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의 나는 빵셔틀
평범
|2014.12.10 11:37
조회 154 |추천 3
꽤 오래전부터 판에서 눈팅만하던 25살 남자임요즘들어 톡을 보면 뭔가 사람 사는 얘기들 보다도 아이돌 얘기가 훨씬 많은것 같아내가 살았던 얘기를 한번 써보고 싶어서 나도 타자를 두들겨 보기로 함.내 인생에 있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는 많지만 (군대,유학생활,첫사랑 이야기 등등...)막상 뭔가 적으려고하니 지금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과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그리고 가족들까지도 알지 못하는 나의 어두운 부분들을 적고 싶어졌음.이 글을 보고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분명 나보다도 더한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겠지만그당시 15살 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감당하기 힘들었던,저항하지 못하고 참기만했던 나의 울분은 응어리져서 가슴속에 남겨져있었음.(어떠한 계기로 그 응어리졌던것이 싹 가시기는 했지만...)어쨌든 지금부터 내가 빵셔틀을 당했던 일과, 그 뒷 이야기를 풀어보겠음.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하는거라 말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그냥 문장 매듭을 대충 지으려고하니 그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주면 감사하겠음..
1. 나
나는 빠른 생년월일, 그러니까 생일이 빨랐던 덕에 7살때 입학을 했음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초등학교 6학년때 키가 130을 간신히 넘기고 엄청 마른 체격의 소유자였음그렇게 몸집이 남들보다 작고, 성격도 워낙 얌전하고 온순하다보니그냥 가만히 있어도 남들한태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음
2. 우리 학교
내가 다녔었던 중학교는 내가 입학했을 당시에 그 지역에서 유일한 중학교였기 때문에그 지역의 6개 초등학교의 모든 졸업생들이 다 한 학교로 몰리는 일이 발생했음우리 학년의 총정원이 약 800명에 육박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정말 민망한 얘기지만 학기 초에는 각 학교의 짱들이 서열정리(?)를 하겠다며그야말로 폭풍이 일었음.. 그 상황 속에서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우등생들도그런 양아치들 틈에 섞여서 공부를 해야했음
3. 교촌이
내가 본격적으로 빵셔틀이 된건 중학교 2학년때 였는데우리 반에는 2학년으로 올라가고 난 후에야 일진이 된 양아치가 한명 있었음그 양아치를 '교촌'이라고 부르겠음
교촌이는 나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였음키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비율이 좋았고, 얼굴이 상당히 잘생긴 미남이었으며패션 감각도 상당히 뛰어나 여러 아이들로 부터 인기를 얻었음우리 학교는 그당시 학생들을 엄격하게 규제했었는데, (두발, 교복)그런 엄격한 규제 안에서도 빛을 발하는 아이였음.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기저기 이름이 많이 알려지게 되고,일진들로부터 같이 어울리자는 제의(?)를 받게되어 일진들과 어울리기 시작한것임.
4. 계기
교촌이가 일진들과 어울리기 시작할때부터 교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음.이유인 즉슨, 우리 반에 있었던 소위 '잘나가던' 친구들은 갑자기 일진이 되어버린교촌이의 눈치를 보면서 '저새끼는 싸움은 쥐뿔도 못하지만 생긴게 반반하니 일진들 틈에 꼽사리를 꼈다.' 라고 뒷담화를 하고 다니던게 화근이었음.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는 사실을 알게된 교촌이는 화가났고, 반 친구들을 향해 닥치는대로 싸움을 걸었음. (물론 정당한 싸움이 되지 못했음, 교촌이는 일진이라는 배후들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배후가 무서워 피해 학생들은 교촌이에게 그냥 당해줌.)그렇게 반에서 권위를 휘두를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을때마침 내가 교촌이의 눈에 띄게 되었음.
그후로부터 나는 빵셔틀, 샌드백, 교복, 체육복 셔틀에 용돈셔틀, 핸드폰셔틀, 옷 셔틀 등등여러가지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했음.교촌이는 오직 나만을 고집하며 나만을 집요하게 괴롭혔음
5. 야구 방망이
하루는 무슨 이유에서 였는지는 몰라도 교촌이가나를 교탁에 살짝 기대어 엎드리게 한후 엉덩이를 발로 약 30대 가량을 걷어 찼음10대쯤 얻어 맞았을때 주변 친구들이 말리고자 했지만 교촌이는'아니야, 아무도 날 못말려 난 악마거든.' 이라는 말을 하며 계속해서 때렸음그렇게 얻어 맞은 다음날 아침, 원래 일어나던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어머니께서 나를 깨우셨음, 깨워도 내가 일어나지 않자화가나신 우리 어머니께서는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살짝 때리셨는데전날 너무 많이 맞았던것 때문에 너무나도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나뒹굴렀음.깜짝 놀라신 어머니는 이불을 걷어서 엉덩이 밑부분의 멍자국들을 보시며 경악하셨음.
무슨 연유로 이렇게 된건지 물어보시는 어머니께 그냥'숙제를 하지 않아서 야구방망이로 맞았다.' 라고 만 변명을 늘어놓았다..다행히도 어머니는 그말을 그대로 믿으셨다.(그때 나는 조금이나마 어머니께서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걸 눈치채시고 나를 계속해서 추궁하여 친구로부터 맞아서 그런것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게끔 해주시기를 조금은 바랬었다.)
