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3일 남았다.
2014년의 마지막 일요일, 한해를 마무리하며 한해의 일들을 곱씹어보다가... 이제는 다 끝난 일이지만 나에게는 무서운 트라우마를 남긴 그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보고자 한다.
다 끝난 일이다. 위로를 받으려는 것도, 도움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2014년 10월 초, 나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8월까지 강남의 한 바에서 영업사장을 하던 나는 그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면접을 통해 만나게 된 여자였다.
가게 위치를 설명해줘도 잘 찾지 못하는데다 전날 오기로 하고 펑크를 냈던 사람이었기에 나는 가게 인근의 지하철역에 가서 그 사람을 픽업해오려 했다.
그 여자를 만났고, 나는 그 여자를 채용할 단 하나의 이유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남자친구도 같이 왔기에 적당히 둘러대 보내려 했는데 너무나도 간곡하게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우리 가게에서 할 수 없다면 다른 곳 소개라도 해줄 수 없냐고 매달렸다.
인근의 바들은 거의다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친분이 깊은 바 사장들도 많은 탓에 바들을 소개해줄 수도 있었으나 지명손님 하나 없는데다 외모도 출중하지 않은 그녀를 반가워할 바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친한 친구가 근처 유흥주점의 이사로 있는데 그곳을 소개해줄까 물었고 그녀는 해보겠다고 했다. 정말인지 돈이 급한가 보다 싶었다. 이윽고 친구가 와서 그녀를 가게로 태워갔고 차를 가져온 남자친구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그 사람은 내 기억에서 스쳐 지나가야 할 사람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자고 있는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일을 잘했다는 전화였고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연락이었다. 다음날도 출근한다고 하였고 손님들에게 연락처를 제법 돌렸는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보통 그런 건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친구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지명 손님이 많아지면 차후 나와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 연락해준 그 사람이 고맙기도 하고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다음 날 전날 만났던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도 잠결이었고 그녀도 좀 취해있는 거 같아 다음날 또 출근할 거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던 것 같다.
다음 날 약속시간에 약속 장소에서 그녀를 만났고, 대략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일을 편하게 하는 방법과 손님 관리 요령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리고 전날처럼 친구가 와서 그녀를 태우고 갔다.
다음 날 새벽 또다시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우는 목소리로 일은 잘했는데 넘어져서 상처가 났다는 것이었다. 술에도 제법 취해있는 거 같았다. 나는 그녀가 늘 출퇴근을 남자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하고 물었고 그녀는 옆에 있다면서 전화를 바꿔줬다. 참 이상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왜 나한테 연락을 해서 넘어졌다고 우는 것일까. 남자친구는 많이 안 다쳤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고 내 상식으로는 두 사람이 참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0분 정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 남자친구였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같이 나에게 욕설을 했다. 정말 부모 욕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설들을... 무엇보다 자기 여자친구를 왜 바에서 일을 안 시키고 보도를 돌리느냐는 거였다. 어이가 없었다. 후에 그만한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때 바로 전화를 끊고 전화가 더 걸려오더라도 받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 했다. 원래 억울하면 잠도 못 자는 성격이라 무슨 보도를 돌렸다고 하는 건지 억울하고 화나는 게 있으면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제정신이 아닌 마냥 온갖 욕설만 늘어놨다. 그렇게 수분을 욕을 먹다가 나도 인내심이 폭발했다. 전화로는 목소리도 크고 욕도 잘하는 그 남자를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카톡으로 나도 그 사람 심기를 건드렸다. 나는 그 남자가 여자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정말인지 포주 노릇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상했다. 자기가 옆에 있는데 여자친구가 울면서 나에게 전화를 해서 그토록 화가 난 것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만남을 원했다. 적어도 만나면 그 남자가 이성은 되찾겠지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내가 자기 여자친구 보도를 돌렸다느니 뭐니 하면서 지속적으로 욕만 늘어놨다. 나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억울하면 신고를 하라고 했다. 정말 너무나도 불쾌했다. 그날 새벽의 일은... 하지만 그 불쾌함이 그저 후에 나에게 불어닥칠 후폭풍의 시작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땐 정말 알지 못 했다.
