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사는 20살 여대생입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새내기 시절이 끝나버려 슬프네요ㅠㅠ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12월 20일에 학교에서 볼일을 보고 집으로 내려가려고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 갔습니다.
표를 사고 나서 뭐 마실 거나 하나 사려고 나가려던 찰나 어떤 아저씨가 길을 막고 서더라구요
뭔가 해서 비켜갈랬더니 붙잡고 얘기를 하는겁니다
자기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니라며 그런 표정 할 것 없다면서요ㅋㅋㅋ
얘기를 들어보니 대충 이랬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인데(ㅋㅋㅋㅋ) 군대 간 아들 보러 내려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대요
뭐 아들 보러 갔다가 서울 다시 올라가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빌려달래요
황당했는데 얼떨결에 제 이름이랑 계좌번호랑 폰번호를 써주고 근처 ATM에서 돈 뽑아줬어요
그것도 15만원이나요ㅋㅋㅋ 한달 용돈의 반이 그렇게 날아갔죠
게다가 수수료 1300원까지 나옴.....ㅋ
서울에 올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월요일에 수수료까지 넉넉하게 부쳐주겠다며 제가 건넨 돈을 황급히 받아들고 사라지던 그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면서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생각해도 참 호구가 따로없고 뭐 이런 정신빠진 애가 있나 싶지만, 그 땐 왜 그랬던건지ㅜㅜ
사실 붙잡혀서 돈 뽑아주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에서 계속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도 같은데..ㅋㅋㅋㅋ 홀렸나봐요ㅠㅠ
바보소리 마냥 듣자고 이런 글을 쓴 건 아니니까ㅠㅠ 요지는, 대구 사시는 분들 조심하시라구요ㅋㅋㅋ 참.... 조심하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쌍팔년도식 수법에 제가 바보같이 당한 것이긴 하지만 거절 못하고 마음 약하신 분은 혹시 이런 거에 걸려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니다
물론 전 마음이 여려서가 아니라 정신이 나가서 당한 거지만요
그 아저씨가 약속했던 월요일인 오늘, 하루 종일 확인해봤지만 변하지 않는 통장 잔고에 진심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다가 또 울그락 불그락 하다가... 그러네요
아무튼!! 조심하세요 ㅋㅋ 대구 사시는 분들ㅋㅋㅋ 생긴건 그냥 멀쩡하게 생겼어요. 희대의 미친 범죄자들도 하나같이 멀쩡하게 생겼는데 이 사기꾼이라고 뭐 별반 다르겠어요.
인상착의를 자세히 쓰고싶지만, 잘 기억이 안나네요ㅠㅠ
약간 풀린 파마머리였던것 같고, 키는 커봐야 168~170정도고, 한.. 50대 중후반 같았어요.
자기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 두세번 반복해서 얘기했고... 레파토리는 매번 바뀔 거니까요, 뭐.
이거 볼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씁니다
나한테 사기친 못된 아저씨,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그 15만원, 나한테 큰돈이긴 하지만 그거 없다고 못먹고살 정도 아니다 생각하면 되는데요, 모르는 아저씨지만 내가 줬던 믿음에 대한 보답이 겨우 이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해 죽겠거든요. 아저씨 때문에 앞으로 진짜 사정이 급해서 빌려달라는 사람한테도 나는 더이상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겁니다. 당신같은 사람이 그런 거 신경이나 쓰겠냐마는, 그나마 내가 갖고 있던 정직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아주 산산조각 내줬네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아들 팔아서 사기쳐간 돈, 이미 다 쓰고 없겠지만 그래도 그걸로 국밥이나 한 그릇 사 먹고 더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다짐했기를, 그래서 당신이 벌이는 사기 행각의 피해자가 내가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래요. 언제까지 그렇게 사실래요.. 정직하게 좀 삽시다 제발ㅜㅜ 지금도 살기 힘든데 얼마나 더 지저분한 사회를 만들려고 이 나쁜 아저씨같으니--
그리고 생각하니까 또 어이가 없는뎈ㅋㅋㅋ 서울대병원은 좀 아니에욬ㅋㅋ 그게뭐람ㅋㅋㅋ
끝을 어떻게 내야 할지....ㄷㄷ
사기 당하지 말고 자기 돈 잘 지키며 삽시다!!! 사기 치지도 말고... 당하는 사람 화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