6. 돈
내가 중학교때 어머니는 하루에 3천원씩 용돈을 주셨다.그렇게 하루에 3000원씩 받는 용돈을 일주일 내내 한푼도 쓰지않고 모아서매주 교촌이에게 갖다 바쳤다.
7. 가위
자다가 가위에 눌렸는데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음.교촌이의 목소리였음"야 매점가서 소세지빵이랑 초코우유 사와, 30초 준다. 30, 29, 28, 27................"
숫자는 계속 줄어만 가는데 내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음한 10초쯤 세었을때 눈가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0을 세었을때쯤 다시 잠들었음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샤워를 하는데어젯밤 일이 계속 생각나 샤워하는 동안 내내 울음이 멈추질 않았음
8. 키
초등학교 6학년때 130cm를 간신히 넘겼던 내 키가 쑥쑥 자라서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때쯤에는 167cm까지 자랐음.2차 성징이 진행될 나이가 되니 마른 체격에 살이 붙지는 않았어도골격이 커지니까 주변 친구들에게 꿀리지 않을 만한 체격이 되었음중학교 2학년 1학기초 150대 였던 나는 키에 관심이 없었고, 크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었는데2학년 겨울방학때 키를 제보니 167cm 라는 믿을수없는 수치가 나왔음.주변 사람들은 내가 커가는것을 봤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지만나는 내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었다는걸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수 없었음그때부터 내 주변 사람들과 키를 비교하기 시작했는데'정말 커지기는 커졌구나.' 하는것을 비로소 실감했음
9. 3학년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나니 어느덧 3학년이 되었음교촌이와는 반이 갈라졌는데 혹시나 반이 갈라져도 나를 괴롭히지는 않을까걱정했지만 철이 들은건지 나를 찾아오지는 않고키가 커진 나를 올려다보며 "올, 많이 쎄졌네~" 라고 비아냥 거리듯 말을 하고는그냥 돌아서서 각자 갈 길을 갔음.
3학년때도 나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170cm대라는 꿈의 키에 도달했음 (나는 그당시 170cm라는 키가 굉장히 큰 키인줄 알았음.)그렇게 키가 커지니 친구가 생겼음.단지 키가 커진것 뿐인데 친구들이 생기니 뭔가 이상했음그 중에서는 중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있었는데아무튼 중학교 3학년때는 꽤 괜찮은 학교 생활을 했음주변 친구들이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도 하고.(받지는 않았음, 나에게 있어서 여자를 소개받는 일이란 너무 부끄럽고 민망한 일임.)
10. 고등학교
나는 인문계로 진학했고교촌이는.... 아마도 실업계로 진학하지 않았나 싶다
고등학교때도 내 키는 자라고 자라 182cm까지 컸다 (더 컸으면 했지만 더 자라지는 않았다)또 중학교때보다 완화된 규제안에서 나도 내 자신을 조금이나마 꾸며보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가 인문계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진들이란건 존재하지 않았다누가 잘나가고 못나가고 찐따고 뭐고 하는것은 우리들 사이에선 정말 유치한 말들이었다행실이 이상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애들이 따돌림을 당하는건 있었지만빵셔틀 같은건 정말 존재하지 않은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의 학교였다.
중학교때와는 달리 달라진 나의 외모덕분에 중학교때 나를 은근히 괴롭혔던 친구들도서서히 내 편이 되주었고, 지금 나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들도 고등학교때 사귀게 되었다좋은 유전자를 주신 부모님께 너무 고마운 순간들이었다. (비록 조금 늦게 빛을 봤지만.)
11. 재회
고3, 수능이 한달 정도 남았을때였다그날따라 어머니께서 학교까지 차를 끌고 나를 데리러 나오셨는데집에 가는길에 어머니께서 치킨을 주문해놓으셨다며 교촌치킨 앞에 차를 세워두고나에게 카드를 주시며 주문해놓은 치킨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차에서 내려 치킨집 문을 열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건 교촌이었다내심 당황했는데 금방 배달을 다녀온 두꺼운 패딩을 입은 교촌이가 웃으면서 '어서오세요.' 라고 밝게 인사를 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얘가 나를 못알아 보는건가, 모르는척 하는건가.'싶어서 그 옆에 연배가 있어 보이는 사장님께 대답을 했다 '네, 주문한거 가지러 왔는데요.'
그렇게 치킨을 들고 차에 올라타는데 왠지 모를 승리감이 들었다
내가 치킨집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교촌이의 모습은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학생의 모습이 아니었다.추운 날씨에 배달을 갔다오느라 상기된 얼굴과 헬멧을 눌러써서 기름진 단발머리,해어진 패딩, 나를 빵셔틀 시키던 교촌이의 당당하고 힘있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12. 끝
그렇게 치킨집에서본 교촌이의 초라한 모습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교촌이의 모습이었다.마음속에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교촌이의 초라했던 모습을 보니 알수없는 동정심이 생기면서싹 가셨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교촌이는 곧 26살이 될 지금 이 시기에여러가지 사건 사고에 휘말려 동네 여러곳의 찜질방을 전전하다가입대해서 3사단에 배치되었다고 들었다.지금 내 마음은 그저 교촌이가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잘되어서훗날 다시 만나게 되었을때는 서로를 알아보고 지나간 이야기들 다 잊고반갑게 인사하고싶다
마지막으로 지루하게 긴 글 끝까지 읽어준 여러분들께 고맙다고 말하고싶다여러분들 과거가 어땠던지간에 지금 이 순간을 잘 살기를 바라며글을 마친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