대략적으로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뒤에 경찰에게 전화가 왔다. 강제추행 혐의로 내가 고소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경찰이 언제 누구를 만났죠 하는 걸 들어보니 그 여자였다. 순간 새벽에 남자와 싸웠던 게 생각나 혈압이 치솟았다. 나는 경찰에게 그 여자가 허위사실을 신고하였으니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 여자는 내가 면접을 보는 가운데 자기 다리를 만졌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리를 다친 것도 내 차에서 내리다 내가 급하게 출발해서 다쳤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러한 신고를 일주일이나 지난 뒤에 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나는 당연히 그 사람 다리를 만진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새벽에 일 끝나고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다고 울던 그 여자가 아니던가.
정말 황당했다. 모든 것이 함정 같았다. 일주일 후에 신고를 한 것도 다 증거인멸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경찰에게 전화를 받고 내가 바로 한 일은 집 옆의 센터에 가서 블랙박스를 뽑고 블랙박스 회사에 전화한 것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내 블랙박스는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의 자료를 보관할 수 없었고 세상 거의 모든 블랙박스들이 길어야 3일이었다...
나는 내 결백을 입증할만한 것이 어디에도 없었다. 반대로 그 여자도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어디에도 없었다. 단순히 자신의 주장뿐........
하지만 경찰은 수사 내내 그녀의 편이었다.
진실은 내 편이었지만 경찰은 진실을 보는 눈이 없었다.
경찰을 총 세 번 만나 수사를 받았는데 그중 후에 두 번째 수사는 아직까지도 녹음을 가지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나는 동의 없이 녹음을 한 것이다. 그 경찰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는 도무지 공정하지 않았고 강압적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적어도 내 주위 사람에게나마 내 억울함을 알리고 싶다면 그 녹취파일을 들려주는 것만으로 그만이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로 신고한 그 여자도... 물론 남자친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그 여자도 원망스럽지만 지금 내 기억에 더 큰 원망과 미움으로 남아있는 것은 나를 수사한 경찰관이다.
나는 아무런 죄도 없는 결백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 글을 쓰다 보니 그날들의 서러움이 복받쳐 정말 해야 할 이야기는 하지 못한 채 글을 끝맺게 될 것 같다.
나는 너무나도 억울한 일의 피해자다. 그 일이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 마무리된 것이 진실은 나의 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시간이 제법 흘러 억울함도 원망도 없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계속 남아 있다. 경찰에 대한 불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것...
인과응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정말 커다란 마음고생을 했다. 억울함이 가장 컸다. 내가 너무 억울해하자 한 친구는 똑같은 내용으로 다른 경찰서에 사건 접수를 했다. 그래선 안 되지만 내 친구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정말 똑같이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일주일 뒤에 같은 내용으로. 그쪽 경찰서에서는 증거가 없고 왜 이렇게 늦게 신고를 하냐며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게 상식이 아닐까.
하지만 나에게 일어난 일은...
나는 너무나도 억울해서 변호사 상담도 받았고, 변호사는 내 사건을 맡기 위해 경찰서에 전화도 했다. 그 때가 수사를 이미 두 번 받은 뒤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 변호사의 말은 나에게 커다란 쇼크를 주었다. 경찰서에 그 사건이 접수도 되지 않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돌아가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고 그 경찰이 청탁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모든 일은 흐지부티 끝이 났다.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든 엮으려 했겠지만 진실은 승리했다.
지금도 그 때의 일이 도무지 믿기 어렵고 잠을 자다가도 심장이 쿵쾅거려 깨기도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무것도 느낀 것이 없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었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 다만 내 기억이 하루빨리 무뎌지길 바랄 뿐이다.
나에게 위로가 되는 생각이 하나 있다면 세상에 억울한 이가 어디 나 뿐이겠냐는 것...
최선을 다해 보람있게 살던 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한 순간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가수 신해철도 의사를 잘 못 만나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에 비하면 내 억울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달래고 있다.
경찰 때문에 너무 억울할 때 부러진화살,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영화들을 다시 한 번 봤다.
두달 전의 사건을 계기로 나는 경찰을 믿지 못하게 됐고, 사람을 대할 때 의심과 두려움에서 대하게 되었다. 억울함은 정말 그 때 잠깐이었다. 하지만 이 트라우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다닐까. 평생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처음 만나는 사람이 마냥 두렵다. 하루빨리 치유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