 ‘사장’의 자본으로 움직이는 대다수 기획사는 투명성보다 중요한 게 업무의 효율성이다. 그런 시스템 아래서 아직 경제개념이 불확실한 아이돌에게 재무제표를 보여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뿐더러 사원들에게 분기별로 회사의 경영 상태를 디테일하게 보고하는 기업 역시 비현실이다.
가수는 보통 엔터테이너 싱어 뮤지션 아티스트로 나뉜다. 아이돌은 퍼포먼스를 강조한 엔터테이너적 성향이 강하다. 보통 아이돌 그룹은 노래 잘 부르는 싱어와 잘 생기고 춤 잘 추는 엔터테이너로 구성돼있다. 아이유처럼 뛰어난 가창력으로 회사의 프로듀싱에 따라 음악활동을 하는 가수는 싱어다.
스스로 작곡 작사 프로듀싱 능력을 갖추고 악기도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는 뮤지션이다. 그리고 상업적인 대중가요 시스템과 달리 자신만의 음악세계에서 돈벌이와 상관없는 음악을 추구하는 이는 아티스트다.
아티스트의 경우는 제도권과의 타협을 거부하므로 제외하고, 싱어송라이터는 충분한 음악성을 갖췄기에 만약 기획사가 이런 뮤지션을 데리고 있다면 시작부터 충분한 수익분배 혹은 ‘인건비’를 보장해야 한다. 왜냐면 이들에게는 시작부터 트레이닝이나 곡 작업에 드는 비용이 세이브되기 때문이고, 그들의 작곡 등 가창외의 음악적 노동에 대한 대가를 수익분배에서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터테이너나 싱어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이들은 영화 드라마 등의 연기활동과 예능출연도 겸해야 하므로 회사는 노래와 춤 등의 기본 교육비부터 그 외의 다양한 부대비용 등 각종 경비를 더 지출해야 한다.
젝스키스의 리드싱어는 강성훈이었고 ‘은초딩’ 은지원은 젝스키스의 엔터테이너였다. HOT 역시 보컬은 문희준과 강타 몫이었고 토니안 등은 엔터테이너였다.
이런 태생적 한계는 이미 아이돌의 효시인 뉴키즈온더블록 때부터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대여섯 명의 멤버 모두 잘 생기고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채울 수는 없다. 멤버 모두 마이클 잭슨이면 그것은 천상의 그룹이지 인간세상에 있을 순 없다. 물론 존재한다면 그 팀에는 기획사가 데뷔 전부터 엄청난 계약금은 물론 예상 수익을 선지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가요계에 댄스그룹의 전성기는 1990년대 시작됐다. 이때 기획사는 처음에는 멤버 모두에게 고르게 수익을 분배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차등화했다. 당시 정상급이었던 룰라는 데뷔앨범에서는 수익분배를 논할 여유조차 없었지만 ‘날개 잃은 천사’로 스타덤에 오른 후 점차 차등지급하게 됐고 이것이 각 멤버들 간의 불화와 더불어 회사와의 갈등을 초래해 잦은 멤버교체와 해체로 이어지게 됐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차등화가 당연하다. 왜냐면 그룹 활동 외에도 각 멤버들의 개별 혹은 유닛 활동이 필수고, 이에 따라 그들이 올리는 수익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100억 소녀’ 수지가 있는 미쓰에이가 수지의 수익마저 n분의 1에 포함시킨다면 나머지 멤버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수입의 핵인 수지의 불만이 팽배해 결국 수지의 이탈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가수 지망생은 꿈을 좇지만 기획사는 무조건 이득을 추구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지망생은 추억이라도 남지만 기획사는 빚만 남는다. 지망생이 막연한 환상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첫발임을 명심하고 신중에 신중을 더 기해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유치한 순서 논란은 무의미하다. 왜냐면 닭의 조상이 닭으로 진화한 뒤 병아리를 만들 수 있는 달걀을 낳은 가능성이, 달걀이 먼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뒤 닭을 만들었을 가능성보다 크기 때문이다.
‘신뢰’에는 반드시 ‘상호’라는 꾸밈말이 앞에 붙기 마련이다. 양쪽이 납득하고 인정할 만한 약속과 믿음이 진짜 신뢰다.
TS쪽 기사..굵은 글씨 부분에서 뿜음ㅋㅋㅋ저걸 옹호해